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는 13일 전체 회의에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불출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재경위의 이번 결정은 국회가 국감 때마다 되풀이되어온 재벌총수들의 도피성 외유에 의한 국감 방해에 대해 최소한의 제재조차 포기한 것으로, 스스로 권위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삼성공화국’의 국회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의 경우 작년 국감에서 각각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삼성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문제, 대한생명 매각 당시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한 증인으로 채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신병치료와 사업을 위해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이 사실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실제로는 이들의 해외 체류가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외유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증인들이 정당한 이유 없는 국회 불출석을 막기 위한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제12조를 위반한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사법적 단죄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군다나 재경위는 김승연 회장에 대한 고발은 하지 않으면서, 이와 동일 사유로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역시 불출석한 남종원 전 메릴린치 서울지사장은 고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동일 사안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는 국회 스스로가 이번 결정이 재벌총수에 대한 면죄부였음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오늘 표결에 반대나 기권(불출석 포함)한 의원들은 자신들의 판단 근거를 유권자들에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국민이 자신들에게 위임한 신성한 권한을 재벌에게 팔아넘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