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기자의 시사펀치>
최근 한 국회의원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그런 의원이 있는 줄이야 알았지만 이번에야 얼굴을 또렷이 알게 됐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무플이 악플보다 싫다니 나쁜 일은 아니겠다. 이슈가 된 회의 중 자는 일이야 국회의원들에겐 일상다반사이니 욕할 일도 아니다. 다만 그곳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곳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 의원이 ‘생리현상’ 어쩌고 하는 사족만 달지 않았어도.
말은 목소리의 톤과 말하는 태도에 따라 180도 다른 의미를 전하게 된다. “여기 있는 정치인들이 뭐 그리 잘났냐. 잘못된 죄인의 심정으로 국조를 해야 한다”는 이 통렬한 참회도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에게 호통을 치며 터져 나왔다. “유족은 좀 가만히 있어라”는 말도 세월호 유족들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말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 말의 주인공이 지방선거 전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는 사진이 SNS에 넘쳐나고 있다.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습니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장관이 털복숭아가 됐다. 한번만 기회를 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니 이빨과 뼛속까지 바꿀 것 같았다. 그러나 6월 4일이 지나서 다시 나타난 새누리당은 백사, 산삼이라도 먹었는지 자신만만 정력을 충전했다. 그들에겐 세 달이면 벌써 옛날이 되는 걸까. 그래서 세월호 사고도 그저 국가대개조의 한 과제일 뿐일까.
불안하게 진행되던 국조는 결국 난장판이 됐다. 야당 의원의 말을 꼬투리 잡아 순식간에 화를 내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새누리당의 반응속도와 기획 포착 능력은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비는 스타 선수들을 능가했다. 그들은 ‘VIP’와 관련된 말 한 마디에 발끈했다. 국민을 구하지 못한 정부가 아니라 그 정부 수장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화를 참지 못했다.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고 아이들이 희생된 이후 우리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마저 죄스럽다. 가족을 가슴에 묻고 진상을 밝혀달라고 절규하고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며 서명운동을 하고 급기야 전국 순회에 나선 유족들 앞에 국민 모두가 너무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국조를 지켜보며 우리나라에 세월호 참사가 아프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입으로 무어라 말해도 그들의 눈빛, 태도가 마음을 드러낸다. 자신들은 세월호 참사가 결코 아프지 않다고, 다만 이 ‘위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노란 리본은 그저 유행에 맞춘 아이템일 뿐이라고. 이성을 가진 국민들의 상심과 분노가 오늘도 차곡차곡 쌓인다. 대한민국 국민은 울고 있는데, 세월호의 아픔이야 쯤하며 비웃는 정부와 여당의 국민을 향한 처신은 용인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린 잊어서는 안 된다. “도와주세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바꾸어 보겠다.” 며 눈물로 호소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이 여당의 국민을 현혹하는 이벤트가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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