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당의 화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계시는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지금 우리 한나라당은 지난 5월 9일 강재섭 대표가 발표한 대선 후보 경선 룰 중재안을 둘러싸고 대선주자들간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 중재안을 대선주자간 합의 없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의안에 대한 상정권을 갖고 있는 의장으로서 중재안이 대선주자간 합의가 없이 표결로 결정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힙니다.
그 이유는 첫째, 게임의 룰에 관한 원칙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룰은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들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만약 게임의 룰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게임의 룰은 다수를 점한 강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것은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부침 많은 정치사에서 격렬한 여야대립으로 대화조차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게임의 룰이라 할 수 있는 선거법만은 다수결에 의하지 않고 여야합의에 의해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수결에 의해 선거법이 강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불공정한 경쟁이 되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같은 당내에서 대선 경선 룰에 대한 수정안을 대선주자간 합의 없이 표대결로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존하는 경선 룰을 전제로 하여 일단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에는 그 경선 룰을 바꾸지 않는 것이 상식이며, 만약 변경한다면 주자들간의 완전한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만일 주자들간의 합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다수결에 의하여 경선 룰을 변경시킨다면, 차후 패배한 다른 쪽에서 수적 우세에 있을 때 경선 룰 변경안을 들고 오는 경우에 이를 또다시 표결에 부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인데, 이렇게 자기가 유리할 때마다 경선 룰을 변경한다면 결국 그 경선 룰은 누더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둘째, 대선주자간 합의 없이 표결을 통해 대선 경선 룰 변경을 밀어붙인다면 당내 분열과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급기야 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원래 “중재안”이라고 하는 것은 대선주자들이 합의할 때에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중재안을 표결에 붙여 강행처리한다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선주자측에서는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당의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질 것이 너무나 뻔한 것으로 급기야는 당이 갈라지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는 국민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불신감만 팽배시키고 국민들이 우리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한나라당에게는 너무나 큰 불행인 동시에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고 희망의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들께는 너무나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셋째, 우리의 자랑스런 대선주자들은 대선 경선 룰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인품을 가지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대선주자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당을 사랑하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입니다. 개인적인 이기심에 사로잡혀 당과 국가를 망칠 분들이 결코 아닙니다.
대선주자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선 경선 룰에 합의해 우리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을 아름다운 축제로 만들고 정권교체를 통한 반듯한 국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을 것임을 저는 믿습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이러한 뜻과 의지는 오직 당의 분열을 막고, 우리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진심어린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서는 잘 이해해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당과 국가를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현명한 혜량(惠諒)이 있으시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대통령 경선을 한바탕 축제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