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어오르는 불만을 꾹꾹 누르면서 다시 박근혜에게 조곤조곤 설명하려 한다.

[윤창중 칼럼세상]박근혜?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역시 이런 얘기 하는 걸 보면 박근혜는 자신을 철옹성처럼 치고 있는 친박계 때문에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임을 실감한다. 시쳇말로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만약에 이번에도 박근혜가 스스로 원칙의 노예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원칙 타령만하며 또 고집 부린다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영구적으로 소멸’되고야 말 것!
박근혜는 분명히 위기의 본질이 박근혜 자신과 친박계로부터 잉태돼왔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왜?
박근혜는 누구를 탓하고 누가 잘못됐다고 하기 전에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부터 열심히 서로 다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건 완전히 본질을 거꾸로, 더 심한 표현으로는 엉터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
박근혜로 통하는 모든 길이 친박계에 의해 꽉 막혀 박근혜의 말대로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부터 열심히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 후보 박근혜가 늪에 빠지게 된 것!
따라서 문재인한테도 밀리는 치욕적 상황에 이르게 한 친박계를 모조리 쫓아내는 것 외엔 현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친박계의 해체와 2선 퇴진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당위라고 하는 것! 당위!
친박 골수 최경환을 비서실장에서 빼고 그 후임에 또 친박계를 앉히는 걸로 이번 사태를 끝낸다? 이런 안이한 방식으로 어떻게 큰 산을 넘어가겠다는 것인지,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비서실장부터 친이계로 바꾸고 대선 캠프의 좌장에도 김무성 같은 반박(反朴)에 섰던 친이계 누구라도 시키면 박근혜의 통 큰 정치라는 환호가 나오게 돼있다.
박근혜가 친박계 중심 선거 체제 모든 걸 다 뒤엎어 버리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당심(黨心)과 민심을 이제라도 전격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그냥 간다고 가정해보자? 그걸로 박근혜에겐 고집불통 이미지가 급속도로 더 굳어져버려 결코 재기할 수 없다. 단언한다.
만약 박근혜가 모든 걸 다 엎어버리는 결단을 빨리 내리지 않고 당심과 민심을 향해 정면 대결하듯이 고집불통으로 나간다면? 보름 안에 대선 후보 지지도 ①②위는 안철수·문재인이 확고하게 나눠 갖게 되고 박근혜는 ③위로 냅다 곤두박질 쳤다가 그대로 대선까지 갈 것!
박근혜는 이번에 '확 밀리는 모습'을 보여야 살아날 수 있다.
첫째, 황우여 당대표부터 갈아치우는 건 물론, 사무총장 서병수, 어쩌고 하는 친박계 일색 당 지도부를 모조리 내려앉히고 당 대선캠프가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가는 체제로 전면 전환하라!
황우여, 서병수는 당장 자진 사퇴해 박근혜에게 프리핸드(free hand)를 줌으로써 이번 사태의 숨통을 터 줘야한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라. 구차하고 추해 보인다.
둘째, 원내대표 이한구를 갈아치우고 국민행복특위 위원장 김종인의 손을 들어줘 논란을 끝내라!
박근혜가 이들 둘을 불러 모은 3자 회동을 통해 교통정리하지 못하고 분란을 키워온 박근혜 리더십에 고개를 돌리고 싶다. 마치 차지철과 김재규가 싸우고 있는 것 같아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한구는 대선 후보 고문 정도로 돌리고, 경제민주화를 내걸은 김종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의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열거된 핵심 공약의 하나 아닌가?
셋째,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안대희와 국민대통합 위원장으로 영입한 한광옥 간의 갈등은 두 사람 모두의 손을 들어줘 ‘같은 자리’에 앉도록 해야 한다. 그게 무엇인가? 박근혜가 안대희를 만나 설득해야 한다.
안대희가 한광옥 영입에 반대하는 건 어떻게 보면 정직한 검사 출신의 명분있는 태도로 보이지만 그것 역시 자기 ‘인기관리’에 불과하다.
안대희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왜 동화은행에서 돈 받아 형무소 살고 나온 김종인과는 투톱체제라며 동석(同席)하는가! 앞뒤가 맞는가?
안대희가 새누리당에 들어갈 때 김종인이 먼저 와 있었던 사실 몰랐나? 한광옥 영입 효과가 과연 호남에서 얼마나 나올 것 인지부터 의문이고, 박근혜가 원천적으로 한광옥을 데려온 게 잘한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그렇다해서 안대희가 사표 내던지고 나가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
그건 스스로 박근혜를 선택한 자신을 부정하는 것! 그래서 안대희 자신은 대쪽 이미지 굳히고, 박근혜는 망한다?
정치는 적(敵)과도 동침(同寢)해야 한다. 안대희는 이 정도 의사 표시 선에서 그쳐야 한다. 한광옥을 다시 출당시킬 수 없는 현실 아닌가?
박근혜는 새누리당 선거대책위를 다 뒤엎어버리면 선거를 포기할 만큼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이야말로 다 뒤엎어버리지 않으면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에야말로 유연성을 발휘해 친박계 퇴진을 비롯해 다 뒤엎어버리라는 당심과 민심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박근혜, 무릎 꿇고 항복하라! 그러면 기회가 온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정치 칼럼니스트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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