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은 17일 삼성그룹 불법행위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후보자로 고위 검찰출신만으로 구성된 변호사 3명을 추천했다.
대한변협은 이들을 후보자로 추천한 이유로 수사능력을 내세웠지만, 삼성과 검찰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 고위직 출신들로만 후보를 추천한 것은 삼성특검 수사가 필요한 이유를 외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고위 검찰 출신자들은 삼성특검의 수사대상이 될지언정 특검이 될 자격은 없다.
참여연대는 17일 삼성특검’이 도입된 이유는 검찰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이 이유가 되었지만 그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검찰이 받는 의혹으로 인하여 검찰 자체가 수사기관으로서 신뢰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신뢰성의 문제는 구체적 개별 검사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조직 전반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로비 의혹에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검찰이 수사를 최종적으로 맡지 아니하고 특검으로 하여금 수사를 하게한 특검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거의 검찰 특히 고위직 출신은 특검 후보로서 일단 결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기존 검찰의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이들을 삼성이 조직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점이 지난 안기부-삼성 X파일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드러났으며, 전현직 고위 검사들에 대한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와 뇌물제공 의혹은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이 특별검사후보 추천자 3명 모두를 전직 검찰 고위직 출신자로만 채운 것은 ‘삼성특검’의 도입 자체의 의미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변협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직후 삼성의 로비 등에 관한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오히려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는 등 형평성에 있어 의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의 취지나 출신에 대한 고려 없이 다시 한번 검찰 고위직 출신만으로 특검 후보들을 추천한 것은 그러한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근거 있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알려져 있고 경력과 성품 면에서 각계로부터 적임자로 평가받는 박재승 전 변협회장을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이번 추천의 편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바이다. 대한변협은 불법행위를 규명할 수사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특별검사의 역할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권력이 연루되다시피 한 이 사건의 수사를 어떠한 정치적 외압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이끌고 가는 것이다. 기존 특검의 전례를 봐도 특별검사가 직접 수사실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사력을 기준으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삼성 사건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사회적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발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사건을 맡게 될 특검에 요구할 자질은 정관계 및 검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모든 권력층이 연루된 대형사건을 성역 없이 또 한점 의혹도 없이 파헤치려고 하는 강한 진실규명의지와 독립성 및 공정성이어야 한다. 대한변협은 삼성으로부터 독립성을 자신할 수 없으며, 전현직 고위 검찰들을 수사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검찰 고위직 출신 후보자 추천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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