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새정치민주연합 천정배 전 대표
퇴근길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태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만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거대한 정치 태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패한 이후에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고요.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손학규 전 대표가 정계 은퇴까지 선언했습니다. 야권이 직면한 위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좀 짚어보겠습니다. 야권의 유력한 정치인입니다. 원내대표도 지내셨고요. 법무부 장관도 역임한 중진 정치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천정배 전 대표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철희 : 안녕하십니까?
천정배 : 네, 안녕하세요. 천정배입니다.
이철희 : 네. 제가 거두절미하고요, 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했다고 보십니까?
천정배 : 다들 공천 잘못이라고 하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주당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죠? 지난 10여 년 동안 침체를 거듭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비전과 정책 문제도 매우 부실하고요. 또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을 견제하는 선명야당의 모습도 흐릿해졌습니다. 그런데다가 계파정치의 폐해는 극에 달해 있고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의 낡고 비민주적인 기득권이 날로 강화되어 왔습니다. 이런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이 총체적으로 국민이 열망하는 개혁정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철희 : 고문님 이게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잖아요?
천정배 : 네.
이철희 : 그런데 계속 이게 개선되지 않고 누적된 이유는 뭘까요?
천정배 : 사실은 제가 고문은 아닙니다. 평당원에 불구한 거고요.
이철희 : 네. 죄송합니다.
천정배 : 네. 괜찮습니다. 사실은 다 설명하기 어렵죠. 저는 이게 10여 년 간에 걸쳐서 당이 궤도를 이탈했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하면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어떻게 보면 그 당시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1인 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통하는 정당이었단 말이에요? 저는 어떻게 보면 이게 계몽 군주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꼭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민주주의보다는 못하겠습니다만.... 그런데 DJ대통령이 퇴임하신 이후에 당의 어떤... 비유컨대 권신들, 이런 저런 고만고만한 계파의 수장들이 나서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서 당이 표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현재 당의 모습은 퍼스트 DJ의 새로운 질서를 아직도 못 만들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거 아닌가,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철희 : 우리 천정배 전 대표께서는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 정치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동안 계속 개혁과 관련된 것을 추진해오셨잖아요? 그런데 번번이 실현이 잘 안 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게 당내 이런 담합구조, 계파주의 이런 것 때문에 안 되는 겁니까?
천정배 : 뭐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사람입니다만 어쨌든 정치를 시작하고 처음부터 여러 가지 개혁을 주장하고 추진해왔습니다. 초기에는 그런 데로 저도 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가져온 국민참여경선제도를 그 당시 민주당이 과감하게 도입했었죠? 2001년, 2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런 개혁들이 우리 당내에 자기개혁들이 그 때는 됐었고, 사실은 2001년쯤에...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었는데요. 정권 재창출이 다들 쉽지 않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민주당 시스템의 개혁, 그리고 또 하나는 노무현이라는 한 정치인, 이미 알려진 정치인이었지만 그 분을 좀 더 과감하게 발굴했다고 할까요? 이렇게 해서 두 가지가 어우러졌었는데요. 그 이후에는 당이 어떤 늘 내부에서 서로 계파 갈등, 계파 간의 담합, 이런 구조들이 계속 되어 왔고 또 그것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극에 달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철희 : 당 혁신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만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전적 해체까지 거론하고요. 야권 전체에 개편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던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천정배 : 그런 정신으로 가야 하겠죠. 해체하려고 해도요. 해체 안 될 겁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해체를 하려면 당원들이 모여서 해체 결의를 해야 할 텐데 과연 그걸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형식적인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그야말로 이제는 너무 상투적이 되어버렸습니다만 환골탈태, 거듭나기, 재창당,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겠죠? 지금 말씀하신 발전적 해체도 그렇고요. 적어도 그런 각오를 가지고 당의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네. 손학규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 패배 후에 정계 은퇴 전격 선언하셨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천정배 : 사실 어제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트위터에도 제 의견을 올렸었는데요. 사실 저는 재보궐 선거 참패보다 손 대표님 정계 은퇴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인데요.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말 경륜 있는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손 대표께서 당과 나라에 꼭 필요한 지도자의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하셔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지금이라도 좀 정말 번복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철희 : 네. 그런데 일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천정배 : 그런 측면이 있죠. 과감하게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가 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기 기득권의 포기, 이렇게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당과 한국정치의 전면쇄신을 이끌어낼 자세와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중진들의 역할도 중요하고요. 또 중진도 중진 나름이죠. 또 신진도 마찬가지로 신진 나름입니다. 문제는 지금 어떻게 당의 전면 쇄신을 이끌 개혁 정치인, 또 개혁파를 당내에서 형성하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이 되는 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손 대표님 은퇴 관련해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손 대표께서 정말 그냥, 물론 손을 놓고 은퇴 하시는 것으로 후배들이라든가, 신진들이 더 잘해줄 수도 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별로 그런 싹이 보이지 않거든요? 오히려 손 대표께서 은퇴를 생각할 정도의 그런 비상한 결의를 하셨다면 오히려 좀 더, 당신이 다음에 스스로 대통령이 되시겠다, 뭐 이런 것은 혹시 아닐지 몰라도 무너져 내린 이 당을 정말 쇄신해서 강한 정당을 키우는데 더 헌신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대표님 혹시 지금 말씀하신 것이 후진들이 당을 혁신하기에 아직 좀 역량이 부족하다, 이렇게 평가하고 계신 겁니까?
