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 선거에는 정당마다 후보를 한 사람씩만 내놓기 때문에 간편하다면 간편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국회의원 선거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비례 대표로 선출된 전국구 의원들도 꼭 같은 국회의원 자격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역구 없이 보람 있는 의정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미국 하원의 의장으로 다년간 정치에 참여한 팁 오닐은 은퇴하면서 그의 저서에서 “모든 정치는 지역을 배경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었다. 두둔해 주고 밀어주는 지역구 없이 정치인이 마음껏 활약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정당정치를 향해 갈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도 국회로의 진출은 모든 정치인의 지상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판은 정강. 정책이 확립된 정당들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의 공천을 따내려는 치열한 싸움이 자칫 잘못하면 기존의 정당들을 둘로 혹은 셋으로 갈라놓아 제대로 정당 구실을 못하게 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의원직을 봉사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자격이야 있건 없건 우선 당선돼야겠다는 소인배들이 날뛰기 때문에 가까스로 대통령 하나 제대로 뽑아놓고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생긴다면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호는 난파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 아닌가. 국회의원이 뭐 길래, 이러다 당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겠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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