대담 =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

열린 인터뷰입니다. 지난 금요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박기춘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박 신임 원내대표가 공약으로 원대대표-비대위원장 투톱체제를 내세워 왔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은 당무위원 의원 연석회의에서 선출될 예정이고요. 따라서 민주당은 비대위 구성이라는 큰 과제가 아직 남은 상황입니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앞으로 민주당 혁신 방향에 대해서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송정애 : 안녕하십니까?
이낙연 : 네. 안녕하세요?
송정애 : 대선패배 이후 중대기로에 선 상황에서 박기춘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낙연 : 네. 박기춘 의원은 계파 색이 엷은 분이고 또 당의 혁신 의지를 가진 분이기 때문에 특히나 비대위원장을 겸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해서 의원들이 그런 점을 평가해서 박기춘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당의 진로라던가 그런 문제는 비대위 성격에 따라서 누가 맞느냐 문제가 정해질 거 같고요.
송정애 : 1차 때 김동철 의원을 지지했던 비주류 의원들이 신계륜 의원보다 박기춘 의원을 선택을 했거든요. 이것은 친노 책임론의 여파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낙연 : 네.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죠. 왜냐면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신계륜 의원이 어쩌면 1차 투표에서 낙승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있을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신 의원이 낙선하셨다는 것 자체가 의원들 사이에 있는 친노 책임론이랄까 하는 정서가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할 거고요. 그와 동시에 아까도 말씀드린 바처럼 박기춘 의원이 비대위원장은 따로 선출하자는 공약을 내서 그것이 많은 의원들에게 공감을 샀던 것으로 보입니다.
송정애 : 그러면 앞으로 민주당 혁신 작업이 원내대표 선출로 가속화 되리라고 보십니까?
이낙연 : 네. 원내대표는 박기춘 의원의 공약대로 원내대표 역할만 국한하겠다는 것이니까요. 당의 혁신은 비대위가 맡게 될지 아니면 전당대회를 통해서 등장할 본격지도부가 맡게 될지는 앞으로 비대위 성격에 따라서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습니다.
송정애 : 혁신과제에 앞서서 조금 더 시급한 문제가 친노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 해결이라는 지적이 참 많거든요. 총선에 이어서 대선패배, 또 지금 계파 간 갈등까지, 4선 중진 의원으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 사실은 좀 안타까운데요. 총선 패배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대선 패배까지 연결된 것으로 봐야 옳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전체가 어떤 계파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에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로 임했다는 뼈아픈 자성을 하게 되고요. 그다음에 친노 책임론 문제는 그동안의 당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분들, 상징적인 분들을 겨냥한 얘기겠죠. 그분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송정애 : 의원님도 친노 책임론에 동의하십니까?
이낙연 : 친노세력 모두가 다 어떻게 하라는 뜻은 아닐 테고요. 총선과 대선 모두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졌다는 점에서 그걸 주도했던 사람들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의 상식에 맞다고 봅니다.
송정애 : 친노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됐던 문제였거든요. 그런데 청산되지 못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낙연 : 우선은 숫자가 많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래서 당내 선거에서 그분들이 이기기 쉽다는 구조가 있었을 거고요. 또 하나는 친노 책임론을 주장하시는 분들과 당사자들 사이에 생각의 차이도 있었을지 모르죠. 지금도 그런 차이는 있는 걸로 보이고요.
송정애 : 안 그래도 박기춘 의원과 신계륜 의원 표차가 다섯 표 밖에 나지 않아서 친노 주류의 힘은 아직 유효하다”, “여전히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평가도 나오던데요.
이낙연 : 그렇죠. 숫자는 여전히 압도적 다수니까요. 그런 점에 민주당 내부의 고민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송정애 : 얼마 전에 전해철 의원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공동책임 강조하면서 “친노가 누구냐는 것도 불분명하고, 도대체 어떤 책임이 있냐” 이런 발언을 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 그런 억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 개개인 모두가 책임을 져야하느냐,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그분은 그렇게 얘기하시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압축해서 ‘친노 책임론’이라고 부르는 것뿐이지 개인 모두의 책임여부를 가리자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총선과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했으니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할 것 아니냐, 그것도 그동안에 당을 주도해온 분들, 선거를 주도해온 분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라고 본다면 그것은 국민의 상식에 맞는 것이고요. 그것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송정애 : 예. 박기춘 신임 원내대표, “계파성이 비교적 엷다” 이런 평을 받고 있는데 이런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친노 문제 해결에 힘을 실을 수 있을까요?
이낙연 : 네. 박기춘 의원께서 계파색도 엷으시고 당의 혁신 의지를 강하게 갖고 계신 분이니까 계파혁신의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만 그러나 박기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태도여서 계파혁신 여부는 비대위 또는 차기지도부의 숙제로 넘어간다고 봐야겠죠.
송정애 :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이 될 텐데요. 앞서 의원님도 비대위 성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서, 이런 말씀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 관리형이냐 혁신형이냐, 의원님은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보세요?
