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를 두고 정치,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참여연대사법감시센타는 18일 이번 사안이 제기된 이후 강정구 교수 사건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온당하며, 나아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강정구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런 맥락에서 천정배 장관의 강정구 교수에 대한 공개적인 서면 불구속 수사 지휘는 내용적으로 정당하고, 절차적으로도 합당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 일각에서 참여연대가 2001년 제출한 검찰개혁 입법 청원안 중 법무부 장관의 검찰 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의 부분 삭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빌미로 참여연대의 입장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당시 입법 청원안을 제출하게 된 배경과 맥락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의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전 문민정부와 독재정권시절, 검찰 수사에 대해 법무부장관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자들의 부당한 개입은 비일비재했다.
중앙정보부나 안기부를 통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에 검찰총장이 참석하여 검찰의 사건 처리방향에 대해 청와대, 법무부, 내무부 등과 협의한 것도 다반사였다. 게다가 86년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한다고 하는 현재의 검찰청법 제8조가 만들어진 이후인 1999년에는 박상천 전 법무부장관이, 자민련 대전 지구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자민련 소속 비리 정치인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이던 대전지검의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를 중단토록 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례도 있었으며, 2001년 이용호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수사에 대해 정권차원의 압력행사가 있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참여연대는 이런 상황에서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검찰 수사권 개입은 근절되어야 하며, 검찰청법 제8조가 부당한 개입의 근거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참여연대는 1999년 2월 발표한 검찰개혁의견서에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라는 입장을 제출한 바 있으며 이어 1999년 6월에 발표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말이 아닌 제도적 장치로 보여줘야’라는 제하의 성명에서는 검찰의 신뢰회복이나 중립성확보를 위해서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도입과 임기제 준수, 검찰총장 퇴임 후 정치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자기선언, 검찰인사위원회의 개방과 실질화, 법무부장관에 대한 지검장 직접보고의 폐지,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오직 문서로서만 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개선책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참여연대가 2001년 10월 17일 제출한 검찰청법 개정청원안에 8조의 부분삭제를 포함시킨 것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이 사실상 모든 사건에 대한 포괄적 수사 지휘권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권을 제한적 범위에서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 2003년 3월에 참여연대가 주최한 법무부-검찰의 바람직한 위상정립 및 검찰개혁방안 토론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당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현 소장)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그 구체적 보완책을 밝힌 바 있다. 한상희 교수는 주제발표문에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일면 타당성을 지니지만 이럴 경우 구체적 사건에 대한 중앙정치 차원의 책임추궁의 장치를 법무부장관이 아닌 검찰총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되어 상당한 무리를 수반한다.
즉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권에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권한을 삭제해 버릴 경우 국회 등에서 특정사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기회는 오로지 검찰총장에게만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의 지휘 감독권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보다는 그 권한의 행사방법 및 행사범위를 제한함으로써 그 폐해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이라며 그 대안으로 △지휘감독권의 행사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하여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 하도록 하고 △지휘 감독권의 범위 또한 적극적 지휘 감독권으로 한정하여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개시 혹은 수사재개, 기소 등을 하도록 지휘할 수 있을 뿐 수사중지 혹은 불기소처분지시 등 소극적 지휘는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의 기본입장은 권력핵심부나 법무부장관의 검찰수사에 대한 음성적이고 부당한 개입을 막고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법 제8조의 삭제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며 그 대안은 투명하고 제한된 범위에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제나 맥락을 사장한 채 2001년 청원안의 한 문구만을 문제삼아 참여연대가 입장을 바꾼 것처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이다.
참여연대는 강정구교수의 사건에 대해서 구속은 물론이고 사법처리 그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
또한 이번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불구속수사 지휘의 경우는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수사 자체를 가로막거나 기소를 가로막는 등의 부당한 개입이라고 볼 수 없어 그 내용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
또한 그 형식에 있어서도 참여연대가 여러 차례 대안으로 밝힌 것처럼 서면을 통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거 음성적이고 부당한 방식의 개입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강정구 교수 사건은 과거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었던 권력형 비리 사건이 아니며,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도 권력이 개입한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 지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공개적인 서면 수사 지휘를 과거와 같은 맥락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이 또 다시 낡은 색깔 공세와 이념 대립으로 치닫는 현실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우리는 이러한 구시대적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이번 사안을 인신구속을 남발해온 지금까지의 공안 사건 수사 관행을 시정하고, 냉전적 논리로 민주국가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온 국가보안법의 폐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검찰권이 집단논리에 의해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민주적 장치를 마련하는 검찰개혁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