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은 반드시 횃불 들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곧 한국 보수 세력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지난 1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된 전 여옥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출간된 책 이름은 <전여옥의 私생활을 말하다. 전 여옥>이다.
이 한권의 책 안에는 그간 여성 정치인으로 정계에 투신한 이래 지식인으로써 또 언론인으로써 견디기 어렵고 고통스러웠으나 무던히도 잘 견뎌낸 그런 피 끓는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정치판 면면에 서서 일부 속물적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정치 행위에 대해 그토록 솔직하고, 이토록 명확하게, 실상을 그려 21세기 한국 정치실록 이랄 수 있는 진실에 입각한 포효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되어야 할 덕목과 대통령이 되선 안 될 정치인에 대한 변별력 있는 정치 판단서와 같다.
이 책만큼은 한국 현대 정치의 복잡다단(複雜多端)한 내용을 압축하고 단축하여 기록하면서 그만의 독특하고 치열했던 정치 체험과 정치 방향 설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그토록 정치적 음모와 정치 간계로 그에게 담금질 시켜주었던 쓰라린 과거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는 책 이기도 하다.
전 여옥 의원 을 왜 그토록 미워해야 할 상황에 박 근혜 의원이 놓여있는가? 라는 의문은 전 여옥 의원의 私생활을 기술한 바로 이 책을 통해서만이 팩트와 진실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일까?
실로 전 여옥 의원의 책이 그만큼 세간의 급성동요(急性動搖)를 일으키듯 화제가 되고 절판이 되어 빛을 발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명암’을 사실적이고 솔직한 필치로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 정치 수필에 매료되게끔 기술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 여옥 의원의 그 책 내용은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가 지녀야 할 그리고 걸어가야 할 정치 철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백한 정의(定義)이며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함에 있어서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지닌 도덕성, 과거력, 인성, 덕성, 리더십, 비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 충분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자들이 올바른 타인에 대해 올바른 인격을 음해하고 권력의 과일을 얻기 위해 음해에 동참하는 비겁한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그 통쾌함, 바로 기자 정신이 그 속에 적나라하게 파고들어 있는 것이다.
전 여옥 의원은 책 속에서 박 근혜 의원을 가리켜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고 기록 하고 있다.
전 의원은 박 근혜는 늘 짧게 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국민들은 처음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느니 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쳤다.” 고 기록했다.
대변인 시절 2005년 대구 행사에서 박 대표 바로 뒷줄에 앉아 있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의원들이 내게 말했다. 전 대변인, 뭐하고 있나? 대표님 (박 근혜) 머리위에 (우비 모자를) 씌워드려야지 라며 순간 나는 당황했다. 자기 우비에 달려있는 모자는 자기가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자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졌다.
박 근혜 대표는 한마디도, 미동도 없었다” 고 그간의 고통을 특이한 사연을 지닌 사진과 함께 그렇게 표현했다. 전 여옥 의원이 이 책을 통하여 내린 정치적 결론ㅡ 박 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는 안 되는 후보” 라고 나름대로 진술 한다.
박 근혜 의원의 스킨십은 독특하다고 표현한 전 의원은 “당 사람들이 대변인은 대표와 늘 차를 함께 타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그런가 보다 하면서 박 대표의 승용차에 탔다. 그런데 그날로 비서관이 내게 말했다. ‘딴 차타고 따라오시라’ 고 나는 그때 알았다. 그녀가 불편해 한다는 것을” 이라는 전 의원의 말이 주는 뉘앙스가 독특하다.
사실상 당대표가 공식 행사 때 참석할 시에 당 대변인이 관행적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가며 의논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여옥은 사라져도 좋고 없어져도 좋습니다. 한나라당도 없어져도 좋습니다. 그러나 보수 정당은 반드시 그 횃불을 들고 있어야 합니다” 참으로 깊고 넓은 애국 정치인의 흉금 속에 있는 피와 같은 한마디를 공중에 적나라하게 뿌렸다.
보수정치가 계속 되어야 함을 이토록 웅변적으로 밝힌 보수 정당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도대체 몇 명이 나 될까?
전 의원의 외침을 들어보자! “저 전 여옥, 열심히 쓰고 일 하겠다 면서 이 나라 보수 정치와 대한민국을 꼭 지키겠다 는 전 여옥의 함성을, 친 박 의원들이 외쳐야 할 소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불현 듯 치환된다.
전 여옥 의원은 친북 좌익들로 부터 가혹한 테러와 많은 음해를 받았지만 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한나라당 친박 측근들로 부터 그 무지 막지한 비판의 고통을 받아온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였으니...
이날 출판 기념회 날 진한 핑크빛 패딩 점퍼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전 여옥 의원은 책을 써야 했던 이유를 “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책으로 얘기 해야겠다’ 진실을 알려야겠다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이 고여 있어서 손에 모터를 단 것처럼 (진도가) 잘 나가더라” 고 말하면서 출판 기념회를 안 하려 했지만 솔직히 요새 같은 때, 제가 (다음 총선에) 붙을지, 안 붙을지 어떻게 알겠느냐, (그래서) 지금 해야 할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밝힌 그에게는 그간의 한국 정치 현실을 실로 깊숙하게 고뇌하고 응축해 왔던 큰 정치인의 실루엣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정 몽준 전대표가 축사에 나와서 전 여옥 의원의 책 내용을 일부 인용한 부분은 참으로 기가 막히고, 가슴 아픈 한국의 후진적 정치 이야기가 내포된 바로 전 여옥 의원 흐느낌의 소리였다.
정 전 대표는 전 여옥 책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여 친 박 의원들이 박 전대표의 뜻을 헤아리느라 우왕좌왕 하는 게 널리 알려진 일인데, 박 전 대표는 ‘제가 말해야 꼭 아시나’ 라고 말한다고 한다. 선문답 하듯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를 읽으면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반 농담으로 분위기를 데펴 나갔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정치인이 할 말을 못하고 누구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친 이, 친 박 이런 계파도 국민에게 죄송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 있다. 나는 누구에게 충성 맹세 아니다” 라고 응수 했다.
사실상 박 근혜 전 대표를 만난 이후부터 친 이도 더욱이 친 박도 아닌 전 여옥 의원은 무척이나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매우 특이한 집권 여당속의 고고한 정치인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운명 속에 훌륭하게 갇혀(?) 있을수밖에 없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적어도 애국 국민들은 전 여옥 의원의 애국심, 투철한 국가관, 강인한 리더십을 다소간 알고 있었다.
그 얼마나 친 박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는지를... 오죽했으면 친 박이 전 여옥을 영등포 ‘갑’ 에서 낙선시키기 위해 불법적인 ‘공개 낙선운동’ 까지 펼치지 않았던가?
친 박에 의해 친 이도 아닌 전 여옥 의원을 친 이로 매도되고 일부 친 박들이 만들어 낸 모조된 배반자란 낙인을 찍어 붙혀 전 의원에게 그 얼마나 음해를 일삼았던가? 별로 아닌 인물들이 장관이나 중요 보직에 보임되는 경우를 가끔 느껴본 사람들의 입에서 “왜 전 여옥 의원은 장관감 이상인데 장관이 안되지?”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우스게 소리로 막강한 사람의 정적(政敵)이니까 그랬겠지...” 라고 풍자하곤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전 여옥을 읽고는 내 얼굴에는 분노의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왜인가?...
이 책을 읽어 보지 않고는 전여옥의원의 끓는 통곡이 어디로부터 기원했는지를 알 수 없을 듯 했다.
자유언론인협회장 . 인터넷타임즈 발행인 양영태 (전 서울대 초빙교수,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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