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李明博 대통령에게 4.9 총선 결과는 黃金의 정치적 機會
4.9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李明博 대통령에게 그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절묘하기 짝이 없는 황금의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총선거 결과를 좁은 의미에서 음미한다면 李明博 대통령에게 우울한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은 한나라당이 직접 확보한 의석이 과반수를 겨우 3 석 넘겼을 뿐 아니라 그 안에는 朴槿惠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선자들이 30여 명 포함되어 있고 또 당 밖의 ‘친박연대 친박무소속 당선자들도 30 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 정립이 잘못 되면 李明博 정부가 국회에서 원내 안정과반수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이번 4.9 총선 결과가 이 대통령 앞에 펼쳐 놓은 그림은 그렇게 암울한 것이 아니다. 사실은 당외의 친박 세력이나 李會昌 씨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이나 이념적으로는 모두 ‘보수 우파’의 같은 우물 물을 마시는 동질적 정치세력이다. 실제로 당선자와 차점자 사이의 표차가 530만표, 좌우로 크게 나누었을 때 득표 비율이 34.6% 대 63.4%의 엄청난 표차를 보여주었던 작년 12월19일의 제17대 대선의 큰 물결에 편승하기만 했다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00석을 상회하는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떼어 논 堂上’이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밥상을 차버린 것은 한나라당 자신이었다.
이번 총선거 결과는 작년 대선 경선 때부터 李明博 후보가 그의 도전자였던 朴槿惠 전 대표에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약속했으면서도 그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당내에서 그의 지지세력을 관리하던 사람들이 朴槿惠 전 대표를 상대로 때 아닌 당권 경쟁’을 벌려 엉뚱한 개혁’을 구실로 이번 총선 후보 공천을 이용하여 오히려 당내의 朴槿惠 지지 세력을 축소하여 왜소화시키려 한 것을 李明博 대통령이 수수방관한 데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李明博 대통령의 정치적 활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분명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섭리’가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때 아닌 ‘당권 경쟁’으로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었던 한나라당 압승의 길을 차단한 세력들을 유권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물을 먹인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갖는 정치적 함의 가운데 하나는 그 결과로 총선 이후의 정치판도에서 그들이 또 다시 한나라당 내의 당권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李明博 대통령이 이 상황을 善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새 국회에서 각기 20석 전후의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앞으로도 이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라는 2개의 독자적 원내교섭단체가 일단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야 말로 李明博 대통령이 과감하게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정치적 제휴를 모색할 때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들과의 정치적 제휴가 성사되기만 한다면 李明博 대통령은 원내에서 200석 또는 그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 발걸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李明博 대통령 스스로가 朴槿惠 전 대표에게 그 동안 그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약속이 이행되지 못 했던 데 대해 진솔하게 사과 내지 유감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는 성실하게 그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자세로 다가서는 것이다. 李明博 대통령이 자유선진당의 李會昌 대표와도 朴槿惠 전 대표와 같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을 포함하여) 사이의 관계는 앞으로 ‘친박’ 의원들의 당 복귀 문제의 향배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동안은 한나라당이 당외의 친박연대’ 및 자유선진당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국정 전반에 걸쳐 이들과의 사전 사후 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체제를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와 관련하여 특히 李明博 대통령이 눈여겨보아야 할 상황이 있다. 그것은 이번 총선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 주한미군 철수 - 평화체제 건설 - 연방제 통일론”이라는 소위 북한판 4대 정치적과제’를 복창하던 386 전대협 한총련 전국연대 출신을 비롯하여 ‘대북 퍼주기’와 남한 사회 붉게 물들이기’에 신들려 있던 친북 좌파’ 성향 후보자들을 유권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마치 메스로 도려내듯이 도려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작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좌파 퇴출’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이번 총선까지 덮어 버렸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보여 준 이 같은 엄청난 선택의 정치적 함의는, 물론 그 동안의 盧武鉉 정권의 경제적 失政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이전 정권의 친북 좌경’ 노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과 위기감의 폭발이 이번 정권교체의 거대한 동력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李明博 대통령은 그가 강조해 마지않는 경제 제1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이와 병행하여 국정 전반의 右旋廻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시책을 강구하는 것이 국민들 사이에 안정감을 심어주는 요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李明博 정부는 이 같은 국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그 동안 지난 10년간 두 개외 친북 좌파’ 정권에 의하여 훼손되고 유실된 국가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을 다투는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민주 통일과 함께 그 전제조건으로 북한 민주화에의 비젼이 제시되어야 하고, 과거사 전반에 대한 대한민국적 시각에서의 재조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중 고등학교의 근 현대사 교과서가 새로이 씌어지고 ‘전교조’가 해체되어야 할 뿐 아니라 대북 경제협력과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은 투명성이 확보된 가운데 국민적 동의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희망적 이상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령, 한나라당내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엉뚱한 책임 추궁전이 전개되고, 만의 하나, 李明博 대통령 스스로가 그 같은 책임 추궁전의 수렁에 빠져 드는 가운데 당외의 ‘친박’ 당선자들을 상대로, 예컨대 선별적 복당론’과 같은 것을 가지고, 또 평지풍파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6월에 개원하는 제18대 국회에서 실질적으로 1988년 4.26 총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13대 국회 때의 ‘여소야대 4당구조가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李明博 대통령의 앞길은 험난한 진흙구덩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李明博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다.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朴槿惠 전 대표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李會昌 자유선진당 대표와의 정치적 제휴를 성실하게 고려해 주기 바란다.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http://www.dblee2000.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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