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희 경제정책비서관은 최근 언론의 힘은 위대하다. 국민들의 사고와 여론 형성에서 언론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오늘 아침신문의 주요 사설을 읽노라면 긴 터널 끝의 경기회복을 학수 고대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더더욱 비관하게만 될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일부 언론은 6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례 한국경제보고서를 다루면서 한국이 선진국 되기도 전에 주저앉는다는데 노 정권 방식으로 경제 못 살린다는 경고 OECD 경고 귀담아 들어야 등등을 사설 제목으로 뽑고 있다.
OECD가 발간하는 연례 한국경제 보고서를 직접 접할 길이 없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OECD가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경고하는 특별보고서를 발간한 것으로 생각하였을지 모른다. 일부 사설에서 OECD가 한국이 OECD 평균에 도달하기도 전에 저성장 기조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원문을 인용하는 듯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고서 원문을 훑어보아도 그러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보고서 원문에서는 한국경제가 지난 20년간 빠른 성장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이 OECD 평균의 1/3에서 2/3 수준으로 증가”하였으나 2003년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회복 지연이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전망에 우려를 야기해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한국이 선진국 되기도 전에 주저앉는다”고 OECD가 진단한 듯이 소개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OECD가 내다보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3-2012년간 4.6-5.2%이다. 이는 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회원국들의 2006년 평균 잠재성장률 2.5%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06년 기준으로 보면 조사대상 23개국중 아일랜드(4.9%)와 아이슬란드(4.9%)에 이은 3위의 성적이다. 만일 OECD가 내다보는 낙관적 시나리오처럼 구조개혁과 대외개방이 현 수준보다 더 진전되어 5.2%대의 잠재성장률에 달하게 되면 OECD 국가중 최상위권이다. 이런데도 OECD가 “한국이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고 진단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일부 사설에서는 참여정부가 OECD를 포함한 대내외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국문요약자료와 OECD 홈페이지의 영문 원본을 보면 OECD가 연례적으로 하고 있는 정책권고 내용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대책방향과 놀랍게도 흡사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OECD는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저금리 기조 유지, 재정건전성 유지, 지역균형발전, 혁신시스템 향상,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기업?금융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마치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운용방향의 주요 목차를 보는 것 같다.
OECD가 권고하고 있는 세부대책의 내용도 대부분 참여정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인 것 들이다. 예를 들어 OECD는 경제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금리인상이 부동산 가격 안정 목적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하고 있다. 정부가 누차 강조해온 것과 다르지 않다.
재정정책도 균형재정 달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한다. 균형재정 문제는 정부가 야당의 감세 주장에 시달리면서 힘겹게 대응해오고 있는 부분이다. 부동산 정책도 냉온탕(stop-and-go)을 오가면 안 된다고 한다. 이 역시 과거 냉온탕 정책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정부가 해오고 있는 일이다. 오죽하면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참여정부가 수도권규제와 출자총액제한제로 투자를 위축 시켰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및 출자총액제한제를 참여정부가 도입하였거나 강화하였는가? 참여정부는 오히려 지역균형발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속도에 맞추어 이와 같은 규제를 중장기적?단계적으로 정비하고자 하고 있다.
지역불균형 문제와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아직 잔존해 있는데 앞뒤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풀어버리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OECD가 수도권 집중 억제 시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수도권 규제의 전면 철폐가 시기상조임을 시사한다. OECD는 출자총액제한 문제도 추가적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연계하여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지역균형발전과 혁신”을 특별주제로서 다루고 있고 혁신시스템의 개선은 향후 생산성 및 성장률 향상의 요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참여정부만큼 지역균형발전과 혁신을 부르짖은 정부가 과거에 있었는가? 과연 노 정권 방식으로는 경제를 못살린다 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등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들이 그동안 수없이 제기해온 지적에 대해 이 정부가 한 번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은 보고서를 놓고도 옮기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사실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참여정부는 한국경제의 장래가 장밋빛이라고 낙관한 적은 없다. 오히려 성장잠재력의 저하 경향과 양극화 심화에 대해 우려하고 이에 대응한 중장기적 대책방향을 계속 고심하여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대로 미래를 위한 삽질은 하지도 않으면서 나라 경제의 앞날에 대해 턱없이 큰 소리만 해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도 좋고 이를 위해 권위있는 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는 철저한 사실에 입각하여야 할 일이며, 막연한 비판보다는 정책권고의 구체화를 위한 생산성 있는 토론이 절실한 시점이다.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서 미래를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만큼 우리가 처한 경제환경이 너무나 험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