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12년 10월 22일 북한군의 협박에 굴복했다. 우리 경찰과 군이 22일 오전 8시40분부터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련) 회원들의 임진각 진입을 차단하여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봉쇄한 것이다. 당시 상황 전개는 이렇다.
김성만(예비역 해군중장, 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북민련은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 행사를 한다는 계획을 10월 16일에 밝혔고, 사전에 집회허가까지 받았다. 북한인민군 서부전선사령관(육군 중장)은 10월 19일 공개 통고장’을 통해 전단 살포시 임진각을 포격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이 10월 20일 및 21일에 전방부대를 각각 순시하고 사전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우리 군 당국은 전단 살포를 기정사실화하고 북한의 도발에 맞선 ‘단호한 조치’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정부는 당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민간인통제구역인 인근 대성동과 해마루촌, 통일촌의 주민 800여명은 안전시설로 대피하고, 임진각 관광객 출입은 막기로 했다.
그런데 북한이 21일부터 서부전선 최전방 포병부대의 견인포와 자주포 등의 포신을 개방하는 등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22일 오전 북한군의 견인포와 자주포의 포구가 열리고, 방사포 탑재차량이 포착되자 예하부대에 최고 수준의 대응태세를 하달했다. 육군 1군단 예하의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MLRS) 등을 즉각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했다.
그런데 22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진각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반대동향과 함께 전단 살포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이 봉쇄하기로 판단했고 우리도 그렇게 이해해 결과적으로 집행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대한민국은 북한군의 움직임에 겁을 먹고 물러선 모양새가 되었다. 우리 군의 모습은 더욱 초라하다. 북민련이 이번에 전단을 살포했어도 북한군이 감히 포격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군은 금년에 3회(4월, 7월, 9월) 박격포를 이용하여 전단을 우리 쪽으로 살포했다. 그리고 우리 군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합참의장은 만일에 대비하여 미국출장(MCM회의 참가)을 취소하고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의 수모는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우리 군은 천안함 폭침(2010.3.26)에 대한 대북 군사조치의 하나로 2010년 5월 24일 국민에게 약속한 대북 심리전(확성기, 전광판 방송)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의 협박에 굴복해서다.
북한인민군 중부전선사령관은 2010년 5월 24일 오후에 ‘남조선의 역적패당에게 보내는 공개경고장’을 통해 “(남한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면서 “만약 우리의 정정당당한 대응에 도전해 나선다면 도발의 근원을 없애버리기 위한 보다 강한 물리적 타격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전방에 확성기를 설치하고도 작동하지 못했고 전광판은 설치도 못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23일 예정된 애기봉 등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 3곳의 성탄트리 등탑 점등식이 결국 취소됐다. 북한군의 협박이 있었다. 김포시가 애기봉 점등과 관련,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국방부에 중지요청을 했는데 이를 국방부에서 받아들여 취소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이번 사태로 국가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이제 북한군이 우리 군 수뇌부의 결의(決意)를 믿겠는가? 하루 속히 이를 회복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군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북심리전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도 탈북자들에게 의지하지 말고 대북 전단 살포를 주관해야 할 것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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