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열사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 정해진 열사는 평생 전기노동자로 살다가 자본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맞서 분신항거했다. 지난 10월27일 인천 영진전업 파업현장에서 '(인천전기원)파업투쟁 정당하다, 단협체결하라, 유해성을 구속하라'며 몸에 불을 그은지 18일째, 열사는 마침내 ‘동지와 가족의 곁’을 떠났다.

14일 오전 정해진 열사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오전 8시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앞 발인제를 치르고, 오전 9시에는 민주노총 앞에서 영결식이 치러졌다.

이날 장례식에는 아침 일찍부터 한상렬 진보연대 공동대표, 이규재 범민련 의장, 이태영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진영옥 수석부위원장, 원학운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박인숙,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김용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백석근 전국건설노조 위원장 등 열사의 ‘동지’들, 민주노총 산하단체 성원 등이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정해진 열사 부친 정윤성님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되기를 오 전 9시 민주노총 앞에서는 열사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서는 석원희 인천지역 전기분과장이 정해진 열사의 약력과 투쟁 경과 보고와 함께 장례대책위원장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사,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정해진 열사의 부친인 정윤성 님은 “바쁘신데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떠나가는 아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는 “수일전 제 자식이 세상을 떠났다. 악덕업자들이 하는 행태를 견디다 못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저 세상으로 갔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되기를, 제가 주님 곁에 갈 때까지 항상 주님 곁에 제 자식이 함께 하기를” 기원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빛나는 노동투쟁의 길에 80만 조합원, 1500만 노동자와 함께 걸어가겠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정해진 열사, 어제가 37년전 열사와 똑같은 목소리로 ‘근기법을 지켜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외치며 분신하셨던 전태일 동지의 37주기였다”며 어제 만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신 이소선 여사의 말씀을 전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소선 여사는 ‘정해진 열사 아버님을 만나러 갔더니 아버님께서 아들이 한강성심병원에 누워있으면서도 함께 하지 못하고 경비를 서야 하는 이런 세상이 바로 남한 사회 현실’이라고 하시면서 통곡하셨다”고 전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정해진 열사여 고이 가소서. 더러운 세상 다시는 뒤돌아보지 마시고 편히 가소서. 노동해방의 한 길을 달려왔고 더 멀리 달려갈 민주노총을 바친다. 80만 조합원의 사랑을 바친다. 80만 조합원 모두 권영길이 돼 대선투쟁 승리해 민주노총을 바치겠다. 정 동지의 정신을 가슴에 안고 권영길 동지와 함께 대선투쟁 승리하겠다. 빛나는 노동투쟁의 길에 80만 조합원, 1500만 노동자와 함께 걸어가겠다”며 정해진 열사의 영면을 기원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비정규 노동자들의 한을 푸는, 함께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이 되겠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한을 푸는, 함께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이 되기 위해 대선을, 총선을 치르겠다. 늦어도 이 모든 한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밖에 없는 대회전에서 정치부대로서의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으로서 우뚝 서겠다”며 “정해진 열사여 비정규 노동자와 함께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함께 하고 투쟁하겠다. 승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열사여 부디 하늘나라에서 200만개의 파편이 하나로 모여 위대한 망치, 위대한 전봇대가 돼 자주민주 세상을 열어가는 역군이 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굽어보며 웃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11시30분 열사가 분신한 영진전업 앞에서 노제를 치르고, 열사의 시신은 오후 2시30분 마석모란공원 열사묘역에 하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