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내에서는 내년에 있을 대선후보경선을 앞두고 경선중립?줄안서기”를 표방하는 모임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15일 일견 바람직해 보이기도 하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런 움직임 자체가 바로 현행 경선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현행 경선방식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경선중립과 줄안서기 선언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행 방식은 후보입장에서는 의원들을 줄세우고자 하는 강한 유혹을 떨치기 힘들고 의원입장에서는 줄을 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철학과 가치관, 국가비전 등을 공유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자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당연한 정치행위가 줄서기로 매도되는 것은 의원 개인의 동기의 적절성 여부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현행 경선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의원 각자가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고 또 그것이 자연스런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치풍토를 만들려면 현행 경선방식이 바뀌어져야 한다.
국민 참여요구 수용하고 상대전략 고려해야
정치, 그리고 선거는 대상(object)인 국민과 경쟁상대(rival)가 있다. 따라서 경선방식의 결정은 그것이 아무리 정당의 후보를 뽑는 당내경선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참여요구가 있다면 이를 수용해야 하며, 경쟁상대가 있는 만큼 상대의 룰과 전략을 고려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체제에서 국민들의 참여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선거에서 상대의 전략을 고려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겠는가. 또한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정해 놓은 방식에서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경직성은 끊임없이 시대적 요구와 민의를 담아내야 하는 정당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원칙이란 유연성과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소위 정치선진국들의 정치사를 보면 정치개혁과 선거제도의 변화는 항상 야당의 몫이었다. 한나라당도 야당으로서 정치발전을 주도하고 나아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명령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시대정신과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통령후보 선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경선방식 바꾸어야 정권교체 가능하다
안타까운 것은 상황이 절박함에도 우리 한나라당은 오히려 여당보다 더 여당스러운 의식과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권에 가시적인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 마치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보증수표라도 되듯 안도하거나 심지어 오만하기까지 한 정서가 당내에 널리 퍼져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한나라당 후보 = 대선승리”라는 등식은 착시이자 상황오판에서 나오는 천만의 말씀이다. 가시적인 여당후보가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 결코 “어드밴티지(advantage)”가 아닌 “위험요인(risk)”임을 깨달아야 한다. 상대팀의 선수가 누구인지, 전략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만큼 더 큰 불안요인과 위험요인이 있겠는가?
지금 여권은 온갖 비난여론과 비판을 무릅쓰고 열린우리당 해체와 신당창당이라는 충격요법을 통해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존재를 가장 빠른 시간안에 국민의 의식속에서 지우고, “신당+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새로운 국민후보”라는 그들 특유의 바람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런 바람몰이 속에서 만약 우리 한나라당이 기존의 대선후보들과 현행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당과 우리 후보는 어느새 “낡은세력?낡은후보?낡은방식”으로 비쳐지게 될 것이다. 과감한 도전과 파격적인 응전없이는 2002년의 실패를 다시 한번 되풀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만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앞에 국민앞에 다시 한번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다.
정권교체는 국민이 요구하는 이 시대의 사명이다. 우리 한나라당에 주어진 이런 무거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경선방식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간곡히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