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지자체의 아파트 분양원가 허위신고 묵인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9일 2000년 이후 수도권 분양아파트 원가 허위신고 묵인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내기 위해 여야 모든 의원들에게 제안서를 전달했으며 의원들의 뜻을 모아 7월 초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뜨겁지만 이미 법에 따라 건설업체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까지 무려 58개 항목에 걸친 아파트 원가를 지자체에 제출해 공개되고 있다”고 밝히고, 건설업체가 땅값과 건축비 등 원가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허위로 신고하는 데도 지자체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검증을 하지 않은 채 분양승인권을 내준 데 문제가 있다”며 감사청구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심의원은 앞으로 지자체가 건설업체가 제출한 원가내역을 제대로 검증해서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감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청구 내용은 2000년 이후 수도권 분양 아파트 택지비 허위신고 묵인여부, 2000년 이후 서울 동시분양아파트의 건축비 허위신고 묵인여부, 건교부의 감리지정절차 변경의 적절성 여부 등 크게 세 가지이다.
주택법 제16조와 24조 및 시행령 26조, 관련규칙에 따르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려는 건설업자는 사업계획승인-감리자지정공고승인-입주자모집공고승인 등 세 단계의 승인을 받기 위해 관할지자체에 서류를 내야하며, 지자체장은 이를 검토하여 인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2005년 여야합의로 공공택지내 민영아파트에 한해 7개항목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는 데 반해, 건설업자가 감리자지정공고단계에서 지자체에 제출하는 원가 공개항목은 58개에 달해 땅값과 건축비, 이윤을 비롯해 분양원가를 아는 데 필요한 내역이 모두 담겨있으며, 지자체장은 이 내용을 그대로 공개해왔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자들은 토공으로부터 공급받은 땅값을 부풀려 허위로 신고하거나, 단계마다 건축비를 높여가는 방법으로 분양가를 실제 원가가 아닌 주변시세에 맞춰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했는데도 지자체는 이를 전혀 검증하지 않고 건설업자가 제출한 서류대로 분양을 허가해준 것이다. 이는 명백히 법을 어긴 것이기도 하다.
한국토지공사가 2006년 5월 1일 발표한 택지공급가격과 아파트 분양가격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값이 급등한 용인·화성지역의 경우 최근 5년간 토지공사가 건설업자에게 공급한 택지비는 평당 20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건설업자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10배인 200만원이나 올려 받았다(토공 2006.5.1 보도자료 참조).
경실련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주택건설업체에 공급한 111개 필지의 택지공급가는 평당 298만원이었으나, 택지를 매입한 건설업자가 감리자지정단계에서 관할지자체에 제출한 택지비는 평균 평당 406만원으로 택지 한 평당 108만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총액 1조2천567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용인죽전지역의 모 건설업체는 토공으로부터 평당 359만에 구입한 택지를 평당 986만원으로 평당 627만원을 늘려 신고했다. 2003년 1차~2004년 2차 서울시 동시분양아파트 113개 사업의 건축비를 조사 분석한 결과에서는 건설업자들은 감리자 지정단계에서는 평당 426만원으로 신고한 반면, 입주자모집공고단계에서는 622만원으로 신고하여 평당 198만원 가구당 6,500만원 총 1조4천억의 차액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가 책정이 원가와 이윤을 더한 차원에서가 아니라 시세에 맞춘 가격 책정으로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다시 신규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주변 집값 재상승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이 같은 악순환은 서울, 수도권은 물론 지방 등 전국으로 확산돼 아파트 가격 폭등을 야기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로 부여받은 인허가권을 엄격히 행사하기 위해 건설업자들이 원가를 부풀려 제출한 신청서류를 검증하고 허위사실을 발견하여 검토보완을 요구한 사례는 거의 없고 대부분 건설업자가 신청한 대로 승인해주었다.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법대로 건설업자가 신고한 택지비 건축비 등 아파트 원가가 부풀려진 것인지 적정한 것인지를 제대로 검증한 뒤 인허가권을 행사하였다면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책정과 연쇄적인 아파트 가격 폭등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한 발 더 나아가서 2005년 11월 택지분야계약만 체결하면 입주자모집이 가능하도록 주택공급규칙 제7조를 개정함으로써 소비자를 위한 감리도 지정되지 않은 가운데 분양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나마 지금까지 감리자지정공고문을 통해 건설사의 택지비와 건축비 허위신고를 알 수 있었던 길마저도 막아버렸다. 실제로 2006년 4월 분양돼 막대한 분양대금을 지불한 판교신도시 아파트는 아직까지도 분양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감리자 지정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심의원은 건교부의 규칙개정이 내용상 과연 적절한 것인이었는지, 규칙개정 절차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의원은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는 국민의 바램은 집값 안정을 통해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고픈 것”이라며, “정치권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바램에 부응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현해 법률로도 이미 상세하게 공개되고 있는 아파트 원가가 지방자치단체의 방조아래 건설업자들이 허위신고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심의원의 감사청구 추진에는 분양원가 공개 필요성을 주장해온 여야 다수 의원은 물론 법을 지키기 않은 지자체의 직무유기는 민선 4기 지자체 행정의 개혁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상당수가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