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미디어 정치시대에 살고 있다. 미디어와 정치는 별개가 아닌 하나의 몸뚱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상호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 특히 방송이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불문가지다.
특히 이번 17대 대선은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과거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선거 대신 미디어 정치가 더욱 활성화될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TV방송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대선을 얼마나 공정하게 치를 수 있는가 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TV방송의 대선 선거보도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불공정 보도, 즉 보도의 편파성 문제이고, 또 하나는 유권자가 필요로 하는 후보자의 자질, 정책, 비전 등 본질적인 정보보다 악성루머나 흑색선전, 상호비방, 인신공격 등 주변적이고 흥미 위주의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소재에 대한 무책임한 보도행태이다. 결국, TV방송의 선거보도에 있어 최고의 화두는 공정성의 문제로 집약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TV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17대 대선 관련 TV방송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직선거법’이다. 공직선거법 제8조를 보면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규정하고, 이와 관련하여 제8조의2에서는 방송위원회로 하여금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거일전 120일까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선거일후 30일까지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는 오는 8월 중순경 방송위원회에 선거방송심의위가 설치되어 운영될 텐데, 문제는 지금까지의 운영경험에 비춰볼 때, 선거방송심의위가 실질적으로 TV방송의 편파와 불공정 보도에 대해 즉각 소집되어 신속하게 심의, 의결한 사례가 과거에 거의 없었고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는 데 있다.
이런 부실한 운영은 결과적으로 선거에서의 편파보도로 이어져 당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의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측에서 제기한 각종 묻지마식 폭로를 방송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결정적으로 하락시켰음에도 선거방송심의위가 일련의 편파방송 에 어떠한 경고나 조치도 하지 않았고, 노무현 후보는 당선됐다.
지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김대업발 마타도어’에 대해 언론, 특히 방송의 무책임한 중계방송은 정치권력과 방송간에 이루어진 정치공작에 대한 묵시적 카르텔이 아니었는지 의심된다. 야당 후보에 대한 중상모략이나 근거 없는 사실의 조작, 유포로 상징되는 마타도어에 대한 검증노력 대신 무책임하게 편성?보도한 것은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명제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라는 치부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여권으로부터 義人으로까지 떠받들어진 ‘병풍’의 주인공 김대업은 2004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 10개월 선고받았다. 또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김선용, 김교식 등은 각각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한편, 이회창씨가 최규선으로부터 20만불을 받았고, 이에 대한 증거물로 녹취 테이프가 있다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던 설훈 前의원은 대선이 끝나고 나서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당시 KBS토론회 등 방송에 나와 이를 마치 사실처럼 유포했던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 당직자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 권세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를 일삼는 몹쓸 정치공작과 이를 그대로 받아쓴 방송의 보도내용은 대선이 끝난 지금, 모두 거짓이었고 정치사기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은 그놈의 헌법’을 탓하며 깽판치고’막가자는’ 쪽 팔린’대통령을 모시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 대해 지금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책임은 고사하고 마타도어의 당사자인 설훈 前의원은 얼마전 3.1절 특사로 사면까지 받지 않았는가?
이런 연유로 우리 한나라당은 ‘허위사실로 인한 당선무효’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발의하게 된 것이고, 방송위원회의 선거방송심의위가 실질적으로 기능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한편 방송에 의한 또 다른 불공정 편파보도 사례는 지난 총선에서 방송3사의 탄핵 불공정 보도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결정적으로 여당 편들기에 앞장섰다는 점이다.
방송위원회는 2004년 3월,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대통령 탄핵 방송 보도에 대해 방송3사의 편파보도 여부에 대해 방송법과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공정성 기준에 의거한 신속한 결론을 스스로 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방송눈치, 권력눈치 보기로 일관했다.
탄핵방송의 편파성 여부에 대해 방송위가 자체적으로 결론내리지 못하고, 재빨리 한국언론학회에 편파성을 조사해 달라고 용역을 주었다가 그 조사 결과가 “탄핵방송이 극단적·파괴적 편향성을 보였고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성을 잃었다”는 걸로 나타나자 당황하며 여당 추천 몫이었던 이효성 당시 방송위원회 부원장이 "기계적 균형을 근거로 방송 공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라고 억지논리를 전개했다. 결국 2004년 7월 2일 전체회의에서 “탄핵방송은 심의대상이 안 된다”며 언론학회 보고서 채택을 각하해 정치권력에 굴복하는 맥빠진 결론을 내렸다.
이는 방송위원회의 방송위원 구성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방송위 산하에 구성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한계를 극명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위, TV방송의 공정성 확립을 위한 지침 마련 서둘러야
결국,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TV방송의 공정성을 지켜내려면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의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보강되어지는 동시에 위원회 활동에 대한 엄격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1. 먼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구성되는 선거방송심의위는 ‘17대 대선 TV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지침과 활동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제시하고 실질적 활동을 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또한, KBS MBC SBS 등 방송3사에게도 ‘대선 공정보도 지침’을 사전에 마련토록 하여 위원회가 철저한 관리감독을 병행해야 한다.
