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서진현
학도병은 군인인가, 군인이 아닌가?"..그들의 戰史기록을 제대로 발굴 정리해야
서진현(예.육군소장/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장) 지난 6월 16일 개봉해 1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포화 속으로’가 세대를 초월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바로 ‘학도병은 군인인가, 군인이 아닌가?’다. 이는 영화 속 주인공인 중대장이 포항에서 낙동강 전투에 투입되면서 나이 어린 학도병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싸우면서 스스로 답을 찾으라는 의미였으리라.
포화 속으로’는 1950년 8월, 한국전쟁의 운명이 걸린 낙동강 저지선을 지키기 위한 남과 북의 처절한 전쟁 한복판에서 포항으로 밀려드는 북한군을 막고자 교복에 M1 소총을 메고 포화 속으로 뛰어든 71명 학도병들의 생생한 인간애와 전투장면을 그린 전쟁 실화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커다란 울림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조국’이었고, ‘애국심’이었으며 ‘동료애’이자 ‘전우애’의 재발견이었다.
군인과 똑같은 총을 들고 싸우면서도 군인이 아닌 학도병들에게는 소속도, 계급도, 군번도 없었다. 그들은 14-17세 어리고 여린 나이에 제대로 된 훈련 한번 받지 못한 채 피비린내 나는 전선에 투입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가를 보여 줬다. 조국수호를 위한 전장에서는 노소(老少)가 없음을 알렸다. 그리고 나이 어린 학도병까지 전선에 투입돼 싸웠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줬다.
특히 7월5일 전적지 답사 국토대장정 대학생 108명을 인솔하여 포항전몰학도 충혼탑'을 찾았을 때 당시 서울동성중학교 3학년 이우근 학도병이 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이 새겨진 비문 앞에서 참가 대학생들과 함께 느낀 가슴 뭉클한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죽음으로 조국을 지켜 낸 위대한 학도병이 있었기에 오늘의 조국이 있다.
▲ 6.25참전 학도병을 참배하기 위해 포항전몰학도 충혼탑'을 찾은 전국대학생 전적지 답사 국토대장정 대원들ⓒkonas.net
그러나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해임에도 학도병 참전인원과 전투기록에 대한 변변한 통계나 전사자 확인조차 정확히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학도병의 전사(戰史) 기록이 제대로 정리돼야 하며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학도병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겪어야 했을 처절함과 무엇이 그들을 전장에서 싸울 수 있게 했는지 교훈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 속에 호흡하며 번영을 누리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기도 하다.
6·25의 처참함이 비단 학도병만의 문제였을까? 이 고지 저 능선에서 피·아간 주검이 산을 쌓고 흐르는 피가 바다를 이루는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장면은 국군과 유엔군도 예외가 아니다. 피의 능선, 백마고지, 다부동 전투, 낙동강 전투 등 대한민국 국토가 전장이 아닌 곳이 있었겠는가.
호국보훈의 달’이자 6·25전쟁 60주년인 6월이 지났다. 전투는 60년 전에 끝이 났으나 이 땅에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솜털 보송보송했던 까까머리 어린 학생들이 밀려드는 적을 무찌르고자 온몸을 바친 이유가 뭘까? 대한민국의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군의 사명, 바로 그것이었으리라.
학도병도 분명 대한민국을 수호한 군인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애국투혼의 정신과 전투현장을 방치하면 안 된다. 호심탐탐 노리는 적(김정일 집단)이 대남 흉계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학도병은 바로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니까.(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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