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 선거가 집권여당에 상처만 입히고 끝났다.

(뉴스파인더)경기 분당을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각각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최문순 후보가 승리를 거뒀고, 전남 순천에서 막판 종북주의 논란으로 위축되는 듯 싶었던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도 결국 민주당 성향의 다른 후보들을 꺾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에 ‘참패’를 맞이한 한나라당은 안상수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결정하는 등 침울한 양상이다.

반면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의 꿈에 크게 한 발짝 다가선 진보진영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이번 민주당의 압승에는 특히 올해 진보진영이 전면적 화두로 내세운 ‘야권연대’ 전략이 무엇보다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따라서 이번 결과를 교훈삼아 진보진영은 더욱 ‘하나되기’의 움직임에 몰두할 전망이다.

이에 관해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재보선 과정을 통해 야권연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야권단일화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는가 하면,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이기는 길은 지켜나감으로서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연대 ‘불협화음’ 참여당도 종북논란

한편, 그처럼 한껏 고취된 분위기 속에서 같은 야권임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부류도 있는데, 바로 경남 김해을 선거에 출마한 국민참여당이다. 유난히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차질을 빚었던 국민참여당은 어렵게 합의가 이끌어진 이봉수 후보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의 대결에서 결국 패배함으로서, 친(親)노무현세력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유시민 대표를 중심으로 진보진영의 비판여론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23일 유 대표는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로부터 또다시 ‘종북주의자’로 지목받으며 김선동 당선자의 경우와 같이 관련된 논란이 크게 불거질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정 전 대표의 발언은 “야권연대 후보로 내세운 민노당 후보가 북한의 핵무장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며칠 전 야권후보 지지를 위해 울산에 왔던 유시민 대표도 천안함 사건이 북한 어뢰에 의해 발생했다는 얘기를 ‘억측과 소설’이라고 했는데 이는 친북·종북적 입장이므로 북한에 가면 큰 훈장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에 대한 참여당의 반응은 격렬했다. 24일 곧장 “정몽준 발언 규탄 성명”을 발표해 “한나라당은 김해을에서의 관권선거, 강원도에서의 불법선거도 모자라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들고 나오느냐”며 “정 전 대표는 23일의 ‘울산 망언’을 즉각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망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길 바란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물론 김선동 당선자의 방식과 같이 이 성명에서도 ‘왜 종북주의 언급이 색깔론인지’에 대해서 해명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마 위에 함께 오른 “웰빙여당”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에 대한 보수진영의 시각도 곱지 못하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국가안보에 관한 질문이 색깔론으로 비칠 정도면, 한나라당은 밑바탕부터 패배할 상황에 직면했고 대한민국의 존립도 위태로울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천안함 공격의 주체를 모른다는 최문순이 강원도지사가 되고 김정일의 3대세습독재에 침묵하는 김선동이 순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한국의 정치풍토는 이명박 중도정부와 웰빙여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아예 “이념을 버린 한나라당은 패거리로 전락해 소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4.27 재보선은 진정성 없는 정치공세식의 안보론이 이미 힘을 잃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대북입장과 관련해 속이 빤히 보이는 역색깔론이나 펼치는 야권이나, 이 문제가 국가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통쾌히 밝히지 못한 채 부차적인 논란을 키우는 데 그친 여권이나 이후 안보운영에 보탬이 되지 못하리라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시점에서 정부여당은 통일세대의 미래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난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오고 있는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