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11일 국회기자실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방향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편지를 통해 연정을 처음 이야기 할 때는 여소야대 때문에 경제, 부동산 문제, 노사 문제 등 국정운영을 못하겠다며 연정을 하자고 하더니, 이틀 뒤 언론 간담회와 어제 문희상 열린당 의장의 회견에서는 지역구도를 타파할 선거제도를 합의하면 야당에게 총리를 내주고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을 하겠다고 말했다.
어느새 국정운영 방해의 주범이 여소야대 에서 선거제도 로 돌변했다. 그렇다면 중 대선거구제가 되면 여대 가 보장된다는 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런 식의 초점이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10월 측근 비리가 불거지자 눈앞이 깜깜했다며 재신임 국민투표를 요구하더니 바로 다음날 야당이 발목을 잡아 제대로 못하겠으니 국민들이 판단을 내려 달라며 재신임 국민투표의 초점을 바꿨다. 하루 사이에 ‘측근비리’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로 돌변한 것이다.
이런 식 초점 바꾸기로 혼을 빼놓는 것이 노무현식 변칙정치의 본모습이다. 이제 또 다시 어떤 쪽으로 초점을 바꿔갈지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노 대통령은 럭비공을 변화구로 울퉁불퉁한 지면에 던지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세 가지 변칙이 겹친 트리플 변칙이다. 국민은 방향을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야당에게 내각제 수준의 실권을 가진 총리를 주겠다고 하는데 지난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의 노선과 이념, 정강정책과 공약을 보고 투표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만일 노 대통령의 말이 현실화 된다고 가정하면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어 준다는 것인가.
그럴 경우 국가보안법은 어떻게 되고 햇볕 정책은 어떻게 되고 노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국토균형발전은 어떻게 되고, 행정수도 건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나라당 출신의 총리가 주도하는가, 노 대통령이 주도할 것인가.
2002년 대선에서 국민은 민주당 정권 을 만들어 주었는데 대선 때 존재하지도 않았던 열린당 정권 이 되더니 이제 한나라당 정권이 되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을 탈취해서 자기 마음대로 한나라당에게 주겠다는 것인가. 5년 임기 동안에 집권당이 두 번이나 바뀌고 총리를 또 다시 다른 당에 주면 집권당이 몇 번 바뀔지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선거의 의미는 없어지고 정당 책임정치는 실종되고 말 것이다. 극도의 정치 허무주의가 만연할 것이다.
정치는 단순한 권력 추구가 아닌 가치가 담긴 권력 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치가 실종되면 한국정치는 ‘야만의 게임 야수의 게임 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