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발돌린 환자들 허탈…종합병원 종일 ‘북새통’

10일 오전 의료계 집단 휴진으로 대전 충남대병원에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리자 외래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접수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거듭된 설득과 경고에도 불구 10일 하루동안 집단휴진을 강행하면서 국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사진]서울 성동구의 한 휴진병원에 보건소직원이 업무개시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문을 닫은 동네병원 앞에서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며 종합병원 등으로 발길을 돌렸고, 일부 전공의가 휴진에 참여한 종합병원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파업 참여율이 40%로 다소 높은 대전 유성구의 경우 평소 진료하던 병원이 문을 닫아 보건소로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대전시에 사는 김종학(66)씨는 “평소 다니던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아 신성동에서 2km를 걸어 보건소까지 왔다”며 “언론을 통해 휴진소식을 듣긴 했지만 실제 몸이 아파도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이 인근에 없다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고 털어놨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 병원을 방문했다 보건소로 발걸음을 돌린 서울 양천구의 황미정(가명·36)씨는 보건소로 전화를 걸어 가까운 인근 병원을 찾기도 했다. 황씨는 “파업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도 “아픈 환자들은 병원만 믿고 찾아오는 데 이렇게 헛걸음치게 되어 속상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당수 휴진 병·의원들은 보건소 전화번호나 비상진료기관 등 아픈 환자들을 위한 안내문을 붙여놓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은 더욱 가중됐다.
독감에 걸려 열이나는 아이를 안고 부랴부랴 소아과를 찾은 대전 유성구의 박모(26·여)씨는 “병원에 안내문 하나없이 이렇게 문을 닫으면 환자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보건소 직원들이 인근 소아과를 안내해줘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옆 건물의 L내과 역시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3층으로 올라온 환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모(60·여)씨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이용하지 말고 빨리 병원으로 돌아와 문제를 해결하라”며 “국민을 볼모로한 파업은 더 이상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학병원 등 문을 연 대형의료기관은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리는 월요일과 겹치면서 외래진료가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대전 충남대병원의 경우 오전 11시 전공의 220명이 본관 2동 A강당에 모여 ‘의료현황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교수들을 보조하는 인력들이 일시에 빠지며 한때 의료 공백이 빚어지기도 했다. 평소 심혈관 계통 치료를 받으며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류창호(68)씨는 “지금 30여분째 대기하고 있는데 전공의 파업 여파 때문인지 아직 대기자 명단에 이름조차 안뜨고 있다”며 “국민 편익을 도외시 한 파업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것이 벌써 10년째 인데 화상진료가 활성화되면 지금처럼 병원을 오가는 3-4시간의 불편도 줄어들고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탈 수 있어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만나 박복순(69·여)씨는 “집단 휴진때문에 오늘 병원 진료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했다”며 “다행히 정상적으로 진료가 가능하다는 예약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나왔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심각한 의료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후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 내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휴진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10일 집단휴진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건소를 비롯한 전국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등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전국의 보건소는 이날 오전부터 각 지역 보건소에서 관내 의료기관을 직접 돌며 휴진 현황을 파악하고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며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관련, 전국 동네병원의 29%가 집단휴진에 동참해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2만8691개 가운데 8339개가 휴진에 참여해 휴진율은 29.1%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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