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이나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10억을 1억씩 쪼개서 10개 기업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어린애는 밥 한숟가락이면 되지만, 장정에게도 똑같이 밥 한숟가락 주면 되나요?”
신입사원을 뽑아서 1-2년 훈련시켜 놓으면 대기업이나 월급 더 많은 곳으로 이직해 버립니다. 뭔가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정부의 기업 현장점검단과 서울디지털단지 내 중소기업 대표 등 12명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기업대표들이 토로한 내용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내 19일 오후 접견실에서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간담회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겪고 있는 여러 애로사항과 정책 건의사항에 대한 기업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이다.
정부는 현재 기업의 창업에서 퇴출’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부문에서 관련규제를 개선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해 9월 발표한 1단계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에 이어 2단계 대책을 준비 중이다.
현장점검단’은 2단계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재경부·산자부·건교부·공정위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꾸려진 팀이다. 이름 그대로 기업대표들을 만나 과제 발굴을 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점검단 구성원도 각 부처 과장급 등 실무자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번 간담회는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기업인들의 의견도 자연스럽게 풀려나왔다.
고급인력 유입 위해 인센티브 줘야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수급이었다.
참석한 기업인들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력난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을 촉구했다.
한 웹솔루션 업체 사장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급인력 유입이 안된다”면서 “신입사원을 뽑아 1～2년 훈련시켜 일할만 하면 대기업이나 프리랜서로 빠져나가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인력난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 보다는 새로운 유형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세제 등에서 디스카운트 혜택을 주면 인력유출이 다소나마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실질적 재정지원 절실
자금지원에 있어서도 기업업태, 필요자금 규모 등 실제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기업인은 “정해진 예산으로 보다 많은 기업에게 지원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쇄·제본업체 사장은 “신용보증대출에 있어서 신규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며 “기술, 인적자원, 노사화합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출 종류도 담보를 통한 시설자금 대출만 있는데 여러 가지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공장 설립도 좀 더 용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관련법에 대해 소위 ‘박사’가 돼야 공장 하나를 지을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과밀억제권역 내라도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탄력적으로 공장건립을 허용해 달라고 입을 모아 요구했다.
한 기업인은 “수도권 공장 증설도 경쟁력 있는 업종 등 몇 가지만 허용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자격이 될 경우에는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말했다.
세제혜택에 대한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공장을 운영하다가 망해서 빚을 갚기 위해 공장 등을 팔 때 물어야 하는 양도세가 너무 과하다”며 “부채상환에 전액 소요되거나 부채를 상환하고 남은 돈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며 세제의 탄력적인 적용을 역설했다.
그는 기업의 업종 및 지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장매각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데 세금으로 다 지출하고 나면 업종전환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에 대해 연말 세액공제 등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은 이와 함께 산업단지 내 문화·편의 등 배후시설에 대한 필요성도 역설했다.
한 기업인은 낮에는 산업단지 안이 북적이다가 저녁 때가 되면 썰물빠지듯이 썰렁해진다”면서 일과 생활이 함께 이루어져야 공동화 현상을 막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밖에 공정위가 공정한 법집행 뿐 아니라 기업문화를 향상시키는 쪽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하면서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계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재한 백용천 재정경제부 지역경제정책과장은 “오늘 나온 제안들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약속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점검단은 오는 4월초까지 1차와 2차로 나눠 전국주요 산업단지와 개별기업을 방문할 계획이다. 1차 방문에서는 이날 서울디지털단지를 시작으로, 21일 인천 남동단지 및 경기도 반월·시화단지, 오는 22일 경남 창원단지, 23일 부산 녹산단지 등이다.
중소기업 가장 큰 문제는 인력수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