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시장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대표적인 애널리스트 중 도이치 증권 상무인 스티브 마빈은 누구나 인정하는 비관론의 선두주자였다. 금년 상반기 만해도 ‘경제의 펀더멘탈이 아름답지 않다’는 주장을 펴며 주가의 하락을 예언해 왔다. 그러던 그가 지난 여름 ‘당분간 주식시장은 더 상승할 것’이라는 요지의 리포트를 내고 증시낙관론의 말석으로 참여하며 변치 않을 것만 같던 지조를 굽혔다.
최근 증권가의 마지막 비관론자로 불렸던 씨티그룹의 유동원 상무가 회사를 떠났다. 그는 주가가 1000선에서 오락가락하던 6월에 향후 6개월 평균지수를 800수준으로 제시했고 주가가 많이 올라 1150선에 달했던 9월에도 ‘곧 1000선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전망은 지난 10월 한때 주가가 급락하자 잠시 주목을 받았으나 곧 증시가 폭발적인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입지가 옹색해 지고 회사입장에서는 대고객관리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들어 증시가 예상을 뛰어 넘는 활황장을 보임에 따라 비관론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증시속설에는 낙관론이 많아질수록 주가 역시 최고치에 가까워 진다는 말이 있다. 주가의 역행성과 의외성을 비유한 표현이다. 그러나 작금의 주가상승세는 모든 예상과 속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그 기세가 범상치 않다.
비관론자들의 골자는 경제에 있다. 즉 주가의 기초가 되는 경제가 조금씩 나아진다고는 해도 최근같은 폭발적인 주가상승세를 정당화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내년이다. 2006년 증시는, 그리고 증시의 밑바탕이 되는 경제는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추세적인 대세상승에 비중
한국 증시가 기업과 경제의 체질변화를 바탕으로 앞으로 길게는 7년까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의 증시호황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이에따른 이익률 상승, 30~40대로 성장한 베이비붐 세대로 인한 노동생산성의 증가, 소비의 양적·질적확대 등 기업 및 경제, 인구구조 등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2006년 국내경제는 2005년 하반기 점화(setoff)국면 보다 한 단계 레벨업된 주행(driving)국면에 진입함으로써 완만한 경기확장기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미·중·일 등 우리의 주요 교역국들의 경제 역시 확장기조가 지속될 것이며, 주가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도 최근 미국 연방금리의 열세번째 인상을 고비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GDP 5% 수준의 경제성장이 무난히 달성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잠재성장률을 4년만에 회복해 활력을 보일 것이며, 이에따라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도 약 13%의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PER(주가수익비율) 9.8배는 여전히 매력적인 주가수준이고 서서히 정착되고 있는 금융자산, 특히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에 대한 추세적인 선호도는 증시수요 측면에서 폭발적인 자금유입을 보장하고 있다.
대부분 상승분위기를 전망하는 가운데 다만 상승강도는 올해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측되며, 금년 하반기의 활황세를 감안할 때 2006년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장세가 상대적으로 더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상승세가 연초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1분기 중 최고치를 돌파하고 2분기 들면서 조정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다만 조정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또한 물가불안에 따른 금리인상, 유가급등,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 주식물량 확대, 환율급락 등 금년 증시의 불안요인들이 내년 증시에도 위협을 가할 것이나 올해만큼 그 기세가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성숙기, 적극적인 참여가 바람직
2006 증시전망은 금융시스템의 정상화, 자금운용패턴의 변화 및 주식선호 현상, 이머징 마켓의 투자매력 등 구조적인 시장변화 요인들이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거시경제 여건과 기업이익의 모멘텀 개선이 가세하면서 이루어지는 균형적인 장기상승 랠리로 요약된다.
올 주식시장의 화두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재평가’였다면 내년은 경기회복으로 인한 ‘재평가’가 기대된다. 즉, 국내경제가 다시 성장동력을 되찾으면서 기업측면에서도 이익성장이 투자메리트의 초점이 될 것이다. 실적주를 주목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올해가 주식시장의 투자개척기(pioneering stage)였다면 내년은 한단계 진전된 투자성숙기(investment maturity stage)로의 이행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주식으로 대변되는 위험자산으로 자산배분이 활발히 이어지면서 주식형 펀드 잔액은 내년말 기준으로 40조원이 예측되고 있다.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보면 약 18조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참고로 금년들어 늘어난 주식형 펀드 규모는 약13조 7000억원이다.
이제 주식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금융자산을 논할 수 없는 시대에 와 있다. 한국의 가계금융 자산의 투자행태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는 물론이고 연기금,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 모든 금융기관의 상품에서 주식이 설정되지 않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평범한 사람들은 시대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 주식시장의 활황은 그렇게 자주 오는 기회도 아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주식시장과 주식관련 금융상품에 접근하자.
2006 증시전망, 재산증식 가능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