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 앵커 (이하 앵커) 지난4일이었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가 한 인권단체 회원의 기습적인 항의를 받고 자리를 뜨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날 인권단체들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 반대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하 안경환) :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안경환 : 네, 이제 방학이 시작해서 밀린 일을 하려고 챙기고 있습니다.
앵커 : 엊그제 현직 국가인권위원장이 영화 '두개의 문'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방문했다가 인권단체 회원의 항의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을 듣고 전직 위원장으로서 어떤 마음이 드셨습니까?
안경환 : 편하지 않죠. 먼저 인권단체에서 그런 식으로 위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인권단체에서 언제나 의사표현 같은 것이 보통 상황과 달리 그때그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런 일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앵커 : 안 전 위원장께서는 <두개의 문>을 보셨습니까?
안경환 : 아직 못 봤습니다. 방학을 했으니까 보러 가야죠.
앵커 : 그럼 용산참사, 이 사건은 자세히 알고 계시죠?
안경환 : 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재직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요.
앵커 : 그런데 현직 위원장이 용산참사 당시의 사태에 대한 의견서를 내기를 거부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몇 명의 의원들은 사퇴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경환 : 모르겠습니다. 아마 구체적인 그때 업무의 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는데, 어떤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내고 안 내고는 인권위 의원들끼리 합의해서 결정할 일이니까, 그런데 만약에 밖에서 얘기하듯이 정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그렇게 했다면 그건 잘못이죠. 국가인권위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 서 있고요. 어떻게 보면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국민이 편한 결과가 나오도록 해주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만약 그런 이유 때문에 안 했다면 그건 잘못된 태도죠.
앵커 : 인권위 소속 의원들이 사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경환 : 인권위는 원래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잘 조정하는 것이 장의 업무죠.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기관장으로서의 통합능력, 조정능력이 약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밖에서 비춰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앵커 : 안 전 위원장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않고 사퇴하셨죠?
안경환 : 네, 몇 개월 두고요.
앵커 : 그 부분은...
안경환 : 그때 상황이, 제가 무슨 압력을 받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 당시 세계국가인권협의회 의장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것을 제 후임자에게 맡게 하려고, 정부와 소통이 돼서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그만뒀는데 그렇게 안 됐습니다.
앵커 : 당시 인권위원회 조직이 축소되고 기능이 약화되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반발 때문에 사퇴하셨다는...
안경환 : 아니 그 반발은 소송을 통해서 문제제기를 했고, 그것은 이미 다 반발을 했고 비판을 했었고요. 제 임기 4개월을 남기고 그만 둔 것은 좀 더 건설적으로 다른 식의 국제 리더십을 모색하기 위해서 한 거였습니다. 4개월 더 있는다고 제가 나쁠 게 없었지만, 좀 더 큰 차원에서 뜻을 가지고 그렇게 한 겁니다.
앵커 : 그런 언론보도와는 사실 다르다는 말씀이신 거죠?
안경환 : 그런 측면이 있죠.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고요. 제가 항의해서 사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항의한 것은 항의한 것대로 소송도 했고요.
앵커 : 청와대는 현 위원장의 연임 내정을 발표하면서 "현 위원장은 인권위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에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경환 : 외형적으로 볼 때는 그럴듯한 말처럼 들리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시각이 잘못됐습니다. 왜냐하면 인권위는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를 불편하게 해서 소수자의 입장에서 인권을 챙기면서 국가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인권위의 고유 임무입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그런 것을 불편하게 생각해서, 그래서 그 부분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나, 길들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면 잘못이고, 국가 인권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고, 정부에 대해 나쁜 소리를 쓴 소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것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시각이 잘못돼 있고요.
앵커 : 결국 지금의 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계시는 건가요?
안경환 :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잘하고 있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부와 대립하는 시각에서 볼 때 그런 부분에서는 좀 당당하지 못하지 않나 그렇게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앵커 : 현직 위원장의 연임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안경환 : 개인이 능력이 있고 자격이 있고 그만큼 확신이 있으면 할 수 있지요. 정부도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그런데 다만 이분이 다른 것보다도 같이 일한 직원들에게 징계를(대장징계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이 분 사투리가 좀 있어서 사투리 같기도 하고, 대징계라는 말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냥 징계라고 했습니다. 뒤에서는 또 그냥 징계라고 바로 말하기도 해서요..) 단행했습니다. 그 징계 사유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였기 때문에 법적 분쟁도 걸려있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통합력이나 화합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장으로서 균형 감각이 약한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그런 분을 연임하게 하시는 것은 전체적으로 장래를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개인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많이 갖추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년을 맞이했는데, 10년의 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경환 : 처음 7년, 국제 사회에서 볼 때 국가인권위가 준 국제기구거든요. 처음 7년은 굉장히 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당당히 맞서고 그동안 산적돼있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데 지난 3년 동안은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정부에 대해 너무 당당하지 못했다, 그리고 인권의식이 약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이 정부와 같은 색깔을 인권위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지요.