천정배 : 아니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후진도 후진 나름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별로 그동안은 결과적으로 보면 당이 이런 상황에 이르렀지 않습니까? 물론 이번 공천 실패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점에서 두 분 당 대표,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10여 년 동안 민주당이 늘 침체와 패배를 거듭해왔는데 사실 지난 10여 년 동안에 당을 책임진 여러 세력과 정치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수없이 많이 당 지도부가 바뀌었고, 그 때마다 비대위가 만들어졌고, 그 때마다 환골탈태하겠다, 새롭게 하겠다, 이야기 안 해본 바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무슨 거의 뭐랄까요, 만성적으로, 관행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이번만큼은 정말 달라져야 하겠다, 그리고 달라지는 것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자세와 역량을 갖췄느냐, 가 지금 중요한 것이지 무슨 뭐랄까요... 이런 말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그냥 이런 저런 사람을 용서해버리거나 그러는 것이 멋있어보일지 모르지만 실제적인 당의 쇄신으로 연결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네, 알겠습니다. 순천 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었는데요. 이게 지역주의 해소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볼 대목이 있을까요?
천정배 : 아직 그렇게 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순천 곡성의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야당, 그리고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가 비록 후보가 되지는 못했습니다만 호남 개혁정치의 복원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어요. 그런데 순천 곡성의 결과를 보면서 더욱 더 호남 정치의 개혁과 복원이 절실히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당의 문제점, 여러 가지 계파 정치라든가, 무기력, 침체, 이런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그것이 가장 심각하게 작동하고 있는 곳이 호남이거든요? 호남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호남 밖에서는 그래도 늘 새누리당이라는 당 밖의 경쟁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호남에서는 몇 십 년 동안 어떤 경쟁자도 없었습니다. 그저 깃발만 꽂아놓으면, 또는 막대기만 세워놓아도 당 공천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단 말이죠? 이 상황이 호남 정치를 굉장히 침체에 빠지게 하고 기득권에 머물게 했습니다. 이것을 확실히 개혁하고 그럼으로써 호남 정치를 복원해내지 않으면 호남 자신의 정당 권익도 보호하기 어렵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야당도 강한 야당이 되기 어렵고 정권 교체의 길을 뚫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아마 순천 곡성의 유권자들이 가지게 되신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당과 호남 정치인들이 더욱 분발해야 되겠죠.
이철희 : 네. 비대위를 꾸리게 될 텐데요. 비대위 구성을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
천정배 : 저는 기술적인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요. 이번에 비대위는 정말 당을 살릴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야 될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비대위가 그야말로 비대위인데 당의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지도부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만 좀 잘했으면 좋겠다, 하나는 비대위 수준에서부터 어떤 국가의 비전과 정책, 우리가 좀 소홀히 해왔는데요. 이런 문제들을 좀 많은 평당원들과 또 국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그런 구조를 만들어서 지금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고 그에 걸 맞는 국가 비전과 정책들을 만드는 작업, 이것들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또 하나는 이번에 결국 다음 당 지도부를 뽑게 될 거 아니겠습니까? 당권 경쟁을 하게 될 텐데 그 룰을 이 비대위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저는 과거처럼 해서는 뭐 그 나물의 그 밥이 돼서 당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이번만큼은 당의 민주적인 상향식 시스템, 전 당원 투표제, 지금 우리 당에 한 백만 당원이 있고 권리 당원만 해도 수십만에 달하는데요. 그 수십만 당원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해서 당 대표도 뽑고, 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비대위가 도입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당이 살아나고 다음 정권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네. 끝으로 짧은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천정배 전 대표님 혹시 당권 도전할 생각 있으십니까?
천정배 : 현재로써는 저는 지금 말씀드린 대로 어떻게 당이 전면적인 쇄신을 이루느냐, 이쪽에 전적인 관심이 있습니다. 이문제가 잘 되도록 저도 뭐 힘이 별로 없습니다만 당에 기여하고 싶고요. 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다음 생각할 생각입니다.
이철희 : 가능성을 좀 열어 두시는 거죠?
천정배 : 배제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고 있습니다.
이철희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천정배 : 네, 감사합니다.
이철희 : 네,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의 천정배 전 대표였습니다.
| 
천정배 TBS<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