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스 태산엘시디, 기술력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동반성장 성공모델로
백라이트유닛을 생산하는 디에스와 태산엘시디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 벤처기업 반열에 올랐다. 백라이트유닛은 LCD TV의 핵심부품. 국산 LCD TV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자 삼성전자에 백라이트유닛을 공급하는 두 회사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커 나가는 동반성장 사례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디에스(DS)는 지난해 처음으로 벤처기업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경기도 동탄에 생산공장을 둔 디에스는 LCD TV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고 있다. 백라이트유닛은 액정화면 뒤에서 빛을 방출하는 장치. LCD 액정화면은 화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못한다. 백라이트유닛은 빛의 투과량과 색깔을 조절해 LCD TV를 볼 수 있게 하는 핵심부품이다.
전 세계 LCD TV시장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 LCD TV에 달린 백라이트유닛의 38퍼센트는 디에스가 공급한 제품이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인 디에스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관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디에스는 1998년 백라이트유닛을 생산한 지 4년 만인 2002년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고, 지난해 매출 1조4천4백25억원을 올리며 고속성장하고 있다.
박주혁 디에스 기획팀 과장은 “백라이트유닛은 LCD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이라 대기업과 긴밀한 협조 아래 생산을 진행해 왔다”며 “끊임없는 생산혁신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좋은 기법을 이어받기도 했고 서로 나누면서 업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디에스를 이끄는 사람은 이승규(67) 회장이다.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이 회장은 1998년 동산광전(디에스의 전신)을 창업해 독립했다. 이 회장은 창업 전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이 장차 LCD로 전환되면 백라이트유닛이 필수적”이란 판단으로 백라이트유닛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이승규 회장은 중국 시장 진출도 일찌감치 결정했다. 디에스는 지난 2005년 1천5백20만 달러를 들여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에 현지법인 ‘디에스광전'을 설립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키코(KIKO)사태로 한때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했으나 2009년에 중국 ‘제2공장’ 투자를 단행했다.
과감한 연구개발·발빠른 해외진출 승부수
1천3백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사기도 높다. 특히 ‘디에스어린이집’은 디에스의 자랑거리다. 박주혁 과장은 “사내 어린이집은 주변 어린이집에 비해 비용이 3분의 2 정도”라며 “밤늦은 잔업과 휴일 특근 때도 직원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출근해 자녀들을 관리해 줘서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규 디에스 회장은 “회사의 최고덕목은 창의력”이라며 “창의적인 기술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적기에 개발될 수 있도록 과감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태산엘시디(LCD)도 디에스, NHN과 함께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태산엘시디 역시 백라이트유닛을 생산하는 전자부품 업체다. 태산엘시디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1조2천5백35억원. 충남 아산 탕정과 경기도 평택 지제와 칠괴 공장에는 모두 1천6백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태산엘시디를 이끄는 사람은 최태현(64) 대표다. 경북대 물리학과를 나온 최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와 삼성반도체, 금성반도체(현 하이닉스)를 거쳐 1983년 태산엔지니어링(태산엘시디의 전신)을 창업했다. 삼성반도체 기술개발실장을 지내며 전자업계에서 경력을 다진 최 대표는 1995년 국내 최초로 백라이트유닛을 양산해내며 업계를 주도했다.
키코 위기, 내실 다지는 기회 삼아 재도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태산엘시디는 일찍이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낙점됐다. 삼성전자 LCD TV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자 태산엘시디도 함께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전자 탕정공장 가동에 따라 태산엘시디도 탕정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임채훈 태산엘시디 경영기획실 차장은 “탕정공장 20개 생산라인에서 월 79만개의 백라이트유닛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을 공략한 것은 태산엘시디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태산엘시디는 지난 2002년 중국 장쑤성 우장(吳江)에 ‘태산광전’이란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태산엘시디의 중국 법인에서 2천여명에 달하는 중국 현지 근로자들이 TV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아찔한 순간을 겪기도 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환헤지 상품 키코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당시 태산엘시디는 키코 손실로 7천7백억원의 적자를 내며 도산 위기에까지 몰렸다. 하지만 태산엘시디는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불필요한 자산을 조속히 처분해 회생에 성공했다.
최태현 태산엘시디 대표는 위기를 오히려 회사 내실화의 기회로 삼아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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