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우리에게 항상 새로운 볼거리나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정도로 인식되어왔다. 삼바, 카니발, 아마존 밀림, 이과수 폭포, 축구 등. 또한 브라질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알려져 왔다. 경제위기, 극심한 빈부 격차, 높은 범죄율 등. 이에 따라 브라질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한참 뒤떨어지고 후진적이라는 자연스런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브라질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은 우리가 브라질을 진정한 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지 못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라이트 형제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이나 과학사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사람들은 비행기 제작의 시조로 브라질의 산뚜스 두몽(Alberto Santos Dumont)을 꼽는다. 브라질은 항공우주분야에서 오랜 기술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4대 항공기 제조 국으로 발돋움했다. 브라질은 110인승이하 중형여객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미국, 유럽국가 등이 주요 고객이다. 항공기는 브라질의 최대 수출품으로 지금까지 5,500대가 판매되어 전 세계 58개국 영공을 누비고 있다. 브라질은 이미 1980년대 우주로켓을 자체 설계,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기술분야에서도 세계 일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높은 항공우주 기술을 인정받아, 브라질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 개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브라질은 또한 21세기 과학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공학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 브라질은 최근 들어 대체에너지로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연료용 알코올을 1970년대 이미 상용화해 세계적으로 그 기술을 인정받은바 있다. 또한 브라질은 차가운 기후에서만 자라는 중국산 콩을 들여와 16년간 4억 달러를 투입해 연구한 끝에 브라질 토양에 맞는 종자를 개량했다. 이 결과, 브라질은 현재 세계 최대의 콩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콩은 항공기와 더불어 브라질의 대표적인 효자수출품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라질 사람들은 "단순한 콩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브라질의 생명공학기술을 수출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브라질은 은행자동화 등 IT분야, 심해유전 개발, 건축, 성형외과 및 심장학 등에서도 우리 보다 한참 앞서는 것은 물론 세계 정상급 수준을 자랑한다.
브라질은 비단 과학기술분야에서만 첨단을 달리는 게 아니다. 브라질이 자랑하는 도시 꾸리찌바(Curitiba)는 21세기형 선진도시시스템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꿈의 미래도시", "희망의 도시"라 칭송을 받고 있는 꾸리찌바의 도시계획 모델을 배우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선진도시들이 줄을 섰다. 최근 우리 서울시도 꾸리찌바 배우기 열풍에 합류했다. 얼마 전 서울시가 도입한 도로 교통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꾸리찌바 모델을 차입한 것이다.
그간 우리는 브라질에 대한 일면만 보아왔다. 브라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다행히도 최근 브라질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브라질을 알기 위한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우리가 브라질을 21세기 진정한 협력 동반자로 생각하고 진실한 친구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브라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급선무이다. 아무쪼록 금번 노무현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이 이러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권기수 전문연구원은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세계지역연구센터의 지역전문가 이며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과 관련한 글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