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김은주 부대표, 이재영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서 2월 임시 국회를 개원했다. 합리적 토론과 합의 절차를 무시한 한나라당의 날치기 폭거 이후 70여 일 만의 일이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그럼에도 여야 원내 수석대표단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민생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국회가 정상화 되는 동안, 국회 의사당 밖 서민의 삶은 비정상적으로 파탄에 빠지고 있다. 농민은 구제역 사태와 정부의 무능력으로 헤어나기 어려운 실의에 빠졌고, 자영업자와 서민은 치솟는 물가로 고통 받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자, 빚내서 집을 사시라는 식의 정부 대책은 우리 서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매서웠던 추위가 가셔도 서민들의 맘은 쉽게 녹을 수가 없다.
무서운 간접고용 - 국회, 법원, 대학도 예외 없다
우리 사회 곳곳의 노동자 마음 역시 아직 한겨울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떼먹힐 뻔 했다. 법을 판결하는 법원에서는, 법정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 한 일이 벌어졌다.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우리 사회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학에서는 무더기 해고를 당할 뻔 했다.
이윤에 목이 마른 기업도 아닌 국회, 법원, 학교 같은 공공기관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 때문이다. 사내 하청, 위탁, 용역, 파견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간접고용은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심지어 국회나 법원에서조차 노동자 삶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그런데 무려‘민생 국회라는 이름으로 개원된 이번 국회에, 오히려 그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이 임시국회 개원 합의를 하면서, 직업안정법 개정안 우선 상정 처리에 합의해 줬기 때문이다.
고용불안 확대하고, 취업사기 빌미 제공하는 직업안정법 개악
직업안정법은 노동자를 소개하거나, 공급해 주는 업무를 규제하는 법이다.노동자 공급과 직업소개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중간착취, 강제근로, 인권침해, 부당 수수료 갈취 등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퇴직금을 떼일 뻔한 일이 생기고, 법원에서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일이 일어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오히려 규제를 대폭 풀자는 것이다.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을 확대하고, 복합 고용서비스사업’을 허용해 취업알선·인력파견·직업훈련을 모두 한 업체에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민간 고용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은, 앞으로 구직자에게 고용지원센터보다는 동네 유료’ 직업소개소를 찾아가라는 말이다.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하라고는 했지만, 결국은 일자리가 아쉬운 구직자가 내게 될 것이다.
복합 고용서비스업을 허용해 직업소개, 직업훈련, 파견업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간접고용을 늘리겠다는 말이다. 민간업체에게 취업 알선과 직업훈련을 동시에 허용하면, 일자리 소개를 빌미로 직업훈련 수강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진다. 고용불안은 커지고, 심지어 취업 사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직업안정법 개악은 결국 부자 배불리는 법안
한나라당이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부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금 깎아 주고, 부동산 값 올려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저임금으로 맘대로 쓰고 버릴 비정규직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하지 않으면 100만명 실업자가 생긴다고 협박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파견법 확대하지 않으면 기업들 다 망할 거라고 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6%가 넘었다. 오히려 파견제 확대했던 일본이 망하게 생겼다. OECD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단시간 노동자가 너무 적어서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학비 벌자고 아르바이트 하다가 사고로 죽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다.
민주당, 직업안정법 상정조차 말아라
파견법 개정이 뜻대로 안 되니, 우회로를 찾았다. 그게 직업안정법 개악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렇다치고, 민주당은 알고도 합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민주노총 등의 강력한 항의 이후 민주당은 뒤늦게 직업안정법 개악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어처구니없는 발상 이라고 비난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 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처럼 반대 당론을 정하긴 했어도, 여·야간 합의사항이고 하니 상정은 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진보신당이 걱정하는 것은 직업안정법 개악안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아니라, 직업안정법이 통과된 이후 고통 받게 될 우리 노동자 서민의 삶이다. 환경노동위원회의 다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다시는 날치기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정부여당의 진정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여야 합의 사항 이기 때문에 상정한다는 것은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약속에 노동자 서민의 삶 전부를 거는 도박을 벌이는 것이다.
이번 국회가 진정 민생 국회가 되려면 직업안정법 개악안 상정’ 자체가 폐기되어야 한다. 이번 임시회기 뿐만 아니라 18대 국회 임기가 다 끝날 때까지 이 법안은 묻어두어야 한다.
진보신당은 이 법안이 다루어지는 순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하고가장 좋은 방법은 상정하지 않는 것이다. 환경노동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개악안을 상임위 논의에서 배제해야 한다. 직업안정법 개악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는 것이 민생을 고려하는 유일한 방법 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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