앵커 : 안 전 위원장의 회고록을 쓰신 적이 있죠?
안경환 : 다 쓴게 아니라 지금 연재를 하고 있죠.
앵커 : 회고록 일부 가운데 "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건의하고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인권위를 좌파정권의 앞잡이라고 믿고 있다. " 이런 글도 적으셨는데...
안경환 : 네. 그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앵커 : 이런 부분들은 왜 그런 생각을 가지셨나요?
안경환 : 인권위원회 탄생 자체가 김대중 정부 때 탄생했거든요. 그래서 김대중 정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 한나라당에서는 인권위 설립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법무부에서는요. 그래서 그런 정서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였고,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고 이회창 씨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만들어져야 할 기관이었습니다. 오해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문제에도 상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은데요? 북한 인권센터를 만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경환 : 그건 그럴 수 있지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은 누구나 해야 되지요. 그러나 표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고요. 그런데 지금 인권위에서 북한인권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그로 인해서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관심의 표현이 그런 건데, 그리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뜻이나 효과가 나온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죠. 그런데 지금의 이 정부의 역할과 거기에 맞춰서 국가인권위에서 한 것은, 인권이 정치적 색채를 피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정치적 색채를 더 강화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북한과의 관계에도 도움도 안 됐고요. 북한 인권개선에 뭐가 도움이 됐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까지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집중했다고 할지라도 원 전 위원장님 입장에서 보실 때는 별 효과가 없었다...
안경환 : 지난번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관심을 안 가진 게 아닙니다. 다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여러 가지 연구를 한 거죠. 이번에는 정면으로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으로 정치행위를 한 셈이 돼 버렸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 안 전 위원장님께서도 재임 당시에 관심을 가졌고....
안경환 : 굉장히 많은 자료를 만들고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지금 축적된 자료가 많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앵커 : 청와대는 현 위원장에 대해 "그동안 비교적 소홀했던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해 국제사회가 이를 공론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안 전 위원장의 설명과는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안경환 : 입장의 차이겠죠. 견해의 차이겠죠. 청와대에서는 그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 인권위에 정부에 대한 독립성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시겠습니까?
안경환 : 아까 말씀대로 국제사회에서 한국 국가인권을 높게 평가했던 이유는 정부에게 당당하고 정부에 대해 쓴 소리를 주저하지 않고 많이 했고, 별로 위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가를 잘 받았죠. 그런 점에서는 이번에 약화됐죠. 그게 싫기 때문에, 그것이 싫어서 이 정부가 처음에 국가 인권위원회를 없애겠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분위기에서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만큼 당당하고 독립적일 수 없지요. 인적 구성이나 분위기에서요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국가인권위원회 편에 서서 지켜줘야 하는데 국민도 관심이 덜한 것 같고요. 언론도 관심이 쪼개져서 국가인권위 기능을 약화시키는데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인권위의 실효성과 위상이 약화됐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안경환 : 우선 세 가지죠. 하나는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어떻게 보느냐, 독립기관으로서의 특성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가 첫 번째 관건이고요. 두 번째는 인권위 일하는 사람들이 독립기관으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느냐 다시 말해서 정부와 맞서고 정부를 불편하게 하는 일에 대해 주저하지 않느냐 하는 사명감의 문제고요. 세 번째는 국민이 이런 경우에 국가인권위원회를 격려해줘야죠.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 세 가지 요건 중에 하나도 안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앵커 : 앞으로 인권위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어떤 식으로 좀 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안경환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인권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을 것인데, 그 기대에 맞춰야겠죠. 그러나 그 시대에 따라 내용과 부분의 강도는 다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권은 기본적으로 전향적인 것이기 때문에 전향적인 문제제기에 대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위축되지 않아야 되는 것이죠. 다만 아까 말씀드린 3가지 조건 및 사회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준다. 지금은 그 셋 다 아주 나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주는데 현재는 그것이 좋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안경환 : 문제를 제기한 쪽은 소수 인권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침묵하고 있거나 인권위의 탄압에 내심 동조하고 있는 셈이죠.
앵커 :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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