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전인영
천안함 사건이 통킹만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전인영(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1989-1993) 의 천안함 사태 원인 및 정세 분석 뉴욕 타임스 기고와 인터뷰 기사들이 한 미 양국에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정보 외교 분야 업무에 정통하고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비교적 진보적 시각을 지닌 지한파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는 국회에서 요청하면 청문회 증인으로 나설 의향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레그 대사는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들도 참여한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 했다. 그는 러시아 조사단이 체류기간(5.1-6.7) 증거자료에 접근하지 못했고 실험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한 기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 의혹을 제기했다. 비록 폭침원인에 관한 의문점이 일부 남아있으나, 2개월여에 걸친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통해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한 민 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주한 미국대사까지 지낸 한반도 전문가가 부인하려 드는 것은 심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레그 대사는 사이공과 서울 등지에서 오랜 기간 CIA 책임자로 근무했으며, 납치된 김대중 전 대통령 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주한 미 대사 경험 외에, 부시 부통령의 안보보좌관, ‘코리아 소사이티’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화려한 경력이 강경보수 성향을 연상시키지만, 그는 강경론자들이 대외관계에 미치는 악영향과 폐해에 대해 경고해 온 인물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호의적 평가, 햇볕정책 지지, 6자회담에 대한 기대 등은 그의 정치성향을 반영한다.
문제는 그가 북한의 도발적 행태와 중 러의 국익계산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면서, 북한이 대화 희망 및 중 러의 우려 등 편향된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레그 대사가 그들의 득실계산과 대외행태를 모를 리 없다. 동북아 정세 및 역내 국가들 간의 이해득실 관계에 정통한 그레그 대사가 합동조사단과 러시아 조사 팀의 질적 차이를 간과한 채 결과를 동일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 것은 유감이다.
그는 국방부 천안함 보고서를 불신한 반면, 일주일 정도 머문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를 성급히 수용하다시피 했다. 합동조사단의 과학적 객관적 보고서를 외면한 채, 러시아 지인이 전한 조사결과만을 인용한 것은 편향적 인지와 선택의 소치이다. 오죽하면, 그의 동료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와 리비어 전 ‘코리아 소사이티 회장마저 공개적 반박에 나섰을까? 러시아 팀의 조사결과 미공개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당혹감 차단을 위한 배려 때문일까?
천안함 사건이 통킹만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1964년 8월 2일 및 4일 통킹 만에서 발생한 미 구축함 매독스 호 및 조이 터너 호에 대한 월맹 어뢰정의 공격은 모호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건이다. 통킹 만 사건은 과감한 군사개입과 확전으로 조속한 승전을 바란 미 합참 수뇌부 등 강경파가 사건을 과장 이용했던 사건이다. 이는 천안함 사태 악화를 우려하여 위기관리에 부심했던 한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이제라도 정부는 그레그 대사의 천안함 사태 인식과 입장 및 파문을 다차원적으로 분석 평가해 볼 가치가 있다. 천안함 사태에 관해 비판적 견해를 제시한 그의 동기’가 얼마나 순수했는지, 문제 제기 방법’은 과연 적절하고 타당했는지, 또 결과가 얼마나 부정적인지등을 면밀히 검토 평가하고 대처해야 한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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