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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친노’의 노는 ‘盧’가 아니라 ‘怒’
누가, 그리고 왜 ‘친노’인가
[뉴스파인더]현재 민주당은 두 개의 세력이 내홍 중이다. 이른바 ‘친노’와 ‘비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 노무현 계’와 그렇지 않은 ‘비 노무현 계’를 칭하는 말이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이나 비서관 등은 물론이고, 쉽게 말해 노무현의 계보나 정신을 잇는 이들이라 보면 된다.
따지자면 친노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 문 의원은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에 측근이라 할 수 있다.
또 총리였던 한명숙, 이해찬 의원, 비서관 출신 전해철, 박범계 의원, 춘수관장 출신인 김현, 서용교 의원, 노무현재단 소속이었던 김용익, 김윤덕 의원, 민주당의 우상호, 임수경, 홍익표 의원 등은 물론이고, 이학연, 전순옥, 최민희 의원도 시민사회계 친노성향을 띠고 있다.
본인의 입으로 ‘노무현 과’라고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청와대에서는 현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새누리 저격수로 불리는 3인방. 진선미, 정청래, 박영선 의원도 친노계로 분류되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 127명 중 친노는 1/3인 4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때 이들은 자신들을 폐족이라고 불렀다.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족속’이라는 뜻이다.
잇따른 추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패배감에 휩싸였던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다시 첨단에 선다.
하지만 이후 한명숙 체제에서 총선에 패배하자 또다시 붕괴되는 듯 보이다가, 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올리며 뭉쳤지만 또다시 패배한다.
그렇기에 당 지도부는 비노세력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 지도부도 아니며 숫적으로도 열세인 이들이 왜 다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정계의 핵이 되고 있는가.
무너졌던 친노, 왜 다시 활개치나
당 지도부는 김한길을 대표로 한 비노. 계파 청산부터 해내겠다고 외쳤지만 쉽지 않았다.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기에 이들은 당 수뇌부이면서 또 동시에 비주류이다. 따라서 주류이며 강경한 친노를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NLL 대화록 사태가 터졌다.
이 사태의 핵심이 바로 친노 박영선 법사위원장. 박 의원은 NLL포기논란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짜고 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정원은 NLL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고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가기록원 자료를 열람하자고 주장한다.
이 과정을 주도한게 바로 친노다. 새누리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된 상황에서 비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소위 친노세력들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보통 운동권에 시민단체 출신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격적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최근 민영삼 한국거버넌스 전략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이들은 일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적 우월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자기들 나름대로 우월성에 빠져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민 전략연구원장은 “이들이 자기들 주장이 맞는데 ‘국민들이 왜 안 따라오는가’를 고심하고, 자신이 항상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결속력이 강해 강한 전투력을 동반하게 된다”고 봤다.
그런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비노 김한길 대표가 최근 국정조사와 관련해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왜일까.
친노가 어떻게 사회를 분열시켰나
민주당이 1년 8개월만에 장외 투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친노 강경파에 온건파 지도부가 밀렸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 고전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친노들의 설득에 응해 국회가 아닌 시위장, 거리로 나가게 됐다는 시각들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노’ 또는 ‘신강경파’를 두고 ‘싸움만 하려는 사람들, 국회는 전쟁터가 아니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정부 이후 친노세력들은 크고 작은 장외 투쟁을 많이 벌였다.
지난 2008년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 사회전반에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고, 무분별한 광우병 괴담, 뒤이어 정부 비판과 불신이 크게 치솟았다.
당시 민주당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왔던 그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했고, 결국 대통령으로부터 사과까지 받아냈다.
2009년에는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처리에 항의해 100일간의 장외투쟁을 했고 2010년에는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자 민주당은 장외 투쟁과 함께 전국 규탄 대회를 열었다.
그 중 잘 알려진 것은 2011년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서며 소위 ‘말바꾸기’ 이슈를 크게 뿌린 일이다.
참여정부 당시 한명숙 총리를 비롯한 친노세력은 한미FTA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주장을 180도 뒤집은 것. 친노들은 한미FTA 비준을 막기 위한 각종 시위를 주도하는 한편 국민호소에 나서기도 했다.
또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있어서도 친노의 주장은 달랐다.
참여정부 당시 한명숙 총리는 “대양해군을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기지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했으며, 제주도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해군기지를 방문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이후에는 “평화의 섬 제주에서의 강정해군기지 강행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반대로 급선회, 이후 애초 약속대로 제주 강정마을을 찾았을 때는 제주도민에게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설득이 아닌, 반대시위대를 격려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한 주민이 차 앞을 막아서며, 책임을 묻는 등 몸싸움을 벌이기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 사초실종 논란에 정계가 혼란스러운 것에 대한 책임도 문재인 의원에게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의 NLL대화록에 대한 수차례 말바꾸기에 정계가 국가기록원 대화록 공개까지 이어간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재인 의원이 나라를 어지럽혔다”면서 책임을 묻고 있을 정도.
“친노, 제2촛불로 분열과 혼란 바랄 것”
국조특위 등을 둘러싼 막말파동에는 친노 강경파들이 있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에 불복하고 싶은 심정이 섞여있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일관된 얘기다.
박범계 의원은 ‘댓글만 없었으면 지금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고, 홍익표 의원은 ‘귀태’라는 표현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선 안될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장녀’라고 발언했다.
이해찬 대표도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라고 표현해 막말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일련의 막말 논란의 핵심이 친노 강경파였다.
정치계에서는 친노가 이토록 강경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뿌리’ 때문이라고들 한다.
노무현의 계보를 잇는 이들에게 있어 ‘NLL 포기 발언’이나 ‘사초 실종’은 결국 친노의 모든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태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버틸 수 밖에 없고, 더 강경하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계속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최근 문재인 의원의 ‘NLL 논란 종식’ 발언과 관련해 “무책임의 극치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다”면서 “당을 위기와 혼란에 처하게 하고 소모적 정쟁의 중심에 선 사람으로서 국민과 민주당원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4선의 김영환 의원도 “현 사태에 가장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여론 악화 발언을 하지 말고 가만히 계셨으면 한다”면서 “덮자고 해서 덮어질 상황이 아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얘기”라며 문재인 의원과 친노세력에 대해 자숙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친노랑 같이 정치 못해먹겠다’는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정치권에서는 연이은 대선과 총선 패배. 극단적 말바꾸기와 막말발언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친노들의 ‘무책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총선, 대선에 대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되는 대선 불복심리에 대한 비판이다.
결국 사초실종 정국에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꿰뚫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정의라고만 생각하는 친노들의 이기심과 억지가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한 책임이 있는 친노가 이번에도 너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으로 나서는 길은 스스로 망하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은 민생, 즉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데 NLL과 국정원 조사로 9~10개월을 끌어오면서 국회가 아닌 시위장으로 나간다는 것은 국민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장 대표는 “친노는 자기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민생을 팽개치고 시위장으로 가고 있는 것이며 국민들은 반드시 이에 분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노들이 장외투쟁을 통해 바라는 것은 제2의 촛불집회일 것”이라면서 “친노가 반드시 좌파성향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 사회의 분노와 혼란을 모두 새누리와 현 정부에게로 몰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자신들만의 정당성을 갖추고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 총력할 것이며 이는 곧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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