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해 3월 5일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1일 부터 부양의무자의 범위가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에서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 으로 바뀌어 시행된다. 정부에서는 이같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으로 수급자가 확대되고, 비수급빈곤층의 보호에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빈곤의 사각지대 해소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매우 미진한 수준의 개정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하고자 했던 1차적 목적은 현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빈곤상태에 처해있으면서 사적부양을 받지 못하고 동시에 최저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는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내일부터 변경될 부양의무자 범위에는 여전히 수급권자와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는 가족구조 약화와 사회양극화로 인한 변화한 사적 부양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공부조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하는 방안이다.
부양의무자 범위가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정해지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은 그동안 이에 관한 수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바이며, 국회의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자구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가 예산처의 주장을 받아들여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에게도 부양의무를 지운 것은 입법 권한의 남용이며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가 가진 의미를 왜곡한 결정이었다. 결국, 국회는 생계를 같이 하는‘ 형제자매와 조부모, 손자녀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를 부과하고, 이들이 생계를 따로하는‘ 경우에는 부양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위법인 민법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때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성년자녀와 부모를 제외한 친인척의 경우는 부양의무에 있어서 생활부조적 부양관계에 해당된다. 즉 형제자매, 조부모와 손자녀 등에 대한 부양의무는 자신의 생활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의 자발성을 가지고 행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같이하는 2촌이내의 혈족에 대해서도 1촌의 직계혈족과 동일한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 되지 못하고 제도상의 허점으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부양의무자 범위의 축소 및 간주부양비 폐지, 재산기준의 합리적 설정,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는 의료급여를 중심으로 일부 시행하고 있으나 나머지 개정청원안과 관련해서 국회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안심사소위조차 열지 않고 있다. 구조화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수급 빈곤층을 국가가 보호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벼랑 끝에 놓여있는 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조속한 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