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는 국민을 기만하는 FTA빈준동의안 상정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한미FTA비준안이 상정됐다. 민주노동당의 회의실 점거로 장소까지 옮긴 끝에 통과됐다고 한다. 지난 5일 비준안 상정을 예고하며 김원웅 통외통위원장은 “미국의회의 한미FTA 비준처리동향을 지켜보며 국내처리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비준안 통과는 결정된 사실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 국익 부합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는 뻔뻔한 발언을 했다. 결과를 정해 놓고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의 안하무인 FTA비준동의안 상정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한미 FTA협상이 타결된 지 8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FTA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준비도 하지 않았다.
태안삼성기름유출사고’ 두 달 만에 태안의 주민은 자살했다. 두 달간의 경제터전의 상실이 목숨 값 보다 무거웠던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수위 앞엔 삶의 터전을 빼앗긴 수많은 이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그토록 자신하던 FTA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농어촌과 노동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들을 위한 대책은커녕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대통령선거에만 열을 올렸고 정치적 경쟁에만 매몰됐다.
한미 FTA사안에 있어 미국을 곱게 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문화만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선 예비후보들은 선거기간에도 철저히 국익을 계산하며 FTA에 대한 찬반을 따졌다. 힐러리 공화당 예비후보는 자신의 주 지지 세력인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한미FTA의 수정을 강력히 주장했다.
우리 정치인들은 “미국의회의 한미FTA 비준처리동향을 지켜보며 국내처리 시기를 조율”하며 정쟁만을 일삼아오다 불쑥 비준처리동의안을 상정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이고, 어느 나라 국회인가?
한미 FTA의 득실을 계산할 때 항상 등장하던 초일류기업 삼성은 초일류비리기업임이 들어났다. 게다가 태안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아 놓고선 나 몰라라 하는 무뢰한이었다.
미국의 환경단체에 의해 공개된 미국의 도축장의 모습은 정부가 설명한 그것과는 정 반대였다. FTA에 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근거는 이 말고도 수없이 많다. 금치산자가 아니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FTA비준동의안을 상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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