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인터뷰입니다. 지난 25일, 그동안 자격시비에 휘말려온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중도사퇴가 있었습니다. 새 정부 들어 이렇게 중도 하차한 장차관급 후보만 벌써 6명인데요. 이로 인해 여권 내에서조차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 근본원인과 해법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하셨죠?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겸 정부혁신연구소장 조창현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조창현 교수
송정애 : 안녕하십니까?
조창현 : 네, 안녕하세요?
송정애 : 네, 장차관급 후보자만 6명이 중도에 낙마를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사퇴자가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과거 정부에도 이런 정도였습니까? 이번 사태 어떻게 보십니까?
조창현 : 시대가.. 썩 별로 좋지 않습니다만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송정애 : 그러면 이 초유의 사태, 어떻게 보십니까?
조창현 : 글쎄요, 대단히 안타깝네요. 우리가 지금 경제적으로는 세계 10대 국가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런 인사문제는 아주 후진국에 속하는 이런 자태를 보이는 것이 대단히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송정애 : 교수님이시니까요, 지금까지의 인사를 학점으로 평가한다면 어떤 점수 주시겠어요?
조창현 : 제가 여러 언론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엄격하게 내가 교수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자면 이건 과락입니다. 과락. 왜 그러하냐면 여섯 명이 중도사퇴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한 20여명 사람 뽑는 가운데에서 6명씩이나 탈락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실수이지요.
송정애 :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인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낙마 사태의 근본 원인,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창현 : 그런데 제가 그걸 말씀드리기 전에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청와대에 있는 당국자들은 그렇게 안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언론을 보니까 이 문제를 간단히 뭐라 했느냐면 접시닦이가 접시를 닦다보면 깰 수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얘길 했는데 제 생각에는 접시를 하나정도 깨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연거푸 여섯 개를 깨면 그 접시닦이를 그대로 둬야겠습니까? 그것은 심각한 문제거든요.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서요, 있을 수가 있습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을 안 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면 얼렁뚱땅 하는 이런 태도는 적어도 우리나라 국민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사태 직시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심각하게 반성하고 교정책을 내놔야죠.
송정애 : 지금 청와대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갖고 있는 것 자체도 참 문제이겠네요?
조장현 : 바로 그것이 저는 큰 문제라고 봅니다.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아무도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리를 배워가지고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하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직시해야합니다, 환자가 병이 있는데 병이 없다고 하면 큰 문제 아닙니까?
송정애 : 교수님께선 “수첩에 적어놓은 사람을 뽑아선 안 된다”는 이런 지적도 하셨어요?
조장현 : 그렇습니다. 왜 그러하냐면 이미 대통령이 되면 자기가 다스려야 될 나라는 어떤 특정한 본인을 지지하는 사람이나 정당이 아니고 근 오천만에 가까운 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그러면 전 대한민국의 국민이 가지고 있는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임명권자의 의무입니다. 권리일 뿐만 아니라 임무입니다.
송정애 : 진짜 지난 정부하고만 비교해 봐도 고소영, 강부자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낙마자는 한 3명 정도 되는데요. 지금은 두 배 수준인데 청와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사위원회 제대로 가동되고 있고 검증 철저히 되고 있다는 답변입니다. 답답하시죠?
조창현 : 인사위원회라는 것은 그 양반들이 말만 인사위원회라고, 그렇게 붙였지 인사위원회라고 하는 이름을 붙이려면 인사위원들이 각자 독립성을 가질 때만 그것이 위원회가 됩니다. 보통은 회의지요. 인사회의죠, 그것이 회의지 위원회입니까? 독립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하는 이야기는 그건 위원회라고 볼 수가 없어요. 참모들이 모여가지고 무슨 위원회를 합니까? 그건 참모희의죠.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이런 국가적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그런 인재발굴기관에다 이걸 의뢰해서 전국적으로 인재를 발탁해야 합니다.
송정애 : 그러니까 참모기능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게 잘못되었다는 말씀이신데요,
조창현 : 저는 절대로 그것은 객관성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이미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데 어떻게 그 앞에서 NO 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참모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 눈치 가지고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요.
송정애 : 네, 그러면 인사위원회 제도만 고치면 되겠습니까? 제도 외에 다른 문제는 없겠습니까?
조창현 : 두 가지 다 해야죠. 제도도 만들고 그것을 철저히 집행할 수 있는 그런 교육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지금 자기들은 세계에서 제일 가는 걸로 아는데요. 그 사람들이 시험은 잘 봅니다. 시험은 잘 봐서 합격하지만 실제 일을 하는데 있어서 철저함이 아직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실수가 있습니까?
