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과의 연결 관계를 무척 노력했는데 간신히 연결됐습니다. 민주노총이 오늘 새벽 통합진보당과의 결별을 선언했고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조건부 철회를 한 셉입니다. 통합진보당 당원의 절반 가까이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조건부 지지철회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통합 진보당 사태, 민주노총의 김영훈 위원장 연결해서 이야기 짚어보겠습니다. 김 위원장님?
☎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이하 김영훈) : 네,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입니다.
앵커 :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결과,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김영훈 : 저희들은 어제 두시부터 자정까지 거의 열 시간 동안 많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한 마디로 얘기하면 현재의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길에서 현저히 일탈했다는 것이 의회의 상황진단이고요. 이런 것들이 지속된다면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조직적으로 지지하기는 어렵다는 것, 다만 당 차원에서 지금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고, 강기갑 대표님 말씀처럼 곪은 데가 있다면 심장까지 도려내겠다는 말씀처럼 혁신하시겠다고 하니, 저희들 입장은 지금까지 십수 년을 진보정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노동자들 입장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기회를 혁신 비대위에 드리는 것으로 조건부 지지철회를 하였습니다.
앵커 : 원래 김 위원장님은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때 강경한 입장을 취하셨죠? 그래도 혁신 비대위에 기대를 걸어 조건부 지지철회로 변화를 하신 거군요.
김영훈 : 사실 그 이후에 상황변화라고 하는 것은 저희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일반 시민들의 입당 문의를 흔히 진보정치 시즌 2라고 하는 일들이 벌어졌는데요. 저는 이 상황들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그래도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 마음들이 모아져서 오히려 입당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은 어쩌면 정말 고사상태에 빠진 진보정당에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야 되는데, 그런 시점에 우리가 만들었던 진보정당의 산소 호흡기를 우리 손으로 뗄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 진보 정치 시즌 2라는 게 현재 진보정당이 마음에 안 들면, 버리지 말고 오히려 시민 사회의 여러 의견을 가진 분들이 들어가서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죠.
김영훈 : 결국 낡은 진보를 버리고 새로운 진보를 재정립하자는 운동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앵커 : 지금 핵심 쟁점은 역시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문제인데요. 어떻게 이 입장을 정하셨습니까?
김영훈 : 저는 두 분의 문제가 모든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비치는 그 자체가 대단히 불만스러운 사람입니다. 혁신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 한 방편으로 이번에 문제가 됐던 비례후보들의 총사퇴를 하는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다하자는 것인데요. 그 외에도 나머지 혁신해야 될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죠. 그런데 이 두 분의 문제가 모든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비춰져서 곤혹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이 두 분의 문제를 넘어서서 당 스스로 결정할 문제를 당원이 어떤 자세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앵커 : 두분의 거취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아니라는 입장이신 거죠?
김영훈 : 핵심으로 비춰지게 된 정황 자체가 너무 불만족스럽다는 겁니다. 그 두분의 문제는 당에서 결정한대로 당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면 될 것입니다.
앵커 : 그런데 당권파, 비당권파의 계파 갈등 내지는 헤게모니 쟁탈전이 낡은 진보의 모습으로 비춰져서 모든 문제가 불거진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더 논의가 있어야 될 것 같고요. 어쨌든 통합진보당이라는 배경에는 지역이 있는 것이 아니고 민노총이 가장 다수를 점하고, 진성 당원의 주류를 점하는 그런 큰 역할 아니겠습니까? 정당을 향한 민주노총의 관계나 입장은 어떻게 정립하고 계십니까?
김영훈 : 과거 민주노총과 민주 노동당의 관계는 민주노총이 주체가 돼서 창당했기 때문에 배타적인 지지관계였습니다. 말 그대로 유일한 지지정당이었죠. 그런데 2008년 분당을 겪고 그 이후 민주노총이 새롭게 진보정치 대통합 운동을 했지만, 그것이 미진에 (미단에 그쳤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없네요. 아무리 들어도 미삼에 미담에 미삼에, 미진에 어쩌고인데...내용상 미진에가 맞는 것 같아서 이렇게 썼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작게 먹으시는 바람에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는 과거 배타적 지지관계가 아니라 선거 때마다 어떻게 전술적으로 연대하고 지지할 것인가의 대상의 한 정당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동 쪽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지금 현재 민주노총이나 한국 노총이나 노조 조직률이 상당히 떨어져 있잖아요. 대부분의 시민들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원이 되기 어려운 악조건에 우리 사회가 처해져 있습니다. 이런 것을 민주노총이 극복함으로써 노조의 조직률을 높이고 그것을 통해서 진보정당에 개입력을 높이는 그런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 지금 통합진보당의 문제가 당내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사상문제, 이념 갈등 문제로 비화가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통합진보당 내의 일부 세력이 종북이다, 주사파다 이런 식으로 논조가 몰아지고 있고요. 여기서 민주노총도 깊숙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인데, 사상 문제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영훈 : 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문제의 본질은 당내 민주주의와 그것을 자정하는 능력, 그런 문제인데, 느닷없이 종북이니 사상 논쟁이 된다는 것에 대해 뜨악한 심정입니다.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그런 심정입니다.
앵커 : 분명히 진보진영 전체의 사상 문제가 덧씌워지고 있는 과정임에는 틀림없거든요?
김영훈 : 종북 논란이 왜 갑자기 나오는지 그것을 제가 이해를 못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저도 전문적으로 정치를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고요.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급급한데 종북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것을 제기한 배경이나, 물론 소위 민주노동당이 과거 북에 대한 경직된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이번 기회에 그런 것들도 대중의 눈높이로 맞춰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요구는 있을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왜 종북 문제가 불거지는지 그 이유는 제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앵커 : 어떤 언론은 이게 보수 세력의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진단도 있고요....
김영훈 :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가 보는 견지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문제를 보수 진영에서 볼 때는 호기 중의 호기이고 누구를 탓할 것도 사실 없죠. 그래서 야권 연대를 깨기 위해서는 그쪽 분들 입장에서 본다면 통합 진보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야권 연대에서 구분해야 될 텐데, 통합 진보당의 딱지를 씌울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즉각적인 것이 색깔론 아니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통합진보당에 부정선거 더하기 종북의 딱지를 붙여서 완전히 고사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앵커 : 지금 진보가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 것이냐, 진보 영역이 과거 노동계가 중심인 시선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젊은이들, 트위터나 sns를 통한 시민사회 세력 두 갈래로 나눠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당연히 김영훈 위원장님께서는 노동계 입장이실 텐데, 진보의 위해서 민노총이 해야 될 역할이며 방향은 어떻게 제시하고 계신지요?
김영훈 : 물론 노동 중심성의 강화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노동 중심성은 민주노총 중심성이 아닙니다. 조합원 중심성이 결코 아닙니다. 젊은이들이라든지 트위터리언이라든지 시민들의 대부분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분들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절대다수의 유권자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하는 사람들, 즉 일하는 사람들이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 중심성입니다. 그 속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노동자의 대변인을 자행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노동 중심성은 민주노총의 배타성이나 패권적 지위를 보장해 달라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앵커 :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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