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판한 “‘망자’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로 안철수 신당 띄우고 대여 공세 반전 기회로?
[뉴스파인더]촛불의 저항’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던 경향신문이 “정치가 ‘망자(亡者)’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를 묶어 비판하는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으로 대여 공세를 높이던 좌파진영이 잇단 ‘막말 파문’으로 비난 여론에 직면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교수 등과 함께 정치적 제3세력을 꿈꾸는 경향신문의 방향성을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경향신문은 16일 <‘망자’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 기사를 통해 “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고,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불러내고 있다”며 서두를 열었다.
이어 “새누리당의 노 전 대통령 때리기는 끝이 없다. 참여정부 이후 두 차례 보수정권이 들어섰고 이미 고인이 됐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여당의 보도(寶刀)’처럼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주장을 펼치며 ‘반역의 대통령’ ‘국민 배신’ ‘김정일에 구걸행각’ 등의 극언이 거침없이 쏟아졌다”면서 “민주당 등 야당은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독재 전력을 끄집어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누구한테 죽었느냐’(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이 촉발하고 이해찬 상임고문까지 가세한 막말 정국에 과거 새누리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난 발언을 끌어들여 늘어놓은 뒤, 양측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으로 일종의 ‘물타기’를 한 셈이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여야의 전 대통령들에 대한 비방전이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다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체제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진보 대 보수’ 구도로 바뀐 뒤 그 상징적 인물이 ‘노무현 대 박정희’로 표출돼 논쟁이 지속되는 면도 있다”며 “새로운 지형으로 재편되지 못한 한국 정치의 지체현상이 낳은 부산물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구도가 한국 정치가 낳은 지체현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낸 대목이다.
경향신문은 또 “이같은 비방은 각 진영이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비난 목적이 상대 설득이 아니라 같은 진영의 결속이기 때문”이라며 “상대방의 ‘절멸’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진영 정치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의 틈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합리적 상식을 가진 다수의 온건파가 아니라 극단적 입장만을 대변하는 소수 강경파들이 정치판을 주도하는 양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목 역시 현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함으로써 이른바 중도세력 지지층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 신당’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또 “과거 논쟁이 ‘현존하는 진짜 갈등’을 은폐하면서 현 정치 집단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며 “박태균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는 ‘과거 일을 끌어내서 국정원 선거 개입 등 현재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신문은 “이를 깨기 위해서는 보혁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치적 토양이 형성되어야 한다”며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의 “지금 박정희나 노무현을 불러내는 방식은 전면적인 부정을 바탕에 깔고 있어 가장 걱정스럽다” “한국 사회가 좌우를 넘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야권이 촉발한 막말 파문을 여야의 ‘과거 논쟁’으로 틀어 양비론을 펴면서 새 정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막말 정국에 가린 국정원 국정조사 문제 등을 환기시키며 대여 공세 반전을 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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