2. 동시에 이번 대선에서 편파방송의 우려가 깊은 범여권이 벌이는 위장, 기획탈당쇼에 이은 대통합 정치이벤트 그 자체에 대한 홍보성 방송보도는 철저히 금지하고 감시할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최근 전직 대통령인 DJ에 이어 현직 대통령까지 한나라당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등 실정법은 물론 정치도의를 넘어선 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를 요청해야 한다.
또한, 본격적으로 예비선거가 이어지는 선거운동 기간에 자칫 편파성 불공정 보도로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를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묵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3년 7개월만에 해체되는 ‘100년 정당’ 의원들의 위장탈당의 본질이 다름 아닌 이합집산을 통해 재집권을 노리는 꼼수임을 국민에게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 단순 정치 쇼를 릴레이 보도하는 현상을 넘어 ‘왜’라는 본질을 말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역할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해체는 노무현 정권의 국정실패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정작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위장 폐업이며 탈당쇼에 다름아니다. 이를 숨기며, ‘대통합’ 운운하는 것의 자기모순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공정하고 심층적인 방송보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려되는 KBS의 편파방송
한편, 간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국민 대상 영향력 측면에서 부동의 1위인 국가기간방송, KBS 보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 바로미터 중 하나가 바로 현재 방송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1위에 선정되어져 있는 KBS 정연주 사장이 이번 대선에서 과연 공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정 사장은 노무현 정권 초창기인 지난 2003년 낙하산으로 KBS사장에 선임된 이후, 지난해에는 경찰의 삼엄한 호위 속에 국민공모를 가장한 엉터리 절차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사장에 재임명 되었다. 국민들에게 사추위를 만들겠다고 공표한 뒤 정당한 이유없이 폐지하고 청와대의 각본대로 KBS 이사회가 재량권을 남용해 정 사장을 임명제청해 권력의 시녀이자 편파 인사를 국가기간 방송사에 앉힌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고집한 현 정권이 바라는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결국, 현 정권의 재집권만이 유일한 살 길임을 인식하는 정연주 사장은 이번 대선에서 더욱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여권후보 편들기 방송을 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연주의 KBS, 최악의 경영적자도 부족해 최악의 양심불량 자행
정연주 사장 재임중 KBS는 경영실적에 있어 2004년 638억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영적자를 기록해 무능력의 대명사로 스스로를 낙인찍혔다. 같은해 MBC는 656억, SBS는 359억의 흑자를 냈던 점에 비춰보면 참담한 기록이다. 1973년 KBS가 중앙방송국에서 한국방송공사로 독립된 후 사상최초로 국민세금 93억5천만원이 방송위로부터 지원되는 치욕스런(?)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KBS의 수장인 정연주 사장은 2005년도에도 대규모 적자 발생이 예상되자, 임원진들과 함께 20%의 임금을 자진삭감 반납하겠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하지만 2005년말 법인세환급분 등 경영외적인 요소로 흑자로 전환하자마자, 2006년 1월 개최된 KBS 이사회에 슬그머니 삭감된 임금반납을 요청해 한꺼번에 돌려받는 비양심적 행위를 자행하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연출한 바 있다.
이렇게 정연주 사장과 임원진 등 KBS 경영진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이 KBS광주방송총국의 직원은 2002년 2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4년 10개월간 무려 11여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국가기간방송, KBS의 기강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2005년 3월에는 KBS 노무팀이 노조 회의를 불법 도청해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정연주 사장의 KBS는 철저한 내부혁신과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자기혁신에 관심을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부사장제를 신설해 임원진 조직을 방만하게 늘리고, 수신료 인상을 통한 손쉬운 적자보전책 마련에만 집중하고 있어 시민사회와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금년초에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운영법’에서 KBS에 대한 예외조항을 시행령에 반영시켜 달라고 국회를 비롯한 여야정당 지도부, 기획예산처 등에 KBS 기자 등을 총동원해 집중 로비를 벌인 바 있다.
물론 KBS가 언론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는 점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기본적으로 100% 국민의 세금으로 출자된 정부투자기관이란 점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예산 편성과 결산에 대한 관리감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편파방송이 우려되는 KBS, 국민과 국회의 엄격한 통제 받아야 -
연말에 치러지는 17대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방송3사 중 KBS가 공정한 대선보도를 천명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편파방송의 배후로 지목받아 온 KBS 정연주 사장은 스스로 ‘KBS의 투명하고 공정한 대선보도 방침’을 마련해 국민 앞에 제시하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또한 KBS 등 방송은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본격화 한 소위 ‘메니페스토’ 정책 선거를 이끄는 선거보도를 실천해 이번 대선이 후보자와 정당간 정책과 비전으로 유권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여권의 위장탈당과 대통합 정치쇼를 개혁이라 보도하고 야권 후보의 인신공격성 흑색선전 등을 철저히 배격해 금년 대선에서는 국민들에게 공정한 방송을 통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KBS가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이를 위해, 방만한 KBS 예산 운영에 대한 국민과 국회 차원의 통제를 받게 해 투명한 국가기간방송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국가기간방송법과 방송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이 발의했고, 현재 국회 문광위에 계류 중인데 금번 6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17대 대선과 방송 공정성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