송정애 : 대통령의 나 홀로 식, 하향식 인사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집권여당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조창현 : 저는 그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경향이 있느냐 하면 대통령이 당선되면 마치 그 나라가 대통령의 것인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건 여당으로써 큰 책무 방기, 직무를 가지고 포기하는 그런 태도죠. 본인들이 공동 책임을 져야합니다. 대통령이 만약에 그런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면 당의 당수들이 대통령을 찾아가서 대통령님, 지금 민심이 이렇습니다, 이 사태가 이렇습니다, 이렇게 해주십시오.. 라고 간청을 해야 됩니다. 옛날에 임금 앞에서도 간청을 했는데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게 그런 이야기를 못하는 것이 무슨 여당 간부들입니까,
송정애 : 분위기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조창현 : 마치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그러고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송정애 : 민정수석교체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아까 청와대, 지금 현실 판단 제대로 못한다..말씀도 해주셨지만 그럼 누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창현 : 글쎄요, 저는 책임이 중요한 게 아니고요. 물론 책임도 나중에 따라야 하겠지만요. 우리나라는 무슨 문제가 나면 책임부터 지우려고 하는데요, 책임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원인 규명이 중요합니다. 청와대가 지금이라도 비서실 사람들이 모여서 왜 이렇게 되었나 반성을 해야 돼요. 우리들이 과연 대통령을 제대로 모시고 있는가, 그렇게 해서 결론이 자기들이 책임을 지고 나가야겠다, 그러면 나가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 그 사람들 다 내쫓아 버리면 책임 규명은 될련지 모르지만 원인 규명이 안 되잖아요.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송정애 : 네, 원인과 대책..그러면 아까 제도를 고치되 독립기구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를테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중앙인사위원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창현 : 저는 그렇게라도 우선 해야 된다고 봅니다. 세계 각국이 중앙인사위원회가 있어요. 일본은 인사원이라고 해서 준입법적, 준사법적 기구로써 정권과 상관없이 인사원이 있습니다. 미국도 있고 캐나다도 있고 영국도 있고 다 있어요, 동남아시아도 있습니다. 중국은 인사부라고 해서 독립청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인사위원회를 없애가지고서 행정안전부, 지금은 안전행정부라고 하지만요. 거기 하나 실국으로 가져다 놨습니다. 거기 앉아있는 실국이 무슨 독립성이 있겠습니까? 장관 눈치 보는 사람이 감히 대통령 앞에서 NO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안 돼요, 그런 사람들 가지고는.
송정애 :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그것을 왜 없앴을까요?
조창현 : 글쎄요, 그건 저도 지금까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하나의 미스테리입니다.
송정애 : 지금은 이제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인사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인데요. 만약 중앙인사위원회가 부활하면 독립성 이런 것들 외에도 인사위와 어떤 점이 달라집니까?
조창현 :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은 대통령 임기와는 상관없는..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할 수 있거든요. 결정은 물론 대통령이 결정하시는 거니까 그 사람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 그런 자료를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은 제출 자체가 청와대 비서를 통해서 하고 또 그 비서가 비서를 통해서 하고 이렇게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이미 누구를 대통령이 선호한다 그런 눈치를 채게 되면 정확하게 전달도 안하고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뭐랄까요.. 문제점을 제기하기가 어렵죠.
송정애 : 그러면 교수님이 중앙인사위원장 하실 때요. 그 때 축적한 인사자료가 얼마나 됩니까?
조창현 : 제가 5만명 가량의 대한민국의 정부의 장관급 이상, 500개 기업의 중견급 이상, 그리고 대학교의 부교수 이상의, 조교수 이상의 5만명 가량의 데이터를 축적해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인재가 많습니다. 대한민국 인재 많은 나라입니다.
송정애 : 내용은 어떠했습니까? 사전검증 충분히 될 만한 수준이었습니까?
조창현 : 그럼요, 거기는 기초자료가 있고요, 기초자료 속에서 어떤 자리에 어떤 자격과 어떤 역량을 가지는 사람을 필요한가, 를 미리 알면 그 기준으로 사람을 추려서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신상이라든지 이런 조사는.. 예를 들어서 세무관계는 국세청, 신상관계는 경찰청, 병무관계는 병무청.. 이런 식으로 조달해서 청와대에 올리는 겁니다.
송정애 : 이렇게 해서 투명한 완전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고요?
조창현 : 저는 그것이 첫 단계라고 봅니다.
송정애 : 지금 박 대통령의 인사기준을 보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 이겁니다. 이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는 부분이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인사기준은 어떻게 보세요?
조창현 : 국정철학과 전문성은 기본입니다. 물론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반대되는 사람이라면 어렵겠죠. 그러나 제 이야기는 그것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 가능한 기준이 각 직위마다 있어야 합니다. 외무장관을 뽑는 기준이 미래창조과학부를 뽑는 기준과 같아서는 안 되죠. 그렇지 않습니까? 일이 다른데..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기본적인 공무원으로써 갖춰야 될 자세, 기본적인 자격.. 즉 세금을 냈느냐, 병역을 이행했느냐 뭐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조사를 해야 되죠. 그러나 그런 조사 자체도 지금은 제대로 안 되어 있다 그런 이야기에요.
송정애 : 네, 알겠습니다. 조금 다른 질문 드려볼게요. 교수님 방통위원장도 하셨잖아요.
조창현 : 네, 방송위원장을 했습니다. 방통위로 발족하기 이전에 독립되어 있을 때.. 방송위회하고 정보통신부가 분리되어있을 때 그 때 했습니다.
송정애 : 현 정부, 방통위 방송정책의 미래부 이관.. 이게 아주 골자였었는데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창현 : 원래 방송위원회하고 정보통신부하고 합하는 것도 저는 반대했습니다. 왜 그러냐면 방송은 방송이고 통신은 통신이거든요. 물론 기술은 같지만 나오는 결과는 다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은 어디까지나 공공성을 유지해야 되고요. 통신은 능률성이 중요하죠. 생산성, 이익성이 중요한데요. 그런데 그것을 합한 것도 잘못인데 이것이 거기서 또 방송의 일부를 빼다가 미래창조부에 두는 것은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를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당선되시고 그것을 요구하시니까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여야가 그렇게 합의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 결정은 존중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방송은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이용해서 먹고사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객관적인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어느 나라든지 그렇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있습니다. 영국도 있고 불란서도 있고요.
송정애 : 네, 알겠습니다. 어제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재철 MBC사장이 해임됐습니다. 이번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창현 : 그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잘 된 것이죠.
송정애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조창현 : 네.
송정애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조창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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