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주재우
주재우(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 역사를 모르고 나라를 비판하고 바로잡겠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치른 사회적 손실비용이 얼마인가?
얼마 전 모대학 연구소의 천안함사건 조사발표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7%가 정부 결과발표를 못 믿겠다고 응답했다. 이중 10%이상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정부의 조사과정에 어떠한 의혹이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외에는 그 어떠한 나라가 우리 함대를 침몰시키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의식은 지난 6월 행정안전부에서 조사했던 국민안보의식 설문조사에서도 입증했다.
당시 75%이상의 성인과 청소년들이 각각 북한의 소행이라는데 의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에 대한 불만이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직결되었고 두 설문결과는 가히 모순적이다. 심증적으로는 북한의 만행을 인정하나 현 정부의 발표결과는 못 믿겠다는 이유를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뽑은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선택을, 우리의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잘 못된 역사관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되어 왔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망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선거결과가 정책이 아닌 인물에 의해 결정되기 십상이다.
우리가 우리 민주주의의 정착과정에서 겪은 역경과 진화과정을 알면 이렇게 가치 있는 제도를 잘 못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소중하고 가치 있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바로 된 역사관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역사 수업은 선택과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정책은 국가의 존재의미, 민족의 얼, 그리고 우리의 정통성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시키는 꼴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이 언제 건국되었는지도 모르는게 현실이고 사실이다.
올 60주년을 맞이한 한국전쟁도 언론매체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도 거의 모른다. 이는 현실이다. 우리가 아무리 인문학의 중요성, 사회과학의 발전 필요성을 강조해도 역사의 배경지식 없이는 이런 학문들이 사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역사관이 성숙되지 않으면 국가관이나 안보관을 갖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나라가 어찌 탄생되고 어떻게 존재해왔는지 모르는데 그 나라의 안보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기를 기대하는 것 역시 무리한 기대이기 때문이다.
대국이 달리 대국이 아니다. 대국의 국민들은 투철한 역사관에서 비롯된 국가관과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수년 동안 그리고 유소년기 때부터 역사에 대한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필자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에서 학업을 경험했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역사 수업이 모두 필수과정이다. 우리의 미국, 캐나다, 중국 조기 유학 학생들은 모국의 역사는 공부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역사는 배운다. 이들은 유학국의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도 배워야한다.
세계를 알려면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고 세계를 대상으로 뻗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 우리의 위상이나 발전전략을 운운하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사회비용만 증가시킨다.
역사적 지식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역사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를 모르고 나라를 비판하고 바로잡겠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치른 사회적 손실비용이 얼마인가?
우리가 선진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 세계의 역사를 알아야한다.우리의 역사관이 잡혀야 우리의 국가관과 안보관도 바르게 성립됐다. 사회비용 감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신 우리의 발전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선진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단결된 국가관과 안보관이 확립되어야하고 이는 역사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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