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5특별부(재판장 판사 조용호, 주심 판사 유승룡, 판사 박우종)는 19일 과거 ‘간첩 깐수’로 알려진 바 있는 정수일 씨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보안관찰기간 연장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참여연대는 이 판결이 보안관찰제도를 악용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정부의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보고, 앞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보안관찰 처분을 남발하지 않기를 요청한다.
참여연대는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2000년 8월에 출소한 문명교류 학자 정수일 씨에 대해 내란음모나 간첩 활동, 반국가단체 가입 등의 죄를 범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안관찰을 2001년 1월부터 실시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2006년 10월까지 3회에 걸쳐 보안관찰 처분기간을 연장해왔다. 이 기간동안 정수일 씨는 소득, 재산, 가족상황은 물론이거니와 여행, 이사, 교우관계, 단체가입을 비롯하여 3개월마다 주요 생활을 경찰서장에게 보고해야만 했다. 이로써 그는 기본적인 사생활도 없이 생활했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법무부와 검찰이 보안관찰 기간을 또 연장한 이유는, 정수일 씨의 가족이 북한이나 중국에 거주하고 있고, 정수일 씨가 실크로드 답사 등을 목적으로 국외로 자주 출국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다시 국가보안법을 위반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정수일 씨가 제기한 보안관찰기간 연장취소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그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준법서약서까지 제출하고, 그동안 보안관찰법에서 요구되는 제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오고 일정한 주거와 생업을 가지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측 논리대로라면, 정수일 씨는 그의 가족들이 남한으로 이주해오고 그 자신이 국내에만 머물러야 보안관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 텐데, 이는 그를 평생 보안관찰 대상자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판결은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현실적으로 분명하다고 인정할 이유가 있으면 보안관찰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규정을 남용하여, 그러한 구체적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무부와 검찰이 관행적이고 습관적으로 보안관찰처분을 내리는 것을 바로잡은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 판결을 교훈삼아 법무부와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형기를 다한 이후에도 사생활을 비롯한 기본적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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