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16일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갈등 사안인 새만금 문제와 관련한 서울 고등법원의 판결이 오는 21일 예정된 상황에서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 350여명이 새만금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사건 판결의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조정을 권고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담당 재판부인 서울 고등법원 제4 특별부(구욱서 부장판사)에 전달했다.
이번 요청서에는 도법 스님(생명평화결사), 이학영 사무총장(한국YMCA 전국연맹),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백낙청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김지하 시인, 함세웅 신부 등 35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제4특별부에 전하는 입장을 통해 “새만금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부합하기 위해 입장을 제출하는 것이며, 새만금은 전국가적 사안이며 모든 국민의 문제이기에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뒤늦었지만 새만금 문제를 화해와 국민통합의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하며, 이런 고려 없이 판결이 내려지면 사회적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따라서 “재판부의 충분한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또한 필요한 경우 관련 당사자들의 대화를 중재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오는 14일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전북도와 농림부에 제안한 면담 요청 공문을 통해 새만금 관련 당사자들이 논의할 시급한 과제로, 1) 관련 당사자들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되는 (가칭) 새만금 화해와 전북 발전을 위한 국민협의회 구성, 2)새만금 향후 이용 방안에 대한 공동의 대안 모색 과정 협의,3) 전북 발전 계획 및 새만금 해수유통, 방조제 이용의 건에 대해 공개 대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에 드리는 글
- 새만금 사건(2005누4412 정부조치계획취소등 사건)과 관련하여 -
새만금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당분간 이 사건 판결의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조정을 권고하여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된 논란도 어느덧 10여년이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이 있지만 새만금 문제는 갈등 자체가 자연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이라는 내용이어서 다른 사회적 갈등과는 차별됩니다. 산업사회의 성장에 따른 심각한 환경문제 발생과 피해는 어느 특정인의 책임을 넘어서고 있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며 모두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새만금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하여서는 그 간 수없는 찬/반 양측의 공방이 진행되어 왔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한 채 공전되어 왔습니다. 더구나 이로 인한 대규모적인 대립과 충돌 그리고 사회적 갈등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의견이 다르고 다양성을 갖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또한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의견의 통일과정을 통해 화합하는 모습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새만금 문제 역시 이렇게 결정되기를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시작은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진된 과거 우리 근대 역사의 한 단면입니다. 그렇기에 누구의 책임이나 찬반과 대립을 떠나 우리 국민 모두가 새롭게 갖게 된 환경인식속에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전라북도 도민들의 마음을 충분하게 이해합니다. 개발의 소외가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경제적인 차별이 심해진 상황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은 타당성과 정당성을 떠나 전북도민들의 마음에 경제 기적의 산물처럼 여기게 된 것이라 보여 집니다.
기업도 없고 산업도 없는 전북도가 새만금 갯벌을 매립하여 그런 용도로 사용한다면 많은 부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종교단체들의 생명의 중요성과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사사로운 이해가 아닌 공공의 목적이며 국민 모두를 위한 길임도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런 면에서 새만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주었던 곳이 바로 법원이었다. 우선,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이 난제의 최종 판결에 앞서 조정권고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물론 정부와 전라북도가 이를 거부하였지만 우리는 이 난제에 희망을 보았다. 바로 서로 간에 심사숙고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찬반 양측 어느 쪽도 재판부의 승소와 패소 판결을 수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부의 권위는 법원의 판결이 당사자 모두에게 수용될 때에만 지켜질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수용되어야만 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재판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판결 선고 이후 새만금 문제는 수용과 존중은커녕 새로운 갈등으로 파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새만금은 정부 일정대로라면 내년 3-4월이면 최종 물막이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매우 급박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으로 가면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재판부의 현명하고 심사숙고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우리의 뜻을 모아 재판부에 이 의견서를 제출하는바, 그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새만금 갯벌보전과 전라북도 발전이라는 주제는 정부와 전북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간에 논의의 틀만 구성된다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추가로 투입될 예정인 수십조의 새만금 사업비용은 전라북도 발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도와 시민단체가 합의하면 정부가 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국회의 결의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새만금 갯벌 이용에 관한 사안도 과연 어느 정도의 토지와 용도가 필요한 것인지 확인하고 이용 방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심의 재판부에서도 용도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방조제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듯이 현재 국무총리실, 농림부, 환경부, 해수부, 전라북도가 토지이용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그 해답을 내놓지 못한 상태입니다. 용도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2.7㎞ 구간이 해수 유통되는 현 시점에서 공개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에서도 이 난제를 결정하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해답의 물꼬를 튼다는 차원에서 재판부가 12월 21일 예정된 촉박한 판결기일을 다소 연기하고, 양 당사자의 의사를 협의ㆍ조정할 수 있는 조정안을 다시 한 번 권고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이 길만이 이 난제를 풀어가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의 첫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도 승리하거나 패배하지 않는 국민 모두의 Win-Win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이 현 재판부에게 있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요청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만금 문제를 반드시 풀어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변호사이자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신 인도의 간디 선생도 재판의 목적은 양당사자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재판부가 솔로몬 같은 지혜와 현명함으로 이 난제를 풀어나가는데 역할해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2005년 한 해에도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로 인해 지쳐있을 때, 새만금의 대화가 시작된다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것입니다. 부디 재판부의 판결선고 연기와 조정 권고로 이런 희망이 불붙기를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만금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바라는 요청 참여자 일동
(요청 참여자 명단 별첨 - 김지하, 도법, 박원순, 백낙청, 이학영, 함세웅 외 35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