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정용석
우리 정부는 독자적이며 단호한 대북 응징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하며 동시에 서방 주요 우방국들과 국제공조를 펼쳐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와 대다수 언론이 북한과 중국의 특수 관계를 몰라도 너무 몰라 답답하기 그지 없다. 단순히 답답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북·중 정책에 크나 큰 혼선을 자초한다는 데서 중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북한과 60여년 동안 공고한 혈맹관계를 유지하며 북한의 착실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치 중국이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중립 노선을 취할 수 있는 국가로 착각한다.
천안함과 관련한 대북 제재에 있어서 북한 소행이란 물증이 나오면,“중국도 국제사회에서 북한만 편들 순 없다.”는 허상에 들떠있다.
우리 정부와 언론이 북·중 관계를 헛짚는 과오는 천안함과 관련한 국제공조 추구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4월30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이 외부폭발에 의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측에 사전에 알리겠다.”면서 중국의 국제공조 협력을 요청하였다. 마치 중국을 혈맹처럼 간주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 후 주석은 천안함 희생자와 가족들에게“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관계자와 언론은 남의 집 초상에 의례적으로 던 진 후 주석의 조의 몇 마디에 크게 고무되었다. 후 주석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협력해 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 것이었다. 그 기대는 3일만에 허깨비 였음이 드러났다. 후 주석이 이 대통령과 만난 지 3일만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북경으로 초대해 북.중 유대를 만방에 과시했다는데서 그렇다. 후 주석은 김정일의 방중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과 대화하면서도 김의 방중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이 대통령의 대중 우의 표출을 짓밟은 것이다. 후 주석은 천안함 응징에 대한 논의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중국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 편임을 과시하려 했다. 우리 언론들도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 제재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후 주석이 곧 바로 김정일을 중국으로 초청하자 크게 낙담하는 반응이었다. 후 주석에게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언론 매체들은 후 주석의 김정일 초청으로‘천안함 국제공조’가 흔들린다느니, 한·중‘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흔들린다' 느니 섭섭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 정부와 언론의 중국에 대한 기대와 좌절 표출은 북·중 특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채 중국이 천안함 응징에서 한국측 입장을 지지해 줄 것으로 잔뜩 기대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이며 북한을 떠받쳐주고 있는 맏형임을 간과한 때문이다. 나는 10개월 전인 2009년 7월13일 konas.net에 기고한 ‘중국에 의존한 북핵폐기 환상 버려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한‘환상'을 버리라고 강조한바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중국의 "미(對美)·대한(對韓) 견제의 고리로 이용하기 위해 겉으로는 반대하면서도 은밀히 묵인 내지 부추긴다."고 경고했다. 중국에 대한 착각은 이명박 정부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 이전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정부도 모두 그랬다. 북한의 1차 핵무기 사태가 벌어졌던 1994년 3월 김영삼 정부의 한승주 외무장관도 중국을 마치 한국의 우군처럼 착각했다. 그는“중국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며 “김영삼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통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당시 미국 등 우방국들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자 나서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반대하였다. 김영삼 정부의 중국에 대한 기대도 곧바로 사막에 뜬 신기루 였음이 드러나고 만 것이다. 당시 중국의 북한 싸고돌기가 없었더라면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 의해 물매를 맞고 박살났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천안함 응징과 관련해 중국의 공조를 기대했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 북 중 특수 관계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노정시켰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중국에 국제공조를 요청한다는 것은 적장(敵將)의 맏형에게 적 진지의 후미를 공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한국과 중국간의 경제교류는 미국과 일본을 앞선다. 관광과 문화교류에 있어서도 매년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를 끈끈히 맺고 있으며 중국 자체의 공산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을 희생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남한과 교류하지만 정치 이념적으론 적대관계에 있다. 그래서 중국은 철저히 정경(政經) 분리원칙으로 한국을 대한다. 경제적으론 교류 대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적이라는 것 그것이다. 6자회담에서도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중도적 위치에 있는 시늉을 내면서도 결정적 시기에 가서는 북한 손을 들어주곤 하였다. 6자회담에서도 참가국들이 북한을 심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까닭도 중국의 능글맞은 북한 엄호에 기인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핵이나 천안함 응징과 관련해 겉 다르고 속 다른 중국에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신기루를 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국을 외교적으로 활용은 하되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니,“중국도 북한 편만 들 순 없다”느니 하는 따위의 환상은 접어야 한다. 그 대신 우리 정부는 독자적이며 단호한 대북 응징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하며 동시에 서방 주요 우방국들과 국제공조를 펼쳐나가야 한다. 중국은 적장의 맏형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