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자포럼 기조연설…공공사업 조기집행·SOC 대폭 투자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국제 금융위기와 관련, 한국은행과 함께 외화는 물론 원화 유동성을 충분하고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은행들의 해외차입에 대한 지급보증도 과감히 실시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원천적으로 걷어낼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추가조치를 선제적으로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도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한국도 국제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나 정부는 선제적이고 충분하며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고,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대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역할 대폭 강화…본격 내수 활성화
이 대통령은 특히 “세계적 실물경제 침체 조짐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도 대폭 강화해 본격적인 내수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미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도 수정해 공공프로젝트를 조기에 집행토록 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지원을 확대하고 서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정부에게 부여된 역할과 의무를 총체적으로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금의 국제금융구조는 ‘적벽대전’의 연환계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 해법과 관련, “지금의 금융위기는 본질이 세계적인 만큼 해결 역시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뒤 삼국지 ‘적벽대전’의 연환계(連環計)를 소개하며 “수많은 배를 하나로 연결해 적과 싸우려 했던 이 전략은 순풍을 탔을 때는 강력했지만 역풍을 타고 불어온 불길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국제 금융구조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서로 연결된 개방경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화재를 미리 차단할 예방책을 만들고, 불이 나더라도 조기에 진화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왑 협정 ‘국제공조의 힘’ 보여준 사례
이 대통령은 이어 “11월 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될 20개국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제공조가 전향적으로 이뤄지고 새로운 국제금융체제에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과 공유의 질서가 돼야 함을 설득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신흥국가로서는 세계 최초로 미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 달러와 원화를 맞교환키로 합의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국제공조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일본과도 금융협력을 이끌어낸 우리 정부는 올 연말을 기해 EU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예상 되는 등 국제사회와 여러 형태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외에도 ‘저탄소 녹색성장론’를 소개하며 “기후변화와 자원위기는 모든 나라가 함께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전 인류적 과제로, 정부는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면서 새로운 21세기 성장동력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건국60년 기념사업회와 외교안보연구원이 주최하는 세계지도자포럼은 각국 전직 정상과 석학들을 초빙해 우리 현대사를 평가하고 선진화를 위한 국가전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를 비롯해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행사 참석차 방한한 나라야나 무르티 인도 인포시스 창업회장, 존 쏜튼 브루킹스연구소 이사회 의장, 루벤 바르다니안 트로이카 투자은행 회장을 대통령 국제자문위원(Global Advisor to the President)으로, 고촉통 전 총리를 ‘한국의 친구’로 위촉했다.
<이 대통령의 세계지도자 포럼 기조연설문 전문>
이명박 대통령 기조연설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과 한국
존경하는 각국 지도자 여러분, 세계적 석학과 국제기구 대표 여러분, 그리고 함께 하신 모든 내외 귀빈 여러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세계지도자포럼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동양에서 60년은 한 순환의 마무리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 뜻 깊은 해에 출범한 우리 정부의 역사적 책무감은 그래서 더욱 막중하게 다가옵니다.
5천년을 내려온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 60년은 참으로 짧은 순간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시기가 우리민족의 저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은 매우 어렵고 혼란스러웠지만, 우리는 당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웠습니다. 한국 전쟁으로 온 나라가 황폐화되고 같은 민족끼리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자유와 평화라는 소중한 가치를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세계가 경탄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규모는 750배, 1인당 국민소득은 300배나 넘게 늘었습니다. 이제는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숱한 시련과 아픔이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좌절하지 않고 이겨냈고, 결국 이 땅에 자유 민주주의를 굳건히 뿌리 내렸습니다.
이러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피와 땀과 열정으로 이뤄낸 결실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60년’을 향해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북 분단을 뛰어 넘어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고, 법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며, 세계가 존중하는 글로벌 국가로 나아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 국민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제사회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웠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원조와 차관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나라가 베풀어 준 지원과 협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난 60년의 성취를 통해 여실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력과 국제적인 위상에 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ODA를 착실히 늘려, 오는 2012년에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정식으로 가입하게 됩니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따라가는’ 나라에서 ‘이끄는’ 나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의 번영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앞서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세계 지도자 여러분!
잘 아시듯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파급되면서 모든 나라들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무엇이며 해법은 무엇인지, 국제사회가 인식과 행동을 공유할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금융위기는 그 본질이 세계적인 만큼 그 해결 역시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 깊어진 만큼 상호취약성(inter-vulnerability)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세계최대의 전쟁 중 하나로 꼽히는 적벽대전의 연환계가 연상됩니다. 수많은 배를 하나로 연결해서 적과 싸우려 했던 이 전략은 순풍을 탔을 때는 매우 강력했지만, 역풍을 타고 불어온 불길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국제금융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연결된 개방경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화재를 미리 차단할 예방책을 만들고 만약 불이 나더라도 이를 조기에 진화할 메카니즘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제가 지난 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세계적 차원의 협력과 함께 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을 역설했던 배경입니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를 구실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자고 주장했습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각국이 보호무역의 벽을 쌓은 결과 세계 경제 침체가 더욱 악화되었던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물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정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로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국제적 공조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월 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될 20개국 세계금융정상회의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짜는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을 포함해 세계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제공조가 전향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국제금융체제에는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과 공유의 질서가 되어야 함을 설득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신흥국가로서는 세계 최초로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 달러와 원화를 맞교환키로 합의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국제공조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일본과도 금융협력을 이끌어낸 우리 정부는 올 연말을 기해 EU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예상 되는 등 국제사회와 여러 형태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이 세계 경제가 위기 이후(post-crisis) 의 새로운 틀을 짜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세계지도자 여러분!
한국도 국제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선제적이고(preemptive), 충분하며 (sufficient), 단호하게(decisive) 대처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종합적인(comprehensive) 대책을 펴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정부는 한국은행과 함께 외화는 물론 원화 유동성을 충분하고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은행들의 해외차입에 대한 지급보증도 과감히 실시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원천적으로 걷어낼 것입니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추가조치를 선제적으로 발동할 것입니다.
세계적 실물경제 침체조짐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도 대폭 강화하여 본격적인 내수활성화에 나설 것입니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도 수정해 공공 프로젝트를 조기에 집행토록 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대폭 늘릴 것입니다.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지원을 확대할 것입니다. 서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정부에게 부여된 역할과 의무를 총체적으로 다하도록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세계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금융위기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와 자원위기입니다. 기후변화와 자원위기는 모든 나라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전인류적 과제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면서, 새로운 21세기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합니다. 지난 8월15일 건국 60년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 전략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한 배경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에너지 효율화 기술, 환경오염 저감 기술 등 녹색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경제·산업구조를 고도화 시키고, 나아가 삶의 양식을 저탄소형으로 전환하는 국가발전 전략입니다.
저는 녹색성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과 환경개선, 국제사회와의 협력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있는 발걸음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녹색기술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세계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녹색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 국가와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민간은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공정하고 경쟁적인 인프라와 시장 그리고 제도를 조성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또한 녹색기술을 폭넓게 공유해 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구는 인류 모두의 집이고 기후변화는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같은 관점에서 유엔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후변화와 녹색기술과 관련된 국제기구의 신설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NGO의 국제적 활동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이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입니다.
존경하는 세계지도자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이 같은 구상이 잘 이루어지도록 여러분의 조언과 협력을 기대합니다. 오늘 모쪼록 활발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한국의 가을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며, 매우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머무르시는 동안 한국의 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기시는 기쁨도 함께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포럼에 참석하신 세계 지도자와 각계 석학 여러분 모두를 다시 한 번 환영하며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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