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최경선
反 국가활동, 정부비난, 친북시위 등 불법 난동 재현 우려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과 나이지리아 16강전이 있던 날 새벽, 일부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은 확성기를 들고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며 곤히 잠든 국민들을 깨우고 다녔다. 그 시간 맘 편히 잠을 잤던 사람들은 매국노로 몰릴 판이었다.
그 시간 잠에 빠졌던 이들 중에는 몸이 아픈 환자도, 낮동안 격무에 시달린 노동자도, 이제 막 잠든 아기도, 매일 새벽을 깨우며 남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개정안 처리가 지난 29일 임시국회에서 무산됨에 따라 7월 1일부터 야간집회가 허용되게 되었다. 새로운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야간 옥외집회는 시간에 관계없이 허용된 것이다.
야간 집회 금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사회질서를 파괴해 혼란을 조성하려는 일부 극력 세력의 파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고, 야간 집회 금지 반대 측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는 기본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헌법에서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야간이라고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야간집회 허용 첫날인 1일 신고된 야간집회는 서울에 89건, 전국적으로 100여 건이었지만 실제 열린 집회는 서울 3건, 전국적으로는 총 6건뿐으로, 대부분이 신고만 해놓고 집회는 하지 않은 ‘유령집회’였다.
특정집회를 막기 위해 장소를 선점하거나, 자녀의 학교 주변 집회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집회 신고라는 것이다. 또 7월에 신고된 야간집회는 전국적으로 3442건이지만 이 중 90%는 유령집회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야간집회 허용에 대해 6.15공동선언실천 청년학생연대(6.15청학연대)가 ‘이제 밤에도 마음껏 광장토론을 벌이자’는 성명을 내고, “이제 국민들은 이전보다는 더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며, 야간집회 허용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또 “공안세력들에게 이른다. 걱정하지 마라. 지성있는 우리 국민들은 야간집회 허용을 국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평화로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환영할 만한 당연한 주장이다. 그런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들의 제2의 촛불 난동으로 반 국가행위와 반 정부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어 청년학생연대는 “참 한심하다. 국민들이 정부비판을 하면 무엇 때문에 그런지 귀를 귀울이기보다 우선 가로막고 차단하려고 드는 당국의 사고방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조롱해, 야간집회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다. 야간집회를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모두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야간집회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2002년 11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신효순, 심미선 학생을 추모한 촛불집회가 처음에는 단순한 추모집회로 시작됐으나 나중에 반미시위 집회로 변질돼 전국으로 번져 나갔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던 촛불집회에 쇠파이프, 돌, 망치가 난무하고 불법 도로 점거와 폭력행위로 변질됐던 것을 봐 왔기 때문이다.
야간집회 허용 첫 날 폭도도, 치안 공백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만 보고 아무런 문제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주도하는 단체와 규모와 사안에 따라 어떻게든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민주 의식과 지성을 믿는다. 그러나 군중심리를 무시할 수도 없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촛불을 들었다. 숱한 루머 속의 사실을 확인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여론과 소문에 떠밀려 간 것이다. 특히 야간에 발생하는 폭력행위는 더욱 통제가 어렵다.
집회를 주도하는 이나 단체들도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지길 바란다. 내 주장보다는 객관화된 진실을,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평형감각을 가진 비판을, 일방을 편들기 보다는 균형된 시각을, 내가 추구하는 목적 달성보다 다수의 행복추구를 먼저 생각하기를 바란다.
가뜩이나 무더위가 우려되는 시기다. 소음이나 불안한 마음으로 잠 못드는 힘든 밤이 없기를 바란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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