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정용석
조국은 전쟁영웅과 그 유족을 외면하지 않는 다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주년을 맞으면서도 전쟁영웅들에 대한 국가의 무성의한 대목이 다시 떠올랐다. 북한의 기습 도발로 중상을 입은 부상병들이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을 때만 해도 정부 고위인사들과 정치인들이 찾아갔다. 그들은 입을 모아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쳤으니 당연히 국가유공자가 될 것”이라고 위로하였다.
그러나 일부에 국한되는 경우지만, 부상자들은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채 슬픔속에 나날을 보낸다. 김명철 해병대 일병은 적의 포격을 받고 오른 팔을 크게 다쳐 불구가 되었다. 지난 8월 의병제대하고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심사 중”이라며 계속 미루기만 한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국군수도병원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상이 등급 올리려고 왔느냐”고 묻더라는 것이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불구가 된 우리 전쟁영웅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쳤으니 당연히 국가유공자가 될 것”이라던 위로는 빈 말이 되고 말았다.
이에 반해 미국은 국가를 위해 다쳤거나 목숨을 던진 전사자들을 성심성의껏 보살핀다. 지난 10월14일 오후 미국 백악관 정원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세 젊은 청년과 단 둘이서 맥주를 마시며 30여분간 정담을 나눴다. 초대받은 젊은이는 해병대에서 병장으로 제대한 다코타 마이어 씨 이다.
2009년 9월8일 마이어의 부대는 아프간 간즈갈 계곡 전투에서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고 위기에 몰렸다. 마이어 병장은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적진으로 돌진하였다. 그는 총을 맞았으면서도 동료 1명과 함께 들어가 탈레반 8명을 사살하며 4구의 동료 시신을 찾아왔다. 동시에 13명의 전우와 아프간 부상병 23명도 구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 병장에게 미군 최고의 ‘명예훈장’을 수여 하며 그의 공적도 직접 소개해 주었다. 그는 백악관 정원에서 마이어 병장과 마주앉아 맥주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의 의도적인 전쟁영웅 만들기 맥주 파티 였다.
그밖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재러드 먼티 중사 부모도 2009년 9월 백악관으로 초청하였다. 그는 먼티 중사 대신 부모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며 함께 고인을 위해 묵념하였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여성을 보훈처 차관보로 2009년 2월 임명하였다.
그러나 근년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전쟁영웅을 외면 했다. 2002년 6월29일 연평해전에서 적의 기습공격을 받고 교전 중 산화한 영웅들의 장례식에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은 전쟁영웅을 추모하려는 행사를 틀어막는 등 영웅들을 죄인시 하였다. 북한 김정일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한 종북좌익 정권의 반역 작태였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전쟁영웅들에 대한 예우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구석구석 섭섭하기 그지없는 처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지적한 대로 일부 연평도 부상병들에 대한 국가의 외면도 그렇고, 6.25 전사자에 대한 어이없는 5000원 전사자 보상금을 통해서도 전쟁영웅에 대한 홀대는 드러났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금값과 공무원 보수 인상을 고려해 964만원으로 증액키로 하였다.
포항중학교 3학년이던 김용길 씨는 북한의 6.25 기습남침이 자행되자 조국 수호를 위해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남긴 채 입대하였다. 김 일병은 입대하던 날 어린 동생 김명복씨를 등에 업고 눈물 흘리던 홀어머니에게 “동생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금방 돌아와서 취직해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겠습니다.”며 떠났다. 그리고 그는 그 해 11월24일 전사하였다. 오빠의 전사로 홀어머니와 끼니를 굶어야 했던 여동생 김명복씨는 초등학교도 못 다니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문맹자로 비참하게 일생을 살아야 했다.
김 일병의 여동생에게는 국가가 위로하고 적절히 보상해야 옳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우리나라 대통령은 김명복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빠의 전사를 위로해야 한다. 조국은 전쟁영웅과 그 유족을 외면하지 않는 다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보훈처 고위 관리들도 미국 처럼 상이군경이나 전쟁영웅 또는 그들의 후손으로 앉혀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전쟁영웅을 만드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영웅과 가족을 섭섭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보훈에 대한 정부의 생각과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보훈하는 방법도 배우기 바란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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