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16일 지난 1995년부터 추진되었다가 전 국민적 반발에 부딪쳐 중단되었던 전자주민등록증 사업을 행정자치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화시대에 적합하도록 IC칩을 장착하고 단말기를 통해 각종 데이터베이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소위 스마트카드를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개인정보보호 강화, 신뢰성 있는 신분확인, 국민편익 증대, 위변조 방지 등의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이번 전자주민등록증 사업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오히려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인권을 등한시하면서 행정편의만을 추구하는 행정자치부의 이번 사업을 전면 반대하며, 올바른 대안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전 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 전 국민 고유식별번호부여와 같이 반인권적인 구시대의 국민감시체제가 잔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신분증마저 전자화함으로써 민감한 개인정보가 상시적으로 온라인에 유통되게 하려는 행정자치부의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후가 바뀐 것이다.
더구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도입한다는 것은 1999년 주민등록증 일제갱신과정에서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위변조 방지를 위해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국민의 혈세를 수천억원이나 쏟아부었던 지난 7년동안의 주민등록증 발급사업이 완전히 실패한 것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한다.
행정자치부는 새로운 전자주민등록증으로 온라인에서의 신원확인을 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전자주민등록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컴퓨터마다 신분증을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신분증을 이용한 행위를 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그 모든 정보가 집적되어 활용될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조지오웰이 예견했던 ‘1984년’의 빅브라더에 다름 아니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업이 국민의 편의라는 관점에서보다는 일부 기업의 이윤확보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연구용역을 주고 삼성 SDS와 에스원이 함께 수행한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연구사업에 따르면 이미 기존 주민등록증을 전자주민증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삼성그룹과 에스원이 상당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행정자치부의 이번 사업은 국민의 혈세와 개인정보를 담보로 행정편의주의를 충족하는 한편 관련기업의 이익보장을 위한 것일 뿐 직접적인 이해당사인 국민들의 인권이나 편의와는 근본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주민등록증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당연한 과정을 버려둔 채 행정자치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는 전자주민증 사업을 민주노동당은 강력히 비판하며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비판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10년 전에 있었던 국민적 반발을 다시 겪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