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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압력만이 北 비핵-개방 이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처음에는 개방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지금은 좀 실망스럽다.고 25일 토로했다.
(정용석 뉴스파인더 논설고문<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김정은이 국제적 고립과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개방하리라 기대했었으나 빗나갔다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김정은 정권은 제2의 연평도 도발을 위협하는가 하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 하는 등 “개방” 대신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호전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김정일이 지난해 12월 17일 급사하고 김정은이 등장하자 이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며 김정은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남북관계를 처음부터 새롭게 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며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밖에도 정부는 12월20일 김정일 사망에 위로의 조의까지 표명하였다.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김일성 사망 때는 하지 않았던 조의를 김정일이 죽자 정중히 건넸다는 것은 김정은에게 그만큼 남북 화해협력을 기대했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나는 지난해 12월27일자 뉴스파인더의 칼럼 조속한 안정? 조속한 붕괴가 맞다를 통해 김정은에게서 결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바 있다. 북한의 대남 궤도 수정은 김정일 노선을 반대하는 세력이 김정은 권력을 몰아낼 때 가능하다.’며 ‘낙관적 전망은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부는 ‘김정은 권력의 조속한 안정 회복이 아니라 조속한 붕괴를 유도해야 한다“고 비판하였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이 “개방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위로의 조의까지 보냈다가 3개월 만에 뒤늦게 실망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실망 토로는 지난 4년여 동안 추구하였던 대북 “중도실용” 노선이 크게 빗나갔음을 실토한 것이다.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서 마저 뒤통수를 얻어맞은 데 기인한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은 우익과 좌익 모두를 거부하면서 중도로 나가는 노선이다.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을 대화와 공존의 길로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에 바탕 한다. 당근정책이다.
현실 무시한 비핵-개방-3000 구상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은 2007년 대통령 유세 중 비핵-개방-3000 구상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서도 비핵 개방*3000 구상을 거듭 밝히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일은 남한의 경제지원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방한다면, 자기의 독재권력이 붕괴된다고 간주한다는 데서 결코 비핵-개방-3000을 받아들일 턱이 없다. 더욱이 김정일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을 상대로 비핵 개방의 조건 없이도 엄청난 경제지원을 받았던 터이므로 조건이 주렁주렁 매달린 비핵-개방-3000구상을 수용할 리 없다. 김정일의 관심은 북한 주민의 소득을 3000달러로 올리는데 있지 않다. 300만 명을 굶겨죽이더라도 오직 독재권력을 유지하는데 있다.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당근에 기반한 비핵-개방-3000구상은 애당초 거부될 수밖에 없도록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김정일이 급사하자 “개방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환각에 빠진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음을 엿보게 한 오판이었다. 이 대통령에게 “개방하지 않을까 기대”하도록 오도한 참모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잔여 임기 동안 또 다시 대북 환각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남북한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초소를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DMZ에서 북한 쪽을 봤을 때 50년 전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오바마의 지적대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의 북한은 “50년 전” 그대로이며 하나도 바뀐 게 없다.
이 대통령은 뒤늦게나마 중도실용의 환각에서 벗어난 듯 싶다. 김씨 왕조 3대 세습 체제가 붕괴되는 날 까지 경제와 외교제재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전방위 압박만이 김정은을 비핵-개방으로 끌어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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