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현안에 극도로 말 아껴

(뉴스파인더)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견 언론인들의 송곳 같은 질문들에 진땀을 뺐다.
토론회의 타이밍상 사무총장 측근기용,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 등 각종 예민한 사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모두발언에서 어떤 질문도 회피하지 않고 답변하겠다”면서 “오늘 이 자리가 한나라당 대표로서의 정치인 홍준표의 철학과 견해를 피력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사전 차단에 나섰다.
날카롭기로 정평이 난 관훈클럽 토론회에 정치생활 15년 만에 처음 참석한다는 홍 대표는 사무총장 인선 문제와 권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에 대해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 공개와 대선구도와 관련해선 “국가기밀을 밝힐 수 없다”, “내 임기는 총선까지다” 등의 답변으로 평소 본인의 스타일답지 않게 극도로 말을 아꼈다.
때문에 그는 “모든 질문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나라당 대표가 아닌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자리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등 중견 언론인들의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급기야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자 홍 대표는 “홍준표 청문회인줄 알고 왔는데…박 전 대표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여기 토론회 올 때 물어봐라. 내가 답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근혜 대세론, 昌 아닌 MB 대세론과 유사할 것”
홍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이 1997년 이회창 대세론에 가깝냐, 2007년 이명박 대세론에 가깝냐’는 질문에 “‘이명박 대세론과 유사한 형태로 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복지나 친서민에 대한 정책을 강화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지금 (당내) 유력 대선 후보들 중에서 개인적 문제를 가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997년 이회창 대세론은 당청관계가 틀어지는 바람에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계층이 국민신당으로 대거 이탈했고, 2002년에는 후보 자제분의 병역문제가 국민정서를 자극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근혜 대세론 때문에 차기 대선경선이 너무 싱겁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YS 경선과 DJ 경선도 싱거웠다”며 “그때 가서 그런 상황이 오면 그 두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를 가수 이미자 씨에 비유하며 과거 인물이라고 비판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이미자가 (아이돌 그룹) 씨스타 효린의 노래도 잘 부른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인데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분이 정치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시기가 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시대정신이나 다른 이유는 아니고 다른 후보 지지도를 다 합쳐도 박 전 대표에게 안 되는 등 국민여론이 그렇지 않느냐”며 “여성 대통령 탄생은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다.
방해받지 않으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박근혜 편들기가 아니라 현재까지 상황을 말한 것 뿐”이라며 상대진영에서 분발해 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방해할 수 있는 집단이 누구냐’는 최명길 MBC 보도제작국 부국장의 질문에는 최 국장이 나보다 더 정치를 잘 알지 않겠느냐. 경선을 통해 경쟁을 하다보면 그런 게 있지 않겠냐”고 즉답을 피했다.
또 홍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임기 중 사퇴하고 대선 후보로 나서는 상황에 대해 1997년 이인제 경기지사를 예로 들며 후보가 되면 단체장을 사퇴하는 것이고 후보가 안 되면 단체장을 계속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권에서 가장 위협적인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가장 벅찬 상대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라고 답했고, 총선 전망에 대해선 120석 전후로 보지만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는 등 노력하면 140석 전후가 되고 대선도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홍 대표는 야당에서 시작되고 있는 현역 의원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물갈이 공천을 계속하는데, 물갈이 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물갈이 대상이 되곤 한다며 미국은 95% 이상 재공천 한다는데 물갈이에만 집착하다가 이기는 공천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불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벤트이고 쇼”라며 “내 나이 57세에 국회의원을 또 하고 싶지는 않지만 원외대표가 되고 싶지도 않다”고 출마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선 전인 내년 7월 13일로 자신의 당 대표 임기가 끝나는 것과 관련해선 내 임무는 총선까지고 당헌이 7월까지지만, 강재섭 대표 등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잘하면 (임기 연장) 요청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권재진 적극 옹호…MB 독대 내용은 “국가기밀 말 못해”
홍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과 관련해서도 집중 질문을 받았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통보를 (청와대로부터) 받은 적은 없다”고 전제한 뒤, “과거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사례도 있다. 감사원이나 검찰은 독립된 수사기관이지만, 장관은 법무행정을 하는 자리인데 거기에 민정수석이 못 간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고 주장했다.
권 수석의 케이스가 참여정부 말기인 2006년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검찰 내에서 문재인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며 “권 수석은 검찰에서 에이스급으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조직 내부에 아무 반발이 없기 때문에 문 씨와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독립성은 검찰총장이 지는 것”이라며 “특정인을 놓고 법무장관으로 가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에 반대한다. 그렇게 따지면 경제수석이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도 가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소장파 등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내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면서도 “인사문제는 당론으로 정하기 어렵고 대표된 지 열흘 밖에 안 된 내가 당론을 모을 수도 없다”고 항변했다.
다만 그는 “이번 정부에서 인사를 잘못한 게 많고 나도 수없이 잘못한다고 지적했다”면서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국민정서상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고 말했다.
권 수석의 인사에 반대하는 소장파 의원의 움직임에 대해선 “의총의 경우 원내대표에게 맡길 문제이고, (남경필 최고위원이 요청한) 긴급최고위 회의는 남 최고위원에게 연락이 오면 다시 얘기해 보겠다”고 답했다.
특히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위원, 성한용 한겨레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조복래 연합뉴스 정치에디터 등 이날 토론자들은 권 수석에 대한 홍 대표의 적극적인 옹호를 겨냥, 이 대통령과의 40분 독대 내용 공개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평의원일 때는 말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도 공개 안한 국가기밀을 당 대표 입장에서 말하기는 곤란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는 독대의 성격을 한마디로 말해 달라는 질문에도 “독대라는 개념자체가 군사정권의 잔재인 잘못된 표현이고 단독회동이 맞다”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고 웃음으로 넘어갔다.
한편 홍 대표는 당내 일인자가 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당 대표, 대통령 치받을 때는 스트레스가 없었는데 이제는 아무나 치받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검사할 때도 윗사람 치받는 재미로 살았고 정치할 때도 그랬는데, 치받히니까 힘들다”며 열흘 남짓한 당 대표 생활의 고충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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