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비자금을 주식인수대금 이자를 대납케하였으며 분식회계혐의를 받고 있는 두산그룹의 총수 일가에 대해 불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9일 황희철 중앙지검 제1차장검사가 오늘 기자브리핑에서 밝힌 불구속 기소 사유는 박용성씨의 경우 국제스포츠 외교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국익을 고려했다는 것과 가족간의 분쟁으로 형제 4명이 기소된다는 점, 그리고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인신구속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된 요건을 중심으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입각하여 보더라도 검찰이 제시한 불구속 이유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철저히 정치적인 판단으로 재벌총수에 대한 봐주기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 본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요건을 감안하였을 때,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수사초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바 있으며, 게다가 수백억 원대로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와 관련하여서도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닌 상태인만큼 이 부분들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두산그룹 총수일가에게 적용될 죄명이 징역 5년형 이상의 특경가법상의 횡령,배임죄일 경우에는 집행유예 대상이 아니며 실형만이 선고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상 법조계의 해석에 따라 도주우려가 있어 구속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이런 구속 요건을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모두 벗어났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스포츠 외교를 감안한 국익논리와 가족간 분쟁에서 촉발된 사건에서 4명이 기소된다는 점을 주요 불구속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즉 검찰은 법적인 기준이 아닌 정치적 기준을 적용하여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는 두산그룹 총수일가 봐주기를 위해 명분없는 이유를 억지로 주장하는 것이다. 대체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함에 있어 적용하는 일관된 원칙과 기준이 있기나 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또 과거 검찰이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나 박건배 해태그룹 회장,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 등의 경우에서처럼 이른바 ‘죽은 재벌’이나 힘없는 재벌총수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른바 ‘살아있는 재벌’이나 힘있는 재벌총수에 대해서는 나약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사례처럼 검찰이 비록 기소를 했지만, 구속상태가 풀려난 이후에는 재판의 장기화를 초래하여 엄정한 사법처리의 의미를 퇴색케했던 일이 이번 경우에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즉 징역5년 이상의 특경가법 위반으로 기소된 바 있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재판경우를 보면, 비록 검찰이 구속기소하였고 기소 후 4개월만에 1심이 끝나지만, 2심이 시작된 직후(99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나 구속상태를 벗어난 이후에는 대법원 선고(2004년 7월)때까지 약 5년이라는 장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불구속 기소가 재판 장기화를 초래하여 엄정한 사법처리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인지 우려된다.
검찰은 재벌총수 일가를 기소하는 것만으로도 재벌봐주기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불구속 사유는 법률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이야말로 재벌봐주기의 대표사례이다. 검찰의 재벌총수 봐주기가 언제 끝날지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