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바로 알리기´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31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이 동영상을 본회의장에서 틀어보이며 교육용으로 사용하기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고, 정부 측도 이에 수긍해 사용금지´방침을 내렸다.
전교조 "APEC 정상회의 반대해야한다" 동영상 제작, 정부 "중립성 훼손 우려"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전교조 자료는 17분 29초 분량으로 APEC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국내외 지도자들을 희화화하며 APEC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보더라도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내용이 교육중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보느냐"며 정부의 대처 방안을 추궁했다.
- 문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의 일부분
김 의원은 "전교조 부산지부가 APEC정상회담 반대 수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고 학습안을 배포했는데 그중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한 자료는 단 1쪽에 불과하며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자료는 무려 30쪽에 이른다"며 "이 같은 내용의 동영상이 어떻게 교육의 중립성을 지킨다고 볼 수 있느냐, 교육 자료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진표 부총리는 "부적합하다. 이 자료가 계기교육에 쓰이지 않도록 지시하고, 쓰인다면 의법조치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며 이해찬 총리는 "어떤 맥락에서 그 자료가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얼핏 봐서는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한 캐릭터가 천박한 언행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동영상 속의 부시 대통령의 캐릭터는 ´퍼킹(fucking)´ 등의 비속어를 남발하며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이거 테러하는 새끼들 다 때려잡아야 돼" "(미국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역에서) 사람 많이 죽은 거 이거 테러 아냐?"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이 촛불 든 새끼들 다 테러리스트 아냐? 까라면 까야지" 등의 말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이 동영상은 결론으로 "APEC 정상회의는 기업가와 가진 자들만을 위한 것이므로 반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 "현장 확인 강력 요구" 방침, 전교조 "예정대로 수업하겠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이 땅의 어떤 부모도 저런 ´반교육적 교재´로 아이들이 세뇌되고 왜곡되는 선전선동의 대상으로 동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2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 교육위원회에서 먼저 철저히 조사해야 한 뒤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시하고 당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교육부총리에게 현장 확인을 강력히 요구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청문회를 열겠다고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전교조는 (APEC 찬성으로) 편향된 것에서 균형을 잡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북한 인권과 일본의 반역사적 발언에는 침묵하는가, 말이 안된다"며 "교육은 기본을 가르치는 것이지 욕설과 비속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충환 의원은 "우리가 현장조사 나가자, 교육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이성헌 사무부총장 또한 "매우 심각하다, 세심하게 분석해서 체계적으로 준비하자"며 "전국 학부모들에게 이 동영상이 적절한 것인지 물어보자"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 전교조 측은 "논란이 된다고 해서 공동수업을 철회하거나 홈페이지에 올린 공동수업 자료안을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동수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회적 현상을 바라볼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APEC 바로알기 측면에서 이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부산시 홍보자료와 APEC 반대 논리 자료를 나눠 준 뒤 각자의 주장을 요점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후 조를 짜 모의 APEC정상회의를 열어보는 식으로 11월부터 본격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공동수업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학생들에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교사들이 판단해서 여과할 것이며, 교사들이 단계에 맞게 수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