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이현오
홍관희 박사, 金正日의 급거 訪中(8.26-) 배경 분석.."한반도에 韓美(日)ㆍ北中 간 新냉전 불가피할 듯"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지미 카터 전 美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놓고 돌연 중국을 방문,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돌연한 訪中을 놓고 많은 추측이 제기됐다. 미국의 전 대통령을 힘겹게 초치해놓고 만나지도 않은 채 중국으로 갔을 땐 필시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건강 문제가 떠올랐다. 또 후계구도 확립 문제도 테이블에 올려졌다. 그보다는 북한 내부에 변고(變故)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정일의 급거 訪中 동기는 ‘北中혈맹 강화를 통한 외교안보전략 新구상’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홍관희 재향군인회 안보교수(안보전략연구소장)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일 訪中의 동기와 배경, 그리고 향후 한반도 안보정세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註]
1. 김정일 訪中 동기와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는데 … - 그렇다. 초대(招待)를 成事시키기조차 어려운 미국의 전 대통령을 불러놓고, 그를 만나지도 않고 돌연 중국으로 간 동기와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다. 김정일의 갑작스런 건강악화, 내부 변고 등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또 김정일이 계획된 訪中을 은폐하기 위해 카터를 평양으로 불렀다는 ‘음모설’도 제기됐으나,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실로 김정일이 통치하는 북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체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 미국의 前 대통령인 카터를 불러놓고 돌연 중국을 방문한 배경이 무엇인가?
- 김정일은 카터의 방북을 통해 美 오바마 정부와의 모종의 거래를 기대했던 것 같다. 곰즈 석방을 통한 美北 화해 조치 등이다. 그러나 카터 방북 직후 카터-오바마정부 간 연결고리가 부재(不在)하거나 매우 약한 것으로 드러나자 전격적으로 미국 카드를 버리고 중국 카드를 선택하는 외교전략 전환을 감행한 것이다. 김정일의 영악함과 능수능란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터 방문단(團) 일행이 非정치적 인사들로 채워져 있음을 발견한 후 실망하고 訪中을 결행한 것 같다고 보도한 ‘열린북한방송’ 내용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3. 그렇다면 이번 訪中 이니셔티브는 김정일이 취한 것인가?
- 김정일이 카터 방문단에 실망한 후 즉시 중국에 후진타오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 같다. 후진타오가 휴가를 가장(假裝)하고 비행기를 타고 급거 장춘(長春)으로 달려갔는지, 언론 보도대로 마침 동북 3성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김정일의 訪中 및 정상회담 요청을 중국이 흔쾌히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일의 방중이 한반도 등 동북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는 홍관희 박사. ⓒkonas.net
4. 김정일의 訪中과 후진타오-김정일 정상회담이 갖는 안보적 함의(含意)는 무엇인가?
- 지금은 천안함 제재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교섭을 통해 이 국면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차라리 北中 결속을 통해 체제유지와 국면전환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北中 혈맹을 다시 한번 강화해 韓美에 대항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 韓美(日)-北中 간 새로운 형태의 대립국면이 태동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5.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 또는 합의됐을까?
- 혈맹을 통한 對한미(韓美) 결속 외에, 중국의 대북경제지원 계속, 3대 후계문제 논의 및 중국으로부터의 6자회담 재개 설득 등이 회의 테이블에 올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6. 카터 전 대통령을 홀대(忽待)함으로써 미국 정부와 여론 및 미국의 대북인식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텐데?
- 김정일의 非상식적 행태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김정일과 무언가 일을 해 보려는 사람들은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또 보여줬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영악한 독재자이자 예측불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이해득실 판단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오직 ‘힘’으로만이 그를 통제할 수 있다. 선의(善意)만으로 그를 상대하려다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미국정부와 여론은 이번 김정일의 오만무도한 행태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김정일 訪中과 관련, 美 행정부가 아무런 논평 없이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신속히 발표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여파(餘波)가 장기적이고 클 것이다. 미국의 대북인식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김정일은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이란 강한 인식을 미국사회 전체에 심어줬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김정일의 카터 홀대 및 급거 訪中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패착(敗着)이다.
7. 김정일 건강은 어떤가?
- 2번의 뇌졸중을 겪은 후라 기본적으로 좋지 않고 예측할 수 없지만, 이번 訪中 과정에서 주위의 부축을 받지 않았고 원(遠)거리 여행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北통치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원래 중증(重症)이라 확신하기 어렵다.
8. 이번 訪中이 후계구도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 김정은(金正銀)으로의 3대 세습이 김정일 訪中의 主 목적은 아니지만, 김정은을 대동하여 ‘金왕조 성지순례’ 곧 김일성 항일 유적지를 직접 관람케 함으로써, 3대 세습에 대한 ‘정통성’을 확립하려 시도한 것 같다. 북한에서는 ‘항일(抗日)’을 정통성의 근원으로 삼으려 한다. 김정일은 訪中 이후 곧 있을 9.6 노동당 대표자대회 준비에 매진하여 김정은 후계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 같다.
9. 김정일 訪中이 중국으로부터의 김정은 후계구축 승인 획득과 연관 있나?
- 그 점은 확실치 않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 대하여는 중국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을 세습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도 ‘자존심’을 중히 여기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승인을 필수요건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번 訪中의 최우선 목표는 ‘北中 혈맹 결속을 통한 외교안보전략 구축’에 있고, 김정은 대동은 부수적인 목적이 아닌가 한다. 곧 9.6 노동당대표자대회 준비 차원의 정통성 강화 포석이 아닌가 한다.
10. 향후 한반도 안보정세를 전망한다면?
- 천안함 사태 이후 6.2지방선거를 거치며 국내에서 친북좌익의 세력확대가 본격화됐고, 국론분열이 표면화되면서 국제정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전략이 급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은 천안함 국면에서 궁지에 몰린 북한을 껴안으며 韓美에 대항하는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 새로운 격랑(激浪)과 파고(波高)가 예상된다. 新 냉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내일 대북 추가조치가 발표된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지속하며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를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정부의 대응이다.
한국은 ‘천안함’ 이후 의미 있는 대북 보복ㆍ제재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중국의 압력에 이미 굴복한 모양새(서해 훈련 관련)여서, 중국의 압박이 드셀 전망이다. 한국정부는 원칙을 잃으면 안 된다. 한국이 원칙을 잃으면 한미동맹도 흔들린다. ‘힘’을 앞세운 중국의 압박에는 韓美동맹으로 맞서야 한다.
11.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와 향후 전망은?
- 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를 김정일 訪中 기간 중 북한-한국-일본으로 보내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천안함 국면을 빨리 탈피하고 수세에 몰린 북한을 구제해 주려는 전략이다. 6자회담 재개 전략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미국 중심의 대북제재를 중단시켜 보려는 원려(遠慮)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품에 안고 남한의 분열을 십분 활용하여 한반도에서 세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전략으로 韓美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과의 공조하에 대북제재를 지속하며, 북한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그 중단을 요구하면서, 또 있을지 모르는 2차 도발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감사합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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