이낙연 : 혁신형이 바람직하죠. 왜냐면 혁신이란 것을 다음으로 미룰만한 선택은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당내의 조정이 어렵다면 관리형으로 합의하는 방법도 있을 순 있겠죠.
송정애 : 우선은 혁신형이 되어야 한다?
이낙연 : 네. 원칙적으로 혁신형이 되는 게 좋은데, 바로 그것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 혁신형 경우에는 당내 의원들이 또는 각 계파별로 긴장분위기가 더 강해질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정 그것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고르기 어렵다면 관리형으로 하고 차기 본격지도부에 그 일을 넘기고 전당대회를 빨리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것은 어떻게 합의하느냐의 문젭니다.
송정애 : 그럼 형식은 합의추대가 되겠네요?
이낙연 : 비대위원장은 합의추대를 하는 게 좋죠. 선거한다고 하면 또 다른 상처가 남는 것이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분리하자는 박기춘 원내대표의 구상도 원래계파갈등을 노출하지 말자는 그런 취지도 포함됐다고 보니까요. 합의추대가 좋죠.
송정애 : 말씀대로 당내의견을 한쪽으로 모으기는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이낙연 : 네.
송정애 : 비대위원장으로 당내에선 원혜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이 되던데요?
이낙연 : 네. 좋은 분이시죠. 좋은 분이신데 다른 쪽에서는 반대의견도 있는 것 같고요.
송정애 : 중진의원들이나 비주류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원님도 적합인물로 보고 있던데 혹시 비대위원장 자리 고려해보셨습니까?
이낙연 : 역량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요. 저는.
송정애 : 사양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이낙연 : 당에서 명령으로 “너가 맡아라”하면 그걸 외면할 순 없겠죠. 그러나 역량이 충분치 않다는 건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송정애 : 외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건 어떨까요?
이낙연 : 그럴 수도 있죠. 당의 혁신 이미지를 선명하게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데는 외부인사가 당내인사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일을 맡아주실 좋은 분이 계시다면 빨리 우리가 모시는 노력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송정애 : 외부인사 영입에도 긍정적이신 거 같은데요.
이낙연 : 그럼요.
송정애 : 그런데 혹시 외부인사가 들어오면 오히려 분란이 커질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던데요?
이낙연 : 모든 경우가 다 장단점은 있겠죠. 완벽하게 단점이 없는 그런 대안이란 건 기대하기 어려울 텐데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어느 것이 더 실보다 득이 많겠느냐, 부담보다 기대 가능한 게 많겠느냐, 비교해서 판단해야겠죠.
송정애 : 전당 대회 시기를 두고도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초 5월에 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3월에 하자는 의견이 나왔거든요.
이낙연 : 그건 심각한 견해 차이로 보진 않습니다. 불과 두 달 이내에 이뤄질 일들이니까요. 3,4,5월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닐 테고요. 다만 비대위를 관리형으로 둔다면 전당대회를 늦출 이유가 없어질 테고요. 혁신형으로 둔다고 한다면 여유 있게 전당대회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송정애 : 네. 문재인 전 후보가 광주를 방문하는 등 정치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비대위 출범시 힘을 보탤 것”이라는 말도 했는데요. 문 전 후보의 당내 역할과 관련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 그 문제는 문재인 후보 본인께서 잘 알고 계시는 걸로 생각을 합니다. 이 시기에 본인이 하실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일까, 또는 어느 것이 국민의 감성에 맞는 것인가는 본인이 잘 판단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송정애 : 왠지 뉘앙스가 적극개입은 아닌 쪽으로 들리는 데요?
이낙연 : 글쎄요. 본인이 대선 직후에 표명하고 계신 것도 있고 하니까요.
송정애 : 알겠습니다. 지금 당 혁신, 쇄신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낙연 : 당의 주도적인 문화, 그리고 정책적인 태도를 우리 사회 구조의 변화에 맞게 바꿔가는 것이겠죠. 말이 너무 추상적입니다만 예를 들면 자영업자들이나 전업주부들이나 저소득층이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했어야 옳은데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는 상대 후보를 지지한 분이 더 많았던 걸로 조사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민주당은 좀 처절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죠. 민주당은 무엇이 부족했던가, 말로는 진보다 복지다 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생활인들에겐 불안감을 준 것은 아닌가, 또는 신뢰를 충분히 못 드린 건 아닌가, 이런 등등의 반성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송정애 : 또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안철수 전 후보의 관계설정이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낙연 : 그 문제는요. 안철수 전 후보로 상징되는 제 3세력이 이미 우리 사회에 큼직하게 있다, 이런 현실을 우리가 직면한 거죠. 그렇다면 제 3세력과 민주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게 민주당의 명운, 야권 전체의 명운이 걸린 문젭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제 3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면 결국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다당제가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그건 민주당에게 굉장히 담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될 것이고요. 그래서 선택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자면 제 3세력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민주당을 혁신해 놓아야한다, 그런 얘기가 되겠죠. 그런 숙제가 민주당 앞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정애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낙연 : 네. 감사합니다.
송정애 : 지금까지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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