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포함 자료에 대한 감사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비공개에 일침 법원, 보고서의 기밀분류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 배제하고 절차상 하자만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주심 김중곤 판사)은 지난 7일, KMH(한국형 다목적 헬기)도입사업(이하 KMH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 등과 관련하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감사원장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 대해서 감사원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지난 15일 참여연대 대리인(조범석 변호사)에게 판결문을 송부해 왔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국방부가 2001년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KMH 사업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감사원의 KMH 사업 관련 감사보고서의 정보공개를 2004년 9월 청구하였으나 감사원은 감사결과 보고서가 군사 2급 비밀이라는 이유로 2004년 11월 비공개 결정을 하였고 이후 참여연대의 이의 신청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실 감사원은 KMH 사업 감사보고서가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 비공개 처분을 하면서 감사결과보고서의 본문은 물론, 요지, 목차 심지어 표지까지도 비공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감사원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은 비공개 사유의 불명확성 과 부존재’로 인해서 위법하다는 취지의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본 판결은 이러한 주장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법원이 이번 판결은 표지와 목차까지도 국가기밀로 지정한 감사원과 국방부의 행정에서 행위가 적절하거나 적절치 않다는 내용적 판단을 배제한 채 군사기밀 지정권자로서 감사원이 관련 문서일체를 2급기밀로 취급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보호법 제7조, 9조 등에 의거하여 국방부장관 등에게 공개여부에 대한 판단을 묻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만을 문제 삼아 정보공개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점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것으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이미 KMH 사업 감사 결과 한국개발연구원의 비용 산출 방법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국방부가 당초 제시한 사업규모로 볼 때 총비용이 37조 7000억원에 달해 경제성이 없다며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KMH 사업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국민의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과 우려에 대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납세 의무자인 국민은 KMH 사업에 관한 경제적 평가부분에 관해서 필요충분한 알권리를 행사 할 수 있으며 관계 행정기관인 감사원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현저한’ 내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 근거자료가 된 KDI의 타당성조사 보고서가 공개된 만큼 감사결과보고서를 부분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KHP(한국형 헬기개발 프로그램) 사업의 경우, 지난 7월 청와대의 재가를 얻어 이번 국회에서 국책사업으로 그 예산안이 상정되어 있는 만큼, 해당기관의 무조건적인 정보공개거부로 인해서 국민의 알권리와 납세자로서의 권리가 심각한 침해를 받는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감사결과보고서를 조속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보공개와 관련된 소송의 장기화로(길게는 4년)인해 승소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실익이 없어 정보공개제도 자체의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감사원의 추가 항소가 있을 경우 최종 확정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나, 관련 사업의 예산안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재판이 지연된다면 조 단위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객관적인 검증도 없이 집행될 수 있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신중함 못지않게 신속한 재판진행에 임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