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월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불능화 조치를 중단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이후 지난  22일 국제핵사찰단원들에게 영변 핵 시설의 감시카메라와 봉인 제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3일에 개최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과 이란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핵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대화 또는 제재뿐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문제와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매우 혼란스럽다. 정부는 지난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6자회담 경제 에너지지원 관련 남북실무협의 후에는 북한의 핵불능화 복구가 가속화되면 경제 에너지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3일 뉴욕에서 유명환 외교부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장관과 만나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온건한 대응기조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북핵 불능화 문제와 관련된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갈지자 행보는 근본적으로 대북정책의 원칙과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적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핵불능화 중단 및 복구 움직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주당의 개성공단 방문과 민간단체의 방북 등 대규모 방북을 잇따라 허용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금강산 관광특구에서 발생한 박왕자씨 피격사건이후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하여 대규모 방북을 불허한다는 입장에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선진당은 24일 정부가 대북현안에 대해 취하고 있는 이같은 모호한 입장을 강력히 규탄하며, 분명한 입장과 원칙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또한 대규모 방북을 불허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불과 수개월 사이에 아무런 해명도 없이 뒤바뀐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명확한 해명과 향후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분명하고도 일관된 원칙과 철학을 보여주길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