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화합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근로자들의 복지환경 개선을 통해 노사 화합은 물론 기업 재도약의 길을 열었다. 노사발전재단이 선정한 2010년 노사문화 우수기업 가운데 두 곳을 찾았다.

작은 실적이라도 칭찬하고 포상합니다.사무가구 전문 생산업체 퍼시스는 직원과 팀의 공로를 하나라도 잊지 않고 포상하는 ‘스마트 퍼시스인(人)’ ‘스마트 퍼시스팀’ 선발대회를 통해 직원 참여 중심의 노사 화합을 추구한다.

사측은 근로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협력을 꾀하는 한편 우수 사원과 팀을 선정해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 ‘업무 능률’과 ‘열린 노사문화’를 두 바퀴로 함께 굴린다.

특히 1983년 창사 이래 단 한 번의 구조조정도 하지 않은 것은 퍼시스의 최고 자랑거리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유도하며 노사 상생의 길을 걸어온 덕분이다. 이에 힘입어 퍼시스는 현재 사무가구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53퍼센트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로자의 의견을 경영진이 수렴할 때는 언제나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 또 탁상공론식 회의를 지양하고 교육이나 각종 포상제도에 비용을 들인다.

신제품의 이름 하나라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해 짓는다. 직원의 외부인력 추천제, 작업방식 개선방안 공모제 등도 수시로 실시한다.

사내게시판을 통해 업무 관련 돌발퀴즈를 열어 ‘아이리포트 퀴즈’상 수상자를 선발하고, 리포트나 프레젠테이션(PT) 경연대회 등도 마련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퍼시스 직원들이 모여 신제품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고 있다.
 
퍼시스 경영기획팀 한민석 대리는 “작은 이벤트라도 항상 최고경영자의 참여의지가 강하고 직접 직원들이 최고경영자와 몸으로 부대끼다 보니 참여도가 덩달아 높아진다”며 “가구 부품을 생산할 때도 각종 공모전을 연다”고 말했다.

참여문화를 적극 독려하기 위해 노사 간 공식 회의와 더불어 비공식 자유회의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경영진은 “노사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인재에 대한 비용이 아니라 인재가 만들어낼 성과다. 임직원 간 소통이 최우선이다”라는 기치 아래 직원을 위한 소통 여건을 만들어간다.

직원 개개인이 편안한 근무환경에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비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2백12명의 직원에게 2억2천만원(총임금 대비 2.4퍼센트)의 교육비를 사용했다.

또한 행복한 가정을 밑거름으로 직원들의 작업 능률을 높이고자 지난 1월부터 출산장려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자녀 1명당 출산 축하금 2백만원, 초등학교 입학금 1백만원, 유치원생의 경우에는 분기별로 30만원이 지원된다. 초보 엄마 아빠상’ 제도도 시행해 자녀를 낳은 직원에게는 유아용품을 제공한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원에게는 초보 학부모상이 수여된다. 최근에는 ‘우리 엄마 아빠 직장체험’이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직원 가족들이 직장을 방문하는 직원 가족 초청 투어’를 열어 가족들로 하여금 작업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민석 대리는 “최근 평일에 초청 투어를 시행했는데, 주말이 아니라서 참여하기 힘든 여건이었음에도 서른 가족이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직원뿐 아니라 가족들이 보기에도 쾌적한 근무환경은 중요하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자리한 지상 10층, 지하 4층 퍼시스 사옥에서는 4, 5층 전체가 직원 휴식공간으로 쓰인다.

지난해 퍼시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200대 유망 중소기업(연매출 10억 달러 미만 기준)에 유한양행, 메가스터디 등과 함께 선정된 바 있다. 30여 년 동안 노사 간 소통과 존중을 최우선의 모토로 내건 결과다.

경기 부천시의 전기제품 제조업체 신한일전기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상생 협력의 노사관계 형성기’로 자체 선포한 뒤, 노사 모두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일전기는 회사 안팎에서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벌여 노사 상생의 모범 기업으로 거듭난 회사지만, 1968년 창사 이후 90년대 후반까지는 사측 주도의 근로환경에 직원들이 순응하는 ‘소극적’ 노사관계를 형성해왔다.

 
지난 8월 25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의 신한일전기 생산라인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적극적인 노무정책으로 선회했다. 최근 2년 동안 노사가 합심해 공장 개선에 매진했고, 노사월례회의를 통한 근로자 의견이 작업장에 바로 도입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에 힘쓰고 있다.

신한일전기 총무팀 문병철 과장은 “노사월례회의는 필요하면 수시로 하고, 경영자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12년을 이어왔다”며 “이러한 기업문화가 회사 발전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일전기의 연매출액은 현재 8백억원가량이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일전기는 또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로도 유명하다. 비정규직을 지양하고 전 사원을 정규직화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연 10억원가량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마련해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도 해준다. 또 사내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고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며 최근의 화두인 보육환경을 적극 개선해나가고 있다.

사내 이벤트나 문화활동도 노사 상생 문화를 꽃피우는 밑거름이다. 신한일전기는 체조교실, 요가교실, 금연클리닉 같은 건강 강좌는 물론 친목 도모를 위한 족구대회, 단체줄넘기 대회 등도 꾸준히 열고 있다.

경영진은 ‘열린 경영을 기반으로 한 경영성과 달성, 노사협력 인프라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 등을 모토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왔다. 일성장학재단 설립, 홀몸노인을 위한 김장 봉사, 불우이웃 돕기 일일주점, 새소망보육원 결연사업 등 노사가 함께 어울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이렇게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도하며 복지와 사회 교류에 힘쓴 덕에 신한일전기는 최근 3년간 이직률이 전 직원 3백80여 명 중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문병철 과장은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2003년부터 보육시설을 갖추고 동종 기업에 비해 사원 복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점이 직원들의 충성도와 애사심